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만 3년은 엄마가 직접 키워야만 한다구요?

in #kr6 years ago (edited)

많은 육아서들은 말한다. 아이의 정서발달과 애착 형성에 가장 중요한 만3세까지는 엄마가 주양육자가 되어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법륜스님도 <엄마수업>이라는 책에서 이를 강조하셨다.

아이가 태어나서 3년까지는 정성을 들여서 헌신적으로 보살펴 주는게 사랑이에요.

육아웹툰엄마수업_09.jpg

네이버의 육아웹툰이다. 그림 한장으로 이렇게 공감가는 표현을 할 수 있다니 그림에 소질 있는 분들이 실로 부러울 때가 있다. 젖먹이 아이를 떼어놓고 회사에 출근해 밤낮으로 일하고 싶은 엄마가 얼마나 될까? 그나마 나는 복지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회사에 다녀서 둘째때는 9개월간 육아휴직을 썼었다. 하지만 실제로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일하는 엄마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 아이 유치원의 선생님만 해도 그렇다. 아이 낳은지 60일만에 복직을 했다. 법으로 출산휴가 90일은 보장하라고 되어 있지만 사립유치원이다 보니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더 쉬고 싶으면 그냥 편히 집에 있으라고 하니 기를 쓰고 친정이며, 시댁이며 애 봐 줄 곳을 찾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엄마들의 현실인 것이다.

우리 아가씨도 딸을 갖고는 출산직전에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었다. 아이를 위해 3년은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용기있게 사직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사는 건 현실이었다. 둘째를 고민하던 아가씨는 현실적인 결정을 내렸다. 아이가 3살이 되던해 아이를 더 낳고 다시 3년을 집에서 있을 수 만은 없다며 둘째는 영원히 포기하고 다시 직장을 구해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 쳐보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있지 않고서는 요즘같은 세상에 남편 혼자 외벌이로 벌면 저축은 커녕 아이들이 자라면서 모아 놓은 재산도 까먹고 마이너스가 되기 쉽상이니 육아 전문가들의 말처럼 3년을 아이만 키우며 집에 있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 어릴 적만 해도 집에서 살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많았다. 남자들도 자신의 능력을 밖으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안식구를 밖으로 내 돌리지 않고 집에서 살림만 하기에 충분한 월급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는 사고가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맞벌이 부부를 원하는 남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시대가 많이 달라지고 사는것이 현실이 된 지금은 우리 남편마저도 내가 같이 벌어주기를 바라니 맞벌이는 선택이 아니라 어쩌면 필수인지도 모르겠다.

현실이 이러 하니 아이를 낳지 않고 인생을 즐기며 사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이 늘어나는 것도, 아이를 하나만 낳는 가족이 많아지는 것도 어찌보면 시대적으로 당연한, 자연스런 현상임을 부정할 수 없다.

주위를 둘러봐라. 한살도 안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고 출근하는 엄마가 수도 없이 많다. 아이가 어쩌다 아프기라도 하면 바쁜 직장일과 상사의 눈치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워킹맘. 매일 제일 먼저 등원하고 제일 늦게 하원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미안하다는 말 대신 사랑한다는 말밖에 해 줄 수 없는 것이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나의, 그리고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집에서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이를 위해 더 좋다는 것을 모르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내가 육아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3세 신화가 널리 퍼진것은 애착이론을 주창한 영국의 정신의학자 존 볼비가 1951년에 발표한 논문에 그 뿌리가 있다고 한다. 볼비는 보육원 등에 맡겨진 유아들의 심신발달이 늦은 이유를 분석한 한 연구보고서를 보고 모성적인 양육결핍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고 이것이 지금까지 많은 육아서에 만3세 신화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그런데 또 이 문제를 오랜동안 연구한 일본의 다른 학자는 최근에 그의 연구 보고서에서 아이가 3살 미만일 때 엄마가 일하더라도 문제행동과 모자 관계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즉,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엄마의 취업은 아이의 발육에 위험요소도, 플러스 요인도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건 오히려 엄마의 마음건강과 부부 사이, 유치원 등의 보육의 질이 될 수 있고, 이러한 요인들이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주어 문제행동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중요한 건 안전한 환경에서 애정을 갖고 양육하느냐 여부이며 엄마뿐만 아니라 조부모나 아빠, 돌보미, 어린이집 보육자도 주양육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디 그러하니 아이를 떼어 놓고 일하는 엄마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엄마라 치부하지 마라. 워킹맘 엄마들은 직접 아이를 3년간 키우는 대신, 그 3년을 마음으로 키운다.

그리고 워킹맘들이여..이제는 좀더 당당해 지자.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했다는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을 이제 내려놓자.남들이 다 맞다고 하는 육아 이론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워킹맘의 아이라고 해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그리고 무언가가 부족한 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지 않도록 누구보다 우리 아이들을 잘 키워보겠노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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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참 어려운 선택인듯 하네요..
아기만 보자니 경제적으로, 반대로 하자니 아기가 생각나고...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우리나라 실정이 좋다고는 말 못하겠네요..

엄마가 집에서 육아에만 전념하더라도 사랑으로 정말 성심성의껏 대해주지 못한다면, 아니한만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 반대로 일을 하지만 매일 아침 저녁 사랑으로 아이를 대해준다면 충분히 아이도 엄마와 아빠에 대해서 애정이 생길거라고 생각됩니다..!!!

아이들도 사람인데 눈치하나는 끝내주니까요..!! ㅎㅎ 어짜피 워킹맘님은 애들에게 잘해주실테니~ 아이들도 바르게 잘 자랄겁니다..!! 당연히!! ㅋ

애안낳는다 욕하면서 육아휴직 쓰려니 뭔 육아휴직이냐면서 또 욕하는 사회...언제쯤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올까요ㅠㅠ 워킹맘들이여! 힘내요 ㅠㅠ

사는 것은 현실인데 꿈같이 살으라고 하고 있네요. 3년 이론도 지금보니 신봉할 게 못되고요. 아이를 누구보다 가장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왜 가장 미안해 하고 죄책감을 가져야하는 지.. 왜 남들의 눈초리를 받고 해명과 설득을 해야하는지! 아이와 가정, 사회의 행복을 위해 오늘도 일하는 세상의 수많은 워킹맘을 응원합니다!!

이론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 크네요...항상 이론보다 훨씬 못한 현실이 넘나 슬픕니다ㅜㅜ다들 힘내셨으면 해요!!

저희 어머니도 장사를 하시며 저를 키우셨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의 사랑이 부족하다 느낀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어요. '아이가 어릴 때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장려하면서도, 정작 그를 지원하는 사회시스템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사직서를 쓰고 아이랑 시간을 보내기에 현실의 벽은 너무 높고..

제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인지 '우리 아가씨'가 아는 분을 지칭하는 것이신지 아니면 해피워킹맘님 본인이신지는 모르겠지만, 둘째와의 시간을 포기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마음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

결혼을 앞둔 여동생을 생각하니 더 와닿네요. 동생은 결혼을 앞두고 오래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업무의 강도와 퇴근시간이 이른 전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예비신혼집이 예비시댁,친정과 가깝다는 것으로 작지만 큰 위로를 받고 있는 것 같네요. 이 시대의 모든 엄마 아빠들 그리고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합니다.

저희어머니도 워킹맘이셨는데 너무 바빠서 1-3세때 저를 할머니께 맡기셨었어요.. 그래서 항상 제가 잘못된 행동을 할때마다 그 시기에 함께해주지 못해서 그렇지 않을까 라고 하며 자책하십니다.
어머니께 일본학자의 이야기를 들려드려야 겠네요.
아직까지 짐으로 생각하시는 모습에 괜히 제가 안쓰러워지거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신환기가 많이 되었습니당

워킹맘님의 필력에 또 놀라네요
어찌 엄마들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건지요ㅎ
저는 그래서 육아책이라고 나온것들은 사실 안읽어요. 읽고나면 엄마를 죄인 만드는 기분이 든달까요? 몰라서 못하는게 아니라 여건이 안되어 못하는경우가 많은데 말이죠. 알아도 행동이 안될때가 많고요. 일할때 참 죄책감도 많이 느끼고 일을 꼭해야하나 싶었는데 위로가되는 글이네요^^

워킹맘이라는 아이디를 쓰신 것도 그러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군요. 그 심정이 참으로 공감이 갑니다.

일과육아를 동시에 해야하는 워킹맘들을 볼때면
같은 여자로 대단함을 느끼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어요^^아이에 대한 무한 사랑은 같은데
그게 무슨소용있겠어요~~
이시대 모든 워킹맘들 응원합니다~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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