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이상한 일 한 가지

in #kr6 years ago

이상한 일 한 가지 @jjy

하루가 지나고 늦은 저녁을 차린다.
덥다는 핑계로 손가는 반찬은 하지 않고 아침에 먹고
냉장고로 들어갔던 반찬을 꺼내 대충 먹는다.

오이지 얄팍하게 썰어 물에 띄우고
메추리알 조림, 꽈리고추멸치 볶음, 가지나물을 덜어놓고
계란찜도 가운데로 자리 잡고 앉았는데 뭔가 허전하다.

김치가 빠졌다. 열두 가지 반찬이 있어도 김치 없이는
밥이 안 넘어갈 것 같아 김치도 한 접시 담아놓는다.

밥을 막 뜨려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옆집에서 도토리묵하고 커다란 봉지에 깻잎을 가지고 왔다.

도토리묵을 보자 갑자기 식욕이 샘솟는다.
좋아하는 도토리묵을 무쳐 먹을까 하다 어쩐지 아쉬운 것
같아 묵밥을 만들기로 한다.

묵을 썰고 김치 쫑쫑 썰고 오이하고 양파도 채 썰어 넣고
파 마늘도 넣고 밑간을 해서 김칫국물을 붓고 통깨도 듬뿍
넣고 참기름도 한 방울 떨구고 냉동실에 있는 얼음을 몽땅
들고 나와 넣는다.

어머니는 얼음이 들어가지 않고 한 그릇 떠 드리고
사또와 나도 한 그릇씩 차지하고 앉는다.
미리 떠 놓고 한 김 나간 밥을 말아 한 입 넣는 순간
모두들 감탄사가 나온다. 내가 만들었지만 완전 환상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일이 벌어진다.
아무리 먹어도 내 그릇은 줄어들지를 않는다. 평소에도
식탐은 별로 없는 편인데 이렇게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 땐
평소와 달리 많이 만드는 버릇이 있다.

많이 해서 많이 떠주고 나도 양이 커지고 나중에 감당을
못하고 남기는 버릇이 있다. 오늘도 먹다 슬쩍 남기려고
하는데 사또에게 들켰다.

내가 또 이럴 줄 알았지

결국 사또가 남은 밥을 비운다.

어렸을 때도 밥을 먹다 남으면 그건 할머니 몫이었다.
그러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아버지 차지였다. 친정 엄마는
자식이 남긴 밥도 못 드실 정도로 비위가 약하셨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엄마가 할머니가 되시고 한 참 지나
손자들이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남은 밥은 항상 엄마차지가
되고 있었다. 자식이 먹다 남긴 밥은 못 드시던 엄마가
손자들이 먹던 밥은 며느리도 안 주고 당신이 드셨다.

우리 아들 어릴 때도 아들이 먹던 밥은 언제나 할아버지
할머니 차지였다. 어머니 말씀이 어머니도 젊어서는 당신
자식들이 남긴 밥은 못 드셨는데 할머니 되시고 나니
손자 먹던 물도 맛있다고 하신다.

이다음에 나도 할머니 되면 그렇게 하려나 궁금하다.


이미지 출처: 다음블로그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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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슬슬 고픈 상황에 묵밥생각이 너무 간절하다는...

오늘 저녁에 한 번 시도해 보시는 건

아니면 요즘엔
도토리음식 전문점도 있으니
얼마든지 시원한 한 끼를 보장받으실 수 있으십니다.

양재동에 묵밥이 정말 맛있는 집이 있는데 요즘은 그 동네를 안지나다녀서 ㅜㅜ 그리고 우리 동네는 어디에 뭘 파는 지 몰라서 ㅋㅋㅋㅋㅋ 나가면 꼭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충분히 하실 거라는 데 한 표^^

사실 아기 침은 엄청난 소화력이 있다고 해요.
선입견만 버리면
고마워하면서 먹어야할 듯^^

저도 할머니 되기 전에
그런 연습부터 해야겠어요.
선입견도 말끔히 청소를 하고
너그럽고 사랑이 많은 할머니가 되도록

하기야 손자손녀들은 보는 순간
눈에서 꿀이 흘러넘칠 것 같기도합니다.
주변에 손주 자랑하시는 분들 뵈면
벌금 내고도 하고 싶다고 할 정도니

넉넉히!! 그게 우리나라 인심 아니겠어요 ㅎㅎ
예전 울 할머니도 그러셨거덩요 손이 큰건 나쁜게아니죠 다같이 나눠먹을려고 그런거니까요^^
기분좋은하루되셔요~~^^

그렇지요?
제가 원래 맏딸에
맏며느리랍니다.
그러니 손 클 조건은 다 갖추고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자칭 왕손이라고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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