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으로 왜곡된 민주주의 구호

in #kr5 years ago (edited)

Fraternity.jpg

230년 전에 프랑스 사람들은 아주 기가 막힌 명품 구호를 하나 꺼내놨다.

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

이걸 일본 사람들이 번역해 조선에 전하면서 이렇게 썼다.

자유. 평등. 박애.

세 번째, '박애(博愛)'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사람이 잘못 번역한 거다.

불어 fraternité 를 영어권에서는 fraternity로 쓴다. 가장 비슷한 단어가 '우애(友愛)’다.

박애하고 우애하고 한국어에서는 같은 애로 끝나니까 비슷한 말로 취급해도 될 거 같은 유혹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혀 다른 단어다.

영어로 쓰면 박애는 philanthropy다. 우애는 앞서 소개했듯이 fraternity.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인데, 오역 해놔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개념을 잘못 아는 듯 싶다.
프랑스혁명에서 자유, 평등, 우애라는 구호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관을 위해 단결해 나가자는 거다.
이런 모습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걸 자유, 평등, 박애로 보면 영 생뚱맞은 구호가 된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관을 위해 우리 모두 사랑하자?

사실 fraternity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말이 아니라, 서양 문화의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비슷한 성격의 집단이 특정한 목적을 위해 끈끈하게 뭉치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원래 자유. 평등. 우애 구호 뒤에는 네 번째 구호가 더 있었다.

"Ou la mort" (아니면 죽음을)

따라서 민주주의는 비슷한 성격의 집단이 자유와 평등을 위해 뭉쳐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그냥 자유와 평등을 위해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로, 가리지 않고 사랑하자는게 원래 이념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그래서 원래 시끄럽고 요란스럽다.
사람들이 저마다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며 죽기까지 뭉쳐 나서는 데 조용할 리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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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오역인지...;;;
박애가 당연한 줄 알았는데 이런 사연이......;;;

민주주의가 시끄러운게 당연한거였네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

알고보면, 오역이 정말 많아요. 저도 영어로 된 책을 접하면서, 한국 내 번역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알게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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