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스팀)'러빙 빈센트' 그리고 빈센트를 만나러 가는 여행

in #kr6 years ago

얼마 전 스팀잇의 문제아(ㅋ) @thinky님이 <러빙 빈센트>라는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에 대한 소개는 링크한 곳에 가면 너무나도 자세하게 씽키님이 설명해 주셨다.
https://steemit.com/kr/@thinky/-10 (러빙 빈센트 감상기 - 상)
https://steemit.com/kr/@thinky/-loving-vincent (러빙 빈센트 감상기 - 하)

나는 이 글을 보고 홀린 듯 티비에서 영화 다시보기를 찾아 이 영화를 보았다.
유화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인데, 모든 그림이 고흐의 그림을 모사한 작품이라는 것, 그래서 고흐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고흐의 자화상을 재현해 고흐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는 것 등이 특이했다.
나도 영화를 보는 내내 고흐의 작품 속에서 그들과 함께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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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를 보다가 연예인을 본 듯, 고흐의 자화상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직찍을 했다.ㅋ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고흐가 죽기 전에 머물렀던 마을에 2년 전 여행을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언젠가 '유럽 여행기'도 정리해볼 생각이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그때 그곳을 여행했던 생각이 너무 강렬하게 나서 당장 이 이야기는 글로 정리하고 싶어졌다.

그해 겨울 남편과 함께 북유럽을 여행하다가 중간에 여동생과 조카를 만나 넷이서 함께 여행을 했었다.
여동생은 우리랑 여행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이유는 재밌단다^^

앞뒤 여행기는 빼고 그날의 여행만 우선 여기에 정리해 볼 생각이다.

2016년 1월 12일. 파리

고흐가 죽기 전에 머물렀다는 마을 오베르슈오아즈에 다녀왔다.
전철 타고, 국철 타고, 갈아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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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어떻게 타는지 물어보러간 틈을 타서 난 조카랑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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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타는 국철이라 이정표만 수십분째 분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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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철 안의 조명이 알록달록한 것이 마치 관광열차같다.

약간 외곽으로 나오니 집들이 동화 속 집 같다.

오베르슈오와즈는 남프랑스에 있던 에즈처럼 대가의 흔적을 안고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이런 곳으로 여행을 오면 발걸음 하나하나가 의미 있어진다.
고흐가 밟으며 다녔을 길이고, 고흐가 보았을 풍경이며, 고흐가 이곳에서 무언가를 느꼈을테니...
그림 그리며 지내기 참 좋은 소박하고, 조용하고, 아늑한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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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가 그린 마을 성당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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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와 동생 테오가 묻혀있는 무덤이 있어 그곳에도 가 보았다.

고흐는 가난 때문에 병 때문에 힘들고 버겁게 삶을 살았다. 하지만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미친듯이 그리며 살았던지라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무덤 앞에서 "살아 생전 외로웠겠지만, 이제는 세계인에게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으니 편히 잠드세요."라는 말을 건네자, 동생은 옆에서 괜히 울컥했단다.
우리는 그렇게 그의 무덤 앞에서 그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지고 있었다.

무덤을 들린 후 산책 삼아 마을을 어슬렁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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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어슬렁거리는 여행을 매우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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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날으는 밀밭'이라는 그림의 배경이 됐던 곳이다. 진짜 까마귀도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밀은 여름에 와야 황금들판이라는데, 우리가 간 때는 겨울이라 좀 아쉬운 비주얼이었다.

마을을 소개하는 안내소 같은 곳이 있었는데, 그 앞에 화구를 짊어지고 그림을 그리려고 막 나선 고흐의 동상이 하나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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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으로 그의 손을 잡아 보았다. 마치 함께 그림 그리러 나서는 느낌이 들었다.

또 어슬렁어슬렁거리다 보니 작은 마을에 어울리는 작은 시청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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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가 평범하게 생긴 이 마을 시청도 멋진 그림으로 재탄생시켰다.

고흐가 지냈다는 여관은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대서, 거시서 점심도 먹고 그림도 그릴랬는데, 문을 닫았네? 관광객이 적은 철이니 휴가를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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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에 고흐의 방도 있다는데, 문을 닫은지라 구경은 못했다. 인터넷에서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약간 실망스러울 정도로 아무것도 없다고 하던데.. 아쉬운데로 그 앞에서 내 머릿속에 고흐의 방만 상상하기로~

다른 작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여기가 작은 마을이긴 한가 보다. 종업원이 영어를 못한다. 그나마 영어좀 한다고 주방장이 나와 주문을 받았는데 그도 그닥~~
파리 시내를 다니면 왠만한 사람들이 영어를 곧잘 한다.
그러다 영어 못하는 시골 마을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니 더 프랑스스럽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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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나오기 전, 세상 순진한 프랑스 시골 청년인 종업원과 사진도 한장 찍었다. 그의 얼굴이 불타 오른다ㅋㅋ

마을은 아주 작아서 하루 산책하며 돌아보기 딱 좋다.
다시 국철을 타러 가려는데, 지하도에 아주 예쁜 그림이 벽에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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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점심을 맛있게 먹은지라 저녁은 패스하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오늘 본 고흐가 그린 성당 그림을 누가누가 잘 그리나 뽐내기 대회를 하기로 했다.
우리끼리 이름도 거창하게

"제 1회 파리 고흐 125주년 추모전" 두둥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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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고흐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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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고흐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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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흐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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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고흐 성당. 원래 그린 건 엉망인데 사진이 깜짝 놀라게 잘나와 배꼽을 잡고 웃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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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그린 오베르슈오와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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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고흐와 테오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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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그린 성당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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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리고 서로 너무 잘 그렸다며 좋아서 엽서라도 만들겠다고 모아놓은 그림.

우린 이러고 노느라 여행이 더 즐겁다.
전시회 참가한 작가(?)끼리 와인 한잔하며 오늘의 멋진 여행이야기와 그림이야기를 하며 늦게늦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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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의 문제아 thinky
ㅋㅋ. 이글에 먼저 빵 터졌네요.^^

역사적인 장소를 직접 걸어보시다니!! 완전 부럽습니다. 그곳을 다녀온 기억과 영화가 겹쳐졌다면 정말 즐겁게 보셨겠어요.!!!

네, 스쳐지나간 듯한 곳곳의 풍경이 모두 되살아나더라구요, 영화보는 내내..^^

우와... 너무 멋집니다.
현지에서 직접 느끼는 고흐의 흔적이라니...
고흐의 성당도 직접그리시고 ㅎㅎㅎ
정말 추억가득하고 미소가득 합니다.
좋은 추억 공유 감사합니다 :)

고흐를 사랑한다면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이랍니다.
저도 황금밀밭이 펼쳐질 때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요^^

어슬렁거리며 그림까지 그리며 다니는 여행
제대로 즐기셨네요.
뻔한 여행이 아니라 더 재밌어 보여요.
전 항상 뻔한 여행만 다녀요.ㅎㅎㅎㅎ

이벤트 참여 감사합니다.
맞팔과 풀보팅 완료합니다.
앞으로도 쭈욱 소통 이어나가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남편에게 용돈 주시는 멋진 @lucky2 님 오셨네요, 반갑습니다.
뻔하게 다니는 여행에서도 각자 느끼는 게 달라 모든 여행은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쭈욱 소통하고 싶어요^^

ㅎㅎ gghite님 날마다 성장하고 계시군요!
보상액은 물론 스티미언들과 소통과 교류 인맥까지!
너무너무 멋지십니다 ^^
저도 사진으로 뵙게되어 더욱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
좋은 저녁 되십시오~!

제가 처음 스팀잇에 들어와 대역폭의 덫에 걸려 꼼짝도 못할 때 @innovit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에요.
그리고 스팀잇에서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여기가 너무 좋아지고 있어요.
즐길 수 있는 곳에 왔으니 즐겨보려구요^^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한주 수고하세요
코인거래소인 고팍스에서 멋진 이벤트중이네요!
https://steemit.com/kr/@gopaxkr/100-1-1

우와~~!
진짜 이렇게 오시네요.
짱짱맨을 호출하니, 뜨악 소환되는 거네요.
신기해라~

파리에서 차로 여행만 다녀서인지 못가본곳 이네요..간접여행 감사합니다. 몽셀미셀가느라 줄기차게 운전하던 기억이 나네요.^^

몽셀미셸에 사람들이 많이들 가더라구요.
저흰 거기는 못가봤는데...
파리엔 볼 게 많아서 아무리 여러번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여전히 갈 곳이 많네요 ㅋ

제가 감동한건-제가 사랑하는 고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지지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거네요. 고마워요. 훨씬 가차워진 느낌이네요.

아.. 워낙 다른 sns랑 시스템이 달라 얼굴 들어간 사진을 올릴지 말지 한참 고민했는데..
여행하며 그곳에 내가 있었다는 추억을 담느라 죄다 얼굴 들어간 사진밖에 없더라구요.
특히나 여행지의 사진에서 우리가 없는 사진은 내 추억이 아닌 듯도 느껴져, 못난 얼굴이지만 또 박제될 사진이지만 올리기로 했습니다.ㅋ

저도 타타님 글에서 얼굴을 봤으니 우린 일면식이 있는 이웃이 되었네요 ㅋㅋ

우리는요. 그곳의 풍경이 궁금하다기 보다 그 풍경을 함께 한 사람의 느낌과 내면의 움직임이 궁금한걸거에요.^^

하이트님! 흑흑.. 그렇죠 제가 문.. 문제아 ㅠㅠ 어쩌다 이런 문제아가 되었는지 말이에요 ㅋㅋㅋㅋ

아까 글 올리시니 제 아이디가 링크되어서 띵! 하고 알람이 왔는데, 미팅중이라 문제아라는 단어 외에는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ㅋㅋ 이제서야 앉아서 댓글 달아 봅니다 ^^

아아 오베르의 황금 밀밭을 사진으로 보고 싶었는데, 겨울이라 볼 수 없었던 것이 넘 아쉽네요! 그리고 빈센트가 묵었던 라부 여관도 조금 궁금하긴 했는데, 안에 아무것도 없다니 그냥 상상만 하는게 더 좋을것 같기도 하네요 ^^

그런데, 가족분들이 정말 화목하고 건설적인(?) 시간을 보내시네요! 여행 후 감상 그림 그리기라니요! 정말 멋져요 ^^
하이트님은 현대미술 모른다고 하실 필요가 없을것 같아요. 이렇게 일상에서 그림을 사랑하시는데 말이에요.

덕분에 사진 감상 잘하고, 오베르 다녀온 기분입니다. (하이트님 잘나온 사진도 보고 나니까 더 반갑네요 ^^)
러빙빈센트도 잼나게 보셨다니 추천해 드린 보람이 있습니다! ㅎㅎ좋은 밤 되세요 :D

씽키님은 어쨌든 스팀잇에서 핫한 인물이 되셨어요^^

밀밭도 아쉽고 여관에 못 들어가 본 것도 아쉽고 겨울이라 마을 사람들도 많이 안 보여 아쉬웠지만, 조용히 산책하며 고흐를 느끼기엔 너무 좋았어요.

우리가 저러고 놀길 좋아해서 특히 동생이 우리랑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언제나 배가 찢어지게 웃으며 다니거든요 ㅋㅋ

마을이름이 너무 어려워 그날도 중얼중얼 외우며 다녔는데, 그냥 오베르라고 부르면 되는 건가요? 길을 물을 때도 발음 때문에 혀에 쥐나게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ㅋㅋ

글쎄 원래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가 맞겠죠??;
근데 불어전공 언니에게 물었더니 우아즈는 강 이름이라고 해요. 그래서 쉬르 우아즈 라고 하면 "우아즈강 위의" 라는 뜻이라니.. 우아즈강 위의 오베르가 되는거라서 오베르로 줄여부르기도 하는가보네요.
영화에도 오베르라고 부르는 장면도 좀 나왔었거든요^^ 현지인 아니면 사실 지명은 좀 어렵잖아요!

고흐 그림 저도 참 좋아하는데 ㅎ

영화 ‘러빙 빈센트’를 보셨나요? 고흐의 그림 속에 들어가 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더라구요.
추천합니다~

네 그거 진짜 유화로 한장한장 그린 엄청난 영화로 알고있어요.

어슬렁 거리는 여행이 정말 좋다고 공감하고 내려오는데
가족들이 모여 그린 그림을 보니
함께 같이 본 풍경을 그림으로 바라보는 것도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들 너무 잘그리시는 거 아닌가요?

동네 날라리(?)들처럼 어슬렁거렸답니다.ㅋ
맞아요. 같이 여행하니 공감한 것도 많은 상태에서 그림까지 그려보니 더 큰 추억이 새겨지더라구요.
못 그린 그림도 그날의 그림은 남다르고요.
칭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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