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는 스승

in #kr6 years ago (edited)

회식을 하고 사람들이 취하기 시작하면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평소 말이 별로 없는 얌전했던 사람도 술이 들어가면 지구를 지키는 우주용사가 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상대하기 힘든 부류 중 하나는, 술만 마셨다하면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 훌륭한 삶을 살아 왔는지를 끝없이 반복 재생하여 얘기하는 사람들입니다.

회사 입사하고 처음 배치된 부서의 팀장님이 그런 스타일이셨는데, 보통 회식을 하면 자리를 옮겨가면서 거의 5~6시간을 자신의 원맨쇼 자리로 만드시곤 했습니다. 대단하다는 맞장구를 쳐주는 것 외에는 어떠한 대화도 용납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괴로움을 늘 겪어 왔던 선배 사원들은 희한한 방법들을 동원해서 팀장님과의 회식 자리를 피하려고 노력했는데, 팀장님은 더욱 노련하셨습니다.

보통 저녁 6시에 긴급 회의를 소집한 다음 논점이 없는 쓸데없는 회의를 한 시간쯤 한 후에 중요한 전달사항을 아직 전하지 못했다며 자연스럽게 회식장소로 이동하곤 했습니다.

벌써 15년전 얘기이긴합니다. 설마 요즘에도 그런 분이 계실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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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가 중동에서 회사생활을 한지 3년만에 희한한 스타일의 팀장을 만났습니다. 50대 중반의 인도계 캐나다인데, 아침마다 회의를 소집해서는 멀쩡한 정신에 한 시간이 넘게 자기자랑을 늘어 놓습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연륜있는 팀장이니 그간 해왔던 자랑스러운 일들이 많겠구나 정도로 이해했는데 점점 듣다보니 이상합니다. 이 회사는 본인 한 사람의 존재없이는 운영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장이 심합니다. 거의 천지창조 수준입니다.

한 시간이 넘는 훈시를 듣다보면 반쯤 명상에 잠기는 팀원들도 있는데, 팀장은 자신이 방금 무슨 얘기했는지를 제대로 알아 들었는지 돌아가면서 물어 보기도 하는 등 메시지 전달 능력도 탁월합니다.

그런데, 자기 잘난 얘기만 하던 이 사람이 어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만 60세가 되면 정년을 맞이하지만 몇 단계 위의 매니저가 승인을 하면 최대 3년까지 연장 근무를 할 수 있습니다. 만 63세가 되면 더 이상의 방법이 없습니다. 집에 갑니다.

그런데, 계약 전문가 한 사람을 붙잡기 위해서 사규까지 뜯어 고치고 계열사 사장 3명이 승인을 하여 그 사람이 만 65세까지 근무하도록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만 65세에 이르자 임시직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또 다시 오퍼를 주었다고 합니다.

계약서의 문구 하나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수백억이 좌지우지 되기도 하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직책이라고 하며, 진위는 알 수 없지만 그 사람이 작년에 모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순전히 계약서를 잘 고쳐써서 아낀 비용이 900억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은퇴를 대비하여 같은 부서내에서 후계자를 양성했는데, 이 후계자로 알려진 사람은 부서내에서 가장 경력이 미천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미 그 실력으로 인정받고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기존의 전설로 알려졌던 인물이 은퇴를 하는 시기와 맞물려 이제 이 사람의 시대가 열리려는 것 같습니다.

그런 얘기를 들으니 문득 한국에 있을 때의 옛 생각이 다시 났습니다.

저는 보통 후배들과 회식을 하거나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때에도 괜한 인생의 조언 같은 것을 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다 큰 어른끼리 무슨 회사생활 조금 더 했다고 에헴하며 어르신 흉내를 낸다는게 내키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한번씩 생기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만큼 잘나고 노력하는 사람은 천지에 널렸으므로 그렇게 해서는 앞서갈 수 없다. 스스로 노력해서 깨우치려 하지 말고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바지 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져야 한다. 그런 사람 앞에서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뭐 이런 얘기입니다.

저도 돌이켜보면 회사생활을 하면서 남들보다 월등히 잘 하는 몇몇 능력들은, 저의 노력이나 재능과는 전혀 상관없이 스승을 잘 만나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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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허리띠 졸라매고 저축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물가 상승도 따라갈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깨달으시고,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시는 분들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투자 경험이 많지는 않아서 그 방법을 잘 알지는 못하시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 같습니다. 뭘 어떻게 시작해야되는지, 무슨 책을 읽어야되는지 이런 질문들 예전에 많이 받았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말씀 드리지만, 제발 인터넷에서 모르는 사람을 통해 답을 찾으려고 하지 마시고 주위를 잘 둘러보시고 투자의 스승을 만나셔야 합니다. 부동산 투자에 쩌는 사람, 주식으로 떼돈을 번 사람, 비트코인 백만장자가 된 사람 등 넘치도록 많이 있습니다. 그들이 잘난 체를 안해서 티가 안날 뿐입니다.

꽃을 들고 찾아가시고, 작은 선물을 들고 찾아가시고, 심하게 티가 날만큼 존경을 표현하시고 호의도 베푸시고 하면 사람의 마음은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데 그 정도의 성의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굉장히 유명한 사람을 통해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이 얘기하는 메가 프로젝트의 성공 조건은 단 하나였습니다. 바로 "얼굴을 보고(face to face) 얘기하는 것".

이메일 보내고 카톡 보내고 이런거로는 배움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아직 어린 나이인데 너무 구닥다리같은 아날로그 시대 얘기를 하는게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에서 갈무리하겠습니다. 미리, 행복한 불금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p.s. 최근 몇 일간 소형주를 이용한 다양한 거래 기법을 실험 중입니다. 괜찮은 팁을 소개해 드릴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가정이 옳지 않았는지 아쉽게도 실험이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습니다. 좀더 정리가 되면 얘기 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p.s.2. 오늘은 보아의 only one이 아닌 에이핑크의 only one 입니다. 제가 최근 가장 좋아하는 몇 곡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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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turismo님의 글은 항상 좋은 교훈이 됩니다.

직접 대면하는것보다 좋은 의사소통방식은 없겠죠.

얼굴을 보고 이야기 하는 것에 공감합니다. 모든 일은 메일보다 전화보다 효과적인게 그 사람의 표정을 보고 빠짐없이 듣고 빠짐없이 전달하고 이해하는 일이죠.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경험상 부자들이나 성공한 사람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한거 같아요
의도적인 접근이 많아서 그런거겠죠 사회생활이 전무해서 인맥이랄게 없는 저 같은 사람은 그래도
인터넷 세상에서 나마 이런저런 정보도 듣고
배우기도 합니다

저도 작년에 노후때문에 알아보다가 펀드와 주식을 통한 안전한 투자를 알게되서 사전지식없이 그냥 무작정 한분 만나서 조언듣고 가입했었어요. 1년이 지났는데 만불 수익이 났더군요. 아직도 주식은 잘 모르지만 그냥 그분 하라는대로 넣어두고 복리와 배당금 쌓인다고 생각하고 잊고 있으려고 합니다. 스팀도 그냥 내가 좋아하는 글 쓰면서 투자도 하고 하다보면 좋은일이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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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은 더욱 노련하셨다 에서
빵터짐...
15년전이나 지금이나 별 다를게 없죠.
자기 자랑만 하면 다행입니다.
밑에사람 까는게 아트의 경지신 분들도
많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최고에게서 배우고 실패한 사람들에게서도 배워야 하더군요. 성공으로 가는 길은 무수히 많으나 실패로 가는 길들은 정해져 있었기에, 저렇게는 가지 말아야겠다... 하는 길들을 피하면 대실패는 오지 않았습니다.

오지랖 떨지 않는게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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