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in #kr5 years ago

영등포의밤1.jpg

<친구>

전화를 걸어 뜬금없이
21년산 그 술을 사겠단다

까닭을 묻는 입이 무색하게도
그 술이 당겨서
그냥

공술이라 사랑건배라도 바치려니
시틋한 척 흘기다가
저도 웃고

어떤 이름을 되뇌다
과하게 잔이 오가며
허우룩 웃음기 떨구고는

술에 감겨
전신주에 부딪고
청진동 피맛골에 주저앉은 게
언제라고, 전화했기에

한 잔 하겠냐 묻자 벌써 취했다며
생각 나 그냥 걸었으니
목소리 들어 족하다는 걸

"야, 잠깐만. 금요일 한 잔 하자. 내가 할 말이 있다."
"그래? 그럼 거기서 보자." 하고 끊는 너에게

딱히 할 말이 뭐 있겠어
보고 싶은 거지, 그냥

.......

20대에 시를 쓰겠다고 생각하고 습작을 시작하며
오규원 선생의 시작법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많은 좋은 내용이 있었지만, 두 가지를 늘 가슴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시로 넋두리를 하지 말자는 겁니다.
아무리 좋은 술도 넋두리하는 이와 함께 한다면
맛을 잃겠지요.
둘째는 현학적이지 말라는 겁니다.
잘난 척하는 시는 읽혀지지 않을 겁니다.

이 두 가지를 잘 지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의 시들이 사랑받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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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학적인 넋두리 ....

  • 가던길을 돌아보게 하는말들 ...

좋은 글 읽었습니다

즐거우셨길...

표지속 풍경처럼
수 많은 불빛 같은 작품들이 빛나고 있겠지요.
한 편씩 꺼내보세요.

정겨운 피맛골과 그 주변을 싸돌아다닌 때가 오래전입니다. 친구들과 한잔하다가 다른 친구 불러서 2차 가고 또 불러서 3차 가고 청진동 해장국집에서 입가심 하던게 엊그제 같네요..

저와 동시대를 사시는군요.^^

시로 넋두리 하지 않아도 될 친구가 있어서 좋네요~^^

물론이지요.
속을 좀 버려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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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같이 갔던 술집, 포장마차가 많이 없어져서 좀 슬프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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