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THE DAY 36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5 years ago

일본 후생성에서는 장관 다카하시와 직원들의 대책회의가 한창이었다. 그들 앞에 놓인 차가 싸늘하게 식은 것은 벌써 오래 전이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차를 입에 대지 않았다. 지금 앞에 놓인 사안이 너무 중대해서 숨소리조차 크게 낼 수 없는 상황에서 후루룩 소리를 내며 차를 마실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보고서에 의하면, 불륜들, 다시 말해 바람을 피우는 남녀가 성관계를 가지면 심장마비로 사망한다는 거 아니오?”

보고서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다카하시 장관이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렇게 물었다. 일흔이 넘도록 이런 경우는 처음인지라 다카하시 장관으로서도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같은 질문을 요리조리 바꿔가며 직원들의 다양한 대답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불륜뿐만이 아니라,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지면 생식이 목적이 아닌, 단순 쾌락을 위한 성교의 경우에도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담당직원이 좀 애매하게 대답을 했다. 그는 확신이 없었고, 자신이 하는 말이 옳은 지도 확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의학자들도 밝혀내지 못한 것을 일개 직원이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보인다니? 뭐가 보인다는 말이오? 지금 그걸 보고라고 하고 있소? 확실하게 좀 보고하시오. 정확하게 말이오!”

다카하시 장관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방금 대답을 한 직원을 향해 보고서를 집어던지는 시늉을 했다.

그런 다카하시의 행동은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지만, 누구 하나 입가에 미소를 띠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그렇게 대답한 직원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서로의 무안함을 대신했다.

“정확한 것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사람들한테 일일이 다 물어볼 수도 없고... 또 죽은 사람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다른 직원 한 명이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한 사람의 엉뚱한 발언은 곧바로 전염되어 그렇지 않아도 불편하고 거북한 자리를 더욱 이상한 쪽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이 사람이? 지금 장관인 나하고 농담하자는 거요? 죽은 사람한테 물어본다고?”

“농담이 아닙니다. 저는 사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방금 대답한 직원은 볼멘소리로 대꾸했다. 그는 이런 자리를 길게 끌고 가고 있는 다카하시 장관이 정말 불만스러웠다. 어서 이런 상황이 종료되어 편안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거 참! 이 사람, 꼬박꼬박 말대꾸네!”

다카하시 장관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벌컥 화를 냈다. 다카하시 역시 여기에 모인 직원들의 생각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 회의가 끝나면 바로 수상에게 달려가 무언가를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어떻게 수상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다카하시 장관에게 꾸중을 들은 직원이 돌아서서 입을 삐죽거렸다.

다른 직원들은 그 직원의 모습을 훔쳐보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다만 큭큭 대는 소리가 장관 귀에 들리지 않을 만큼 조그맣게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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