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다시 읽는 400년 전의 편지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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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400년 전의 편지 @jjy

마음껏 푸른 하늘 속으로
가을도 마냥 깊어만 갑니다.
애닯게도 그리운 사람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접어둔 그리움을 펼쳐
다시 읽고 싶어은 편지가 있습니다.
오늘은 400년 전의 편지를 함께 읽고 싶어집니다.


원이 아버지에게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남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 가요?
당신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 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400년 전의 편지는
경북 안동시 정상동 택지개발지구에 묻힌 고성 이씨 이응태의 부인이 쓴 것으로
후손들이 지난 1998년 4월 묘지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가로 60㎝, 세로 33㎝ 크기의 한지에 붓으로 쓰여 진 이 편지는 1998년
9월 25일부터 안동대박물관에 전시됐다. 미망인은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삼고
배 안의 아기의 배냇저고리를 함께 묻어 죽은 남편의 혼을 위로 했다고 전한다.

●이응태 약력
일선 문씨의 손자, 아버지 堯臣(요신, 1523-1611)은 군자감 참봉을 지냈고
壽職(수직)으로 첨지중추부사를 받았다. 응태는 요신의 2남 2녀 중 둘째 아들로
31세에 요절하였다. 조선후기 간행된 족보에 묘 미상으로 되었으나
1998년 412년 만에 분묘로 확인되었다.


손에 비닐봉지 몇 개를 들고 비척비척
걸음이 흐트러지는 노인과 마주쳤습니다.
평소 건강하시던 어른이 못 보는 사이에 이렇게 변하셨습니다.
파킨슨병이라고 하시는데 엄마 없는 손주들을 기르며 겪은 맘고생이
병을 부른 듯해서 하소연을 듣는 마음도 아팠습니다.
하늘이 맺은 연을 사람이 끊는 작금의 현실을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요.


사용한 이미지 출처는 다음 블로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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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음~? 흥미로운 포스팅이군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슬프네요 마음이 아파오네요

아이를 갖고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여인의 심정이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요
머리카락으로 저승길에 신을 미투리를 삼고
눈물로 지은 편지를 함께 묻어
죽음이 인연의 소멸이 아닌 잠시의 이별이 지나
다시 만나고자 했던 마음이 전해집니다.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던가요.

절절 하네요~~
어쩜 그리움을 저리 글에 담아 낼 수 있는지 신기합니다.

떠나간 남편을 향한 마음이 담겨 있어
읽는 사람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지는 것입니다.
사랑은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별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불행을 생각하며 슬퍼할 필요는 없지요.
슬픈 생각은 마음안에 들이지 않으시는
네오쥬님은 현명하신 분이십니다.
감사합니다.

400년전의 애절한 사랑이 느껴지네요.

사랑은 시공을 초월해서
영원히 변치 않는 영혼의 향기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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