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

in #kr6 years ago

봄이 오는 소리

봄비가 내리면서 어느 덧 날씨도 봄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집 근처 공원에서 개구리가 깨어난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 곧 봄이 온다는 생각에 옷장 안의 옷도 봄철 옷으로 바꿔야겠습니다.

오늘은 최근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의학과는 상관 없는 내용을 올려보고자 합니다. 주제는 교육입니다.

혹시 Poly, 베스트키즈, KDLP, 베베궁, LCI 라이즈, 메이플베어, JFK, Till I’m eleven 등등의 상호명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 들어본 적이 있다면 아마 5~7세 자녀를 두셨거나 초등학생 이상이 된 자녀를 두신 부모님일 것이고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어서 들어본 적이 없으시다면 앞으로 수년 내에 들어보게 될 단어들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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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상호들은 영어유치원 (이하 영유로 통일) 의 상호들입니다. (극히 일부분으로 언급하지 않은 상호들이 훨씬 더 많이 있습니다.) 저는 만 6세된 (우리나라 나이로 7세, 향후 나이는 우리나라 나이로 통일) 아들이 있는데 그 동안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올해에는 애엄마가 영유에 보내자고 하여 작년 11월경부터 집 근처 영유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유에 반대했지만 애아빠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ㅠㅠ 애엄마가 보내고 싶다면 보내야지요. ㅠㅠ)

저는 30대 중반인데 제가 유치원 다니던 90년대 초반만 해도 일반 유치원이 고작이었지 영어유치원이라는 것은 도무지 들어볼 수 조차 없던 단어였습니다. (물론 사회의 고위지도층들께서는 보내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 서민 기준으로는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저의 자녀들이 이제 곧 초등학생이 된다고 하니 영유를 필두로 한 사교육이 점점 피부로 와닿게 되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영유는 보육시설이 아니라 학원으로 분류됩니다. 즉 영유를 보낸다는 것은 유치원이 아니라 학원에 보낸다는 뜻이죠.

영유는 크게 학습식과 놀이식으로 구분됩니다. 학습식은 학업성취 결과에 중점을 두어서 phonics, reading, writing 등을 강조하여 가르칩니다. 학원 수업이라 생각하시면 느낌이 비슷합니다. 놀이식은 아이들이 좀 더 편하게 영어를 접할 수 있도록 신체활동, 사물놀이 등을 통하여 영어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영유의 구분이 딱 학습식, 놀이식으로만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고 반반인 곳도 있고 1/4, 3/4 비율로 섞인 데도 있고 커리큘럼은 각 영유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냅니다. 여기서 아이들에게 학부모가 원하는 결과를 잘 이끌어내는 곳이 인기있는 영유가 되는 것이지요.

영유의 입학은 5세부터 시작됩니다. 즉 5세부터 영유를 다니면 5,6,7세까지 3년을 다니고 8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저의 아이는 5,6세는 어린이집을 다녔고 7세에 1년을 영유를 보내보려고 하는 상황이었죠. 영유의 7세 반은 3개로 나뉘어 있습니다. 5세부터 다녀서 3년째 인 7세 3년차 반, 6세부터 다녀서 2년째인 7세 2년차 반, 7세에 처음 들어오는 7세 1년차 반이 있습니다. (무슨 레지던트 연차 따지는 줄 알았습니다.) 영유에 오기 전 해외에서 살았거나 다른 선행학습을 통해 영어를 잘 하는 친구들은 입학테스트를 통해 실력에 맞는 반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처음 접하는 친구들은 무조건 7세 1년차 반에 들어가야 하지요.

여기서 놀라운 것이 7세에 영유를 보내려면 대기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사교육도 그렇겠지만) 인기있는 영유의 7세 1년차 반은 경쟁률이 몹시 심하여 입학테스트를 잘 보거나 엄청 일찍 신청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저희가 무려 5개월 전에 알아보았음에도 애엄마가 보내고 싶어했던 영유는 대기를 해야 했습니다. 이에 일단 대기를 걸어놓고 다른 영유들을 알아보는데 돈만 내면 받아주는 영유는 커리큘럼이나 시설이 안 좋거나, 집에서 다니기 불편하거나, 맞벌이 부부에게 제일 중요한 늦게까지 보육이 안 되거나, 다른 학부모들의 후기가 안 좋거나 등 마음에 딱 맞는 영유를 찾는 게 무척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 아이는 6세 때 집에서 알파벳을 가르치긴 했지만 남자 6세가 엉덩이 붙이고 있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사실 저도 어릴 때는 놀아야한다고 생각해서 공부보다는 맘 편히 놀렸는데 막상 입학테스트를 보니 줄줄이 낙방(?)하였습니다. 인기 있어서 보내고 싶은 영유는 낙방하여 보내지 못하고 대기가 없어서 돈만 내면 받아주는 영유는 시설이나 커리큘럼이 애엄마 마음에 들지 않는 아주 복잡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더불어 아이의 성취도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나오자 생기는 엄마의 불안감은 덤으로 왔지요.

그리고 잠시 언급드리자면 영유의 한달 교육비는 대략 110~150만원 사이입니다 (금액은 각 원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 사이 간간히 있는 특별행사의 비용, 친구들 생일파티 선물, 할로윈 파티 비용 등은 extra charge입니다. 학원 수업은 대략 9시 30분부터 시작하여 2시 반경에 끝나더군요.

이상의 내용은 저와 애엄마가 대략 10군데 정도의 영유를 돌아다니면서 상담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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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으시고 어떤 느낌이 오셨습니까 ?? 저의 느낌은 과연 이렇게까지 하면서 우리가 영유에 보내서 영어를 공부시켜야 하는 것인가 였습니다. 영유에 일찍 보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 물론 언어는 일찍 접할수록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저 또한 개인적인 행운으로 유년기에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어서 영유의 긍정적인 면에 대하여 부정하지 않습니다.)

작년에 출시된 구글 픽셀버드입니다. 이미 세상이 인공지능에 접목된 인터넷 번역기를 통해 언어의 장벽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아기부터 외국어를 공부시키는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으려나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번역기의 도움 없이 외국인과 농담따먹기를 할 정도가 된다면 바랄 나위 없겠지만 우리가 비즈니스, 학문적인 수준의 외국어를 구사하는 데 과연 유아기부터 영유를 보낼 정도의 자원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현재 기술발달의 속도를 고려한다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제가 영유에 대해 부정적인 것이 영유를 보내는 것이 부담스러운 맞벌이 흙수저의 푸념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 잘 산다 하는 집안들은 정말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영유를 보내고 있더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썼지만 결론적으로 저희 아이는 우여곡절 끝에 영유를 가지 않고 다니던 국공립 어린이집에 계속 다니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오프라인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ㅎㅎㅎ)

세상은 계속 발전하고 기술은 우리 삶을 꾸준히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 스팀잇에 계신 스티미언들은 그 변화를 몸소 느끼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자원은 유한하고 우리 인생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지식을 얻기 위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습득하는 것은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지혜라고 믿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지혜를 물려주기 위해 저 또한 부단히 노력해야겠습니다.

ps. 혹시라도 독자 중에 자녀를 영유에 보내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기분 나빠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영유의 외국어 습득에 있어서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놓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각 가정의 종합적 상황에서 제일 좋은 선택을 했다면 후회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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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영어교육분야에서 일해온 사람이지만 저도 영유를 추천하진 않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영유를 다니고 안다니고는 리스닝의 차이정도이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영유에서 영어에 질겁했다 몇년 영어를 쉬는 아이들도 더러 볼 수 있구요. 우리가 티비에서 또는 주변 사람들의 말로 전해듣는 영유다녔더니 영어를 엄청 잘한다는 아이들은 극히 드문 경우입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도 충분히 나중에 어려움 없을겁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ㅎㅎ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사교육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ㅎㅎ ^^

안녕하세요. 교육 관련 이야기랏니 들어오게되었네요. 저는 어제 막 시작한 스팀잇 신입 고등학생입니다. 저는 영어를 쭉 안배운 상태에서 산거 같습니다. 어렸을 땐 생각없이 놀고 책은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이 무섭습니다. 영어는 필요하되 적당한 정도만 배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때 수학 과학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당! 앞으로도 자주 소통해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교육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눈을 의심케하는 가격이로군요. 아이가 영어에 자연스러운 흥미를 유도할 수 있는 방향의 교육법이라면 찬성이지만 비용적으로 너무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어 유치원이라고 명명되어있는곳보다 원어민이 있는 영어 회화학원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강남은 200 부터 시작합니다 ㅎㅎㅎ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어준 영유 투어였습니다 ㅎㅎ

참 어려운 분야인것 같습니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상황에 맞게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경제적인 상황이 된다고 다다익선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응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대로 개개인의 가치관대로 살아가은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한 번 뿐인 인생 후회없이 살아야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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