스테이크로 3일간 1200만원 매출낸 썰 (5)
생산=매출?
1차세계대전 당시 발전되기 시작한 경영과학은 '생산하면 무조건 팔린다'라는 말도안되는 가정을 전제로 탄생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때는 그랬기 때문이다. 우리 때가 딱 그랬다. 생산하는 족족 팔려나갔다. 줄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릴 하나로 생산하던 걸, 그릴 두 개로 생산하니 매출이 두 배로 늘 정도였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생산은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면에선 운이 아주 좋았다.
경영과학
스테이크와 샹그리아를 함께 팔았었는데 각각의 마진율이 달랐고, 최대 생산량이 달랐다. 그리고 세트 상품의 판매 등도 고려했지만 주먹구구식으로 묶어팔기 정도에 그쳤었다. 이 때 선형계획이나 민감도 분석 같은 걸 알았으면 최적조합 찾기나 새로운 상품의 한계 가격 설정 등 훨씬 다양한 시도들을 해볼 수 있었을 것 같다. 또한 대기행렬을 배웠었다면 줄이라는 것에 대해 막연하게 접근하지 않고 더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밸류체인
스테이크 하나를 파는데도 많은 과정이 있다. 소고기를 떼오고, 해동하고, 시즈닝하고, 구워서, 썰고, 담아서, 팔아야 한다. 소주를 사서 그대로 팔거나, 이미 반조리된 닭꼬치 등을 구워서 파는 것과 달리 스테이크는 꽤 많은 일련의 작업이 필요했고, 한 곳에 병목이 생기면 그 다음 모든 단계가 지연되었다. 프로젝트 관리에 PERT/CPM이라는 관리 방법론을 배우고 있는데, 이걸 알았으면 선후관계를 잘 파악해서 병목이 생기는 주 경로를 최적화했을 텐데 아쉽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팔기..
비용 최소화라는 관점에서 우리는 아주 깐깐하지 않았다. 더 싸게 살 수 있어도 때로는 시간을 아끼려고, 때로는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기 위해 기꺼이 더 비싼 재료를 조달해왔고, 이는 수익성의 악화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도 비용 최소화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우리 스테이크는 좋은 고기를 써서 퀄리티가 정말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적은 비용으로도 더 나은 재료를 살 수 있다. 1회성 장사가 아닌 장기성 프로젝트 또는 실제 자영업이 되었다면 비용을 관리하는 것 역시 굉장히 중요했을 것이다. 우리는 수 천 인분의 스테이크를 팔았으니 비용 100원 절감 당 수 십만원의 순수익이 발생했을 것이다.
재고관리
이 프로젝트 중 가장 망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재고관리이다. 스테이크 판매에 대한 감이 부족했던 우리는 감자칩이 모자라서 편의점에서 정말 비싸게 감자칩을 사오기도 했고, 충분히 팔 수 있을 거란 착각으로 무리하게 고기를 주문해서 보관할 냉동고를 찾느라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클라이맥스로 축제 끝날 때까지 팔지 못한 고기는 마무리 파티라는 아름다운 명목으로 고스란히 우리의 배 속으로 버려질 수 밖에 없었다.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때 하도 먹어서 나중엔 고무타이어를 씹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프로젝트에서 망해서 다행이었다.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의 경우는 재고관리가 가장 큰 리스크라는 걸 배웠고, 생산관리의 흐름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아, 매출은 1200만원이라고 하셔서 '대박 치셨구나!'란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이렇게나 슬픈 이야기였다니... 역시 먹는 거 파는 건 원가를 잘 설정하고 최적화하는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