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선언'으로 시작해서 'Steemit Love'로 끝나는 글

in #kr6 years ago (edited)

현대 부르주아 사회는 자기가 주문으로 불러낸 저승 사자의 힘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 마술사와도 같다

부르주아 사회의 어떤 단면들은 자본주의 그 자체를 표상한다. 자본주의는 ‘돈’을 이 세상에서 가장 필수적이고 중요한 가치로 만들었다. 그리고 자본가 계급 중 다수는 점점 더 많은 이윤을 원할 뿐,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 더 큰 공장, 더 많은 노동자, 더 효율적인 생산과 판매를 원한다. 돈을 더 많이 가진다면 자신이 성공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 많은 돈의 출처는 생각지 않는다. 자신의 실력과 노력에 기인해서 그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고 노동자들의 복리후생에는 큰 관심이 없다. 노동의 대가인 임금으로 모든 노동가치에 대한 보답을 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생산 수단의 소유자인 자본가 계층이 맹목적인 확장에 집착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문제이지만, 각 나라의 경제 대공황을 통해 그 자체의 한계성 또한 이미 드러냈다. 경제를 독보적 가치로 만들어 버린 체제 속에서 그 유일신이 퇴보하고 망가졌을 때, 그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 역사상 반복 됐다. 그렇기에 자기가 불러낸 저승 사자는 자본주의 체제를 의미하고 그 것으로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이가 마술사인 자본가 계층이다.

(최상단부는 '공산당 선언' 중 일부이다. 힘이 느껴지는 문장이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본래 문체는 상당히 난삽하다. 그 어떤 개념이나 정의에 관해서도 주관적 해석을 거치지 않는 적이 없고 그 과정이 전부 글에 드러나기 때문에 우리가 자본론에서 그의 사유를 따라가며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공산당 선언'은 자본론에 비해 명확하고 간결하다. 추론 과정을 생략한 채로 결론만 나열했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 판단에 행동가이기보다 사유가였던 마르크스의 성정은 자본론에 여실히 드러난다.)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과 자본가의 차이는 무엇인가

재산의 규모를 이용해 다시 재산을 (빠르게 많이) 늘리고 수중의 돈이 구체적 용도를 가지기보다 그 자체로 온전히 남고 혹은 확장되는 일이 더 중요해지면 돈이 자본이 되고 '이런 식으로 돈을 운용하는 사람'이 자본가이다.

마르크스를 살짝 꺼내고 '자본가 이야기'를 함이 꽤나 부담스럽다. 내 마음 속의 죽창을 글로 꺼낼 것이라고 오해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뉴스에 등장하는 못된 자본가들만큼이나 착한 자본가가 많다. 더구나 돈으로 돈을 불리는 일은 대부분의 현대인이 하고 있는 재테크에 속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재산을 모아놓는 일 역시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돈이 자본이 되고 자본가로서 돈을 운용한다면 축하할 일이다. 문제는 '자본의 인격화'이다.

지상과제는 오직 자본의 축적과 확대 뿐이어서 오늘 축적한 자본은 내일 더 큰 축적을 위함이고 내일 이루어지는 자본의 확장은 그 다음 날의 더 큰 확장을 위한 준비일 뿐인 상태

마르크스가 파악한 자본의 속성은 위와 같은데 이것이 인격화 된 이들이 '자본가'라고 그는 정의한다. 나는 확실히 그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팀잇의 자본가

결국 이 부분을 위해 긴 서두가 필요했다. 마르크스는 자본가에 대해서 극단적인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스팀잇의 자본가들을 본다면 그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까? 스팀잇에서 드러나는 갈등 중 큰 축은 '자본가(고래)의 스파 운용 방식'에 대한 것이다. 갖가지 논점에 대한 설명이나 가치판단은 생략하겠다.

여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본의 힘만으로 윽박지르고 누군가를 핍박하는 고래를 아직 본 적이 없다.

그것이 과연 '다운보팅'이라는 유일한 시스템적 제재의 효과일까? 자신이 많이 가졌다면 그 것의 축적과 확장만 신경쓰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나누겠다는 사람이 여럿이다. 그 방법들과 각각의 영향에 있어 견해 차이가 있지만 나는

많은 고래들에게 '필요 이상 또는 사회 일반 이상'의 선의가 있다고 느낀다.

스팀잇에서 그들의 선의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서 이미 필요나 사회 일반 수준을 초과한 것들임에도 온당한 (긍정적)평가를 받지 못 한다. 몇몇의 거대한 선의에 우리는 무감각하고 일상화 된 감사만을 보내며 내가 참여하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그 또한 선의로 시작된)이익 분배 행위를 배척한다. 하지만 이 공간에 마르크스가 그렸던 탐욕의 화신인 자본가는 없다.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하다.

나는 스팀잇을 좋아한다

많은 구성원의 말과 행동이 세상과는 달리 '자본 편향적'이지 않아서 좋다. 하지만 이는 자본 편향을 배척하려는 태도가 아니다. 위에서 서술한 '자본의 인격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의 자본 추구가 이 곳에서 적정한 기준으로 정착하는 모습에 놀랍고 감동을 느낀다는 의미이다. 오히려 '공동의 선'을 지향하는 편향이 이 곳의 성격이라고 한다면 내가 너무 오해오바하고 있는 것인가? 같은 스팀잇, 같은 커뮤니티 안에서도 느끼는 감정은 제각각일 듯 하기 때문에 내 경험과 소회를 일반화 시킬 수는 없다.

일일이 떠올리지 않아도 꽤 여러 번 스팀잇을 찬양했다. 찬양의 이유는 늘 같았다. '선의와 사람이 있는 곳' 이런 구호로 바깥의 누구를 꼬셔 올 수 있을까? 누가 믿기나 할까? 겉으로 보이는 것만 이야기 해주면 선의의 주체들이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지을테고, 시스템적으로 그들이 착한 행위로 사익을 극대화 할 방도가 없고 마음만으로 한 행동이라고 설명하면 듣지를 않을 것이다.

아마 스팀잇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시기는 다시 스팀 가격이 오르고 올라, 말그대로 스팀잇이 '스팀이라는 세도가(勢道家) 혹은 부잣집'의 초입 역할을 하게 될 때일 것이다.

나는 온갖 군상이 모여 활기 있어진 스팀잇 저자거리를 상상한다. 지체높은 양반까지는 못 되겠지만 그래도 저자거리 한 구석에 구멍 가게 하나 정도는 차리고 있을 나의 위상도 꿈꾼다. 그 때는 지난 2년 간 스팀잇에서 나오고 사라지고 다시 떠오르고 묻혀지기를 반복했던 화제들이 또 등장하고 토론이 열릴 것이다. 다시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이 곳을 비난하고 떠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남은 사람은 그 때도 남을 것이고 또 다른 우리들이 그 후의 2년, 또다른 2년을 우리와 함께 만들어 갈 것이다. 그렇게 늘어가면 된다. 스팀시티가 스팀나라가 되고 스팀대륙도 되면 좋겠다.

처음에 서로가 조금은 수줍고 좀 많이 예의 바르고 그러다가 일면식 없이도 마이쮸 하나 반찬 하나 나누는 이 곳의 인심에 초심자들이 동요(動搖)하고 동화(同化)하기를 바란다. Steemitlove 프로젝트 없이도 다시 피드가 스팀잇 사랑글로 도배되는 날을 기다린다. 아마 곧 올 것이다.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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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즐거운 스팀잇 하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

가든님, 주제와 약간 동떨어진 것도 같지만,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대한 또다른 시각도 있어요. 저는 이런책에는 관심이 없지만, 혹시, 가든님께서 관심을 가질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이 책을 번역한 분과 대담한 클립이 있어요. 그것도 링크 시켜 둘께요.

경제학에서 자본론은 실퍠작... 좌파는 고전마르크스주의 버려야

번역서 정보 : 카를마르크스 - 위대함과 환상사이

ps. 저는 개인적으로 현재시대도 그렇고 과거시대도 그렇고 미래시대도 그렇고 물질주의와 정신주의의 헤게모니싸움이라고 봅니다. 물질주의 속에 자본을 추구하는 속성이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정신주의에 너무 치우치다보면 정신병자세상이 되긴 하지요. 그래서 물질과 정신을 적절하게 균형시키는 물질정신애매모호주의를 찬양합니다. 스팀잇에서 가치생산과 이것이 교환가치로 자연스런 이동이 이루어진다면 좀 개선될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인간은 육체적인 몸을 가진 지라 탐착의 달달한 욕망을 벗어버리긴 힘든거 같습니다. 그 중심에는 돈이 있지요. 그런데 스팀잇에 들어오는 동기 자체가 대부분 돈벌려고 뛰어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저역시도 당장에 돈의 추구라는 측면에서 균형잡힌 시각을 갖기 어렵구요.

또하나, 욕망의 측면에서 쎅한 여자가 유혹하면 와르르 무너질것 같거든요. 아무리 독야청청 푸르디 푸름을 주장하는 사람이라도 세속에 단 3일동안만 있으면 도낀개낀이 되기 쉽지요. 제 말은 돈, 물질, 욕망으로 점철된 인간의 역사는 항상 순환반복되지요. 그래서 작두타는 조마조마한 조심성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당장에 무너질수 있다는 인정함과 동시에 제어만이 있을 뿐이지요.

그래도 스팀잇 가수왕~

기사의 내용에 일부 동의합니다.(피터님의 의견에는 십분 동의합니다!) 본 포스팅에 담으려다 만 것들이 있는데 자본론의 1권만 마르크스가 직접 집필하고 2,3권은 엥겔스가 마르크스의 원고를 정리했다는 내용은 많이 알려져 있지요. 1권은 주로 '노동 가치'에 관한 이야기인데 마르크스는 생산에 다른 요소들도 있는 것을 알면서도 노동 가치에 대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합니다. ('노동 가치설'은 후에 마르크스의 이론에서 도구적 성질을 지니는 이론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만 집착하는)많은 마르크스 비판자들이 1권을 물고 늘어집니다. 논쟁 거리가 있다는 점과는 별개로 문장과 논리 자체는 1권이 2,3권에 비해 매우 훌륭합니다. 저는 머리에 머무는 생각들을 깔끔하지는 않지만 (능력 안에서는) 최대한 풀어서 적는 것을 추구하는데 그러다보니 자본론 1권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그 이유로 마르크스와 관련된 이야기가 곧잘 소재로 활용되고요.. (공산당 선언 이후에..행동가로서는 깜냥이 안 되는 마르크스가 사회운동 전면에 나서게 된 점이 아쉽기도 합니다..ㅜㅜ)

마르크스나 프로이트, 다윈들이 케케묵었다는 점을 인정 하면서도 그들에 대해 깊게 이해하는 자가 드물다는 점도 함께 상기합니다. 저는 그들을 20%도 이해하지 못 한 모자른 사람입니다. 그래서 여전히 자본론, 꿈의 해석, 종의 기원을 넘지 못 하고 머물러 있네요.. 아직 시간과 공부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전에 추천해 주신 남회근 선생의 책을 몇 권 사놓고 아직 읽지 않고 있습니다. 피터님의 관심과 여러 건설적인 도움들이 저를 기쁘게 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

ps. 댓글이지만 몇 번을 수정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댓글로 저와 소통해 주셔서 진심으로 즐겁습니다!!

케케묵은 철학은 없는거 같습니다. 케케묵었다고 무시하는 그 사람이 케케묵은 사람이지요. 자기 덫에 빠져버린거겠죠. 그니까 그렇게 낮출필요는 없는거 같습니당. 저도 책은 엄청 사두고 읽지않은 게 많아요. 제 꿈은 사논 책은 다 읽고 죽자인데 아마 불가능할거 같습니다. 남회근 선생의 책은 인연이 되면 읽게 되겠지요. 제 지인이 남회근 샘의 중용강의를 번역하고계시고 거의 완결되었는데 제가 조금 도와드렸거든요. 그거 출판되면 선물로 드릴께요(조만간이 아니라 아마 올해 안에 나올것 같습니다. 너무 기대는 마시고요. 읽지않아도 소장가치는 있어요.) 남회근 선생의 책들은요.

제 부족한 글을 의미있게 읽어주시고 보팅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제 댓글에 보팅은 하시면 안됩니다! 제 것은 피터님의 댓글처럼 가치있는 댓글이 아닙니다. 그래도 감사한 마음은 온전히 받겠습니다. 책 선물을 받고 싶습니다. 저에게 지식을 매개로 하는 친구이자 동료이자 선생님이 생긴듯 하여 매우 즐겁습니다! 역시 처음 뵈었을 때 제가 느낀 것이 정확했습니다. 피터님의 역량에 대한 저의 판단~~ 예전 댓글을 찾으러 가봐야겠습니다!ㅋㅋ ^^

책은 나오면 바로 보내드릴께요. 올해안에 나올예정입니다.

ps. 선생님주제는 못되니까 그저 동료이자 친구가 좋겠네요. 연장자우대를 하고프면 형님아~도 좋긴하네요. 개인적으로그냥 피터가 펀해요

스팀잇에서 그들의 선의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서 이미 필요나 사회 일반 수준을 초과한 것들임에도 온당한 (긍정적)평가를 받지 못 한다. 몇몇의 거대한 선의에 우리는 무감각하고 일상화 된 감사만을 보내며 내가 참여하지 않는 곳에서 (그 또한 선의로 시작된)이익 분배 행위를 배척한다.

제가 요즘 느끼는 바와 일치합니다. 필요 이상의 희생을 하시는 분께는 그 이면에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며 의심부터 하는 태도가 안타깝습니다.ㅠㅠ

그러게 말입니다..공기처럼 있던 선의들이 사라지고 나면 그제서야 있던 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까요..? 늘 제 글에 들러주셔서 무한히 감사합니다 ㅜㅜ!

즐겁게 스팀잇 하시기바랍니다
홧팅입니다~!!

격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즐겁게 오래오래 하겠습니다~~ ^^

'공산당 선언'이라는 글자에 동물적으로 이끌려 들어왔습니다.ㅋㅋㅋ

나는 온갖 군상이 모여 활기 있어진 스팀잇 저자거리를 상상한다. 지체높은 양반까지는 못 되겠지만 그래도 저자거리 한 구석에 구멍 가게 하나 정도는 차리고 있을 나의 위상도 꿈꾼다.

저도 좀 이런 표현력 좀 갖고 싶어요.흐흐

불금뮤직의 애독자로서 말씀 드리자면 이미 표현력은 저보다 좋으십니다! ㅋㅋ ^^

공모전 글을 읽고 있는데 드릴 말씀이 있는데...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할까용?

누님, 메일 주소 알려 주시면 제 핸드폰 번호를 메일을 통해 알려 드릴테니 누님이 저를 바이버에서 추가해 주시겠습니까? 메일 주소 댓글에 직접 박제 하지 마시고, [email protected] 으로 아무 말이나 적으셔서 메일 주시면 제가 그 곳으로 답장 보내겠습니다!! ^^

보냈어요 ㅎㅎ

방금 답장 보냈습니다.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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