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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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명한 책의 리뷰를 쓴다는건 나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늘 미천한 글 실력으로 나의 발등을 찍곤 하니까. 그래도 좋아하는 책이니까 일단 써보기로 했다.

제목에서 보듯이 이 책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도대체 참을수 없을 정도의 존재의 가벼움은 무엇일까. 제목부터가 참으로 흥미롭지 않은가. 이 책은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나의 존재의 무게에 대비하면서 읽은것 같다.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드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는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작가 밀란 쿤데라가 삶의 무게에 어떠한 의미도 부여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 명의 등장인물에게도 가벼움과 무거움은 그들 각각의 생의 무게를 지탱해주지만 그 역시도 종국에는 내일이면 사라질 가벼움이었다.

저항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무거움과 진지함의 소유자 테레자, 그리고 그녀가 사랑한 가볍고 자유로운 영혼의 바람둥이 외과의 토마시, 그의 또 다른 애인인 자유분방의 대표주자 사진작가 사비나, 그녀의 애인 대학 교수 프란츠.

1968년 프라하의 봄, 일장춘몽 같았던 둡체코의 자유로운 사회주의는 끝이 나고 소련이 쳐들어오면서 테레자와 토마시는 스위스의 제네바로 도망간다. 토마시의 끝없는 '에로틱한 우정'놀이에 테레자는 체코로 돌아오고, 테레자를 따라온 토마시는 의도치 않게 정치적 사건에 휘말린다. 결국 토마시는 외과의라는 직업을 잃고 유리창 청소부가 되었지만 그의 여성편력은 끝이 없다. 토마시의 또다른 연인 사비나는 조국을 잃은 여자라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해 더 많은 자유를 갈구하게 되고 가벼운 쾌락을 조국과 역사로부터의 탈출구로 마련한다. 사비나의 가벼움에 매료된 안정된 가정의 가장인 플란츠는 결국 소용돌이치는 역사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격변의 역사, 사랑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감정, 삶에 대한 내면적 저항이 가벼움과 무거움의 범주안에서 열거된다. 역사는 상처가 되고, 사랑은 압박이 되고, 저항은 화살이 되어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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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엔 테레자에 두번째는 사비나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저항하는 테레자가 아름다웠고, 질투에 괴로워하는 그녀가 안타까웠다. 하지만 사비나의 자유로움을 동경했고 쾌락적 자비로움에 손을 들어 주고 말았다. 그녀의 영혼의 무게에 내 시덥지 않은 무채색 영혼의 무게도 더해본다. 결국 참을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무게의 겹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엊그제의 포스팅에 나의 정체성을 커밍아웃했듯이 나는 가벼운 사람이까.) 그렇게 허무한 결론을 통해 나는 니체를 만나게 되었다.

내가 니체를 만났다고 해서 이 책이 무거운 내용은 아니다. 2페이지 분량의 짧은 에피소드는 한두개 읽기에 아주 가볍고 재미있다. 이동중이나 잠자기 직전에 읽으면 좋을 듯하다.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면 문득 내 존재의 가벼움이 느껴져 중력의 반대 운동이 작용할 수도 있다. 바닥에서 떠오르거나 침대에서 떠오르거나 할지도 모르므로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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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엄청 좋아했던 책인데..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ㅠㅠ 이참에 다시 한번 꺼내 읽어보고 싶네요^^

추억속의 책인가요? 저도 간만에 꺼내서 다시 보니 감회가 이전하고는 다르더라고요.

독후감은 언제나 응원합니다 :-)

ㅎㅎㅎ 감사합니다. 팔로할게요

책장 어디에 꽂혀 있을텐데.... 15년쯤 전에 사서 읽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리뷰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책장에서 꺼내어 다시 보았어요. ㅎ

리뷰 감사합니다 ^-^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

한번으로는 부족한 책이죠 ㅎ

저도 대학시절 워낙 유명해서 읽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한 10년쯤 됐나요..
오늘처럼 많이 먹은날 읽고 내존재의 가벼움을 느껴야겠어요..ㅋㅋㅋㅋㅋ

ㅋㅋㅋㅋ 굿아이디어입니다! 사실 제가 지금 소장하고 있는 책이 얼마 안되어서 리뷰 쓰는 일이 곤욕이랍니다. 신간이 없어요 ㅠㅠ

읽어 봐야 하는 책들은 늘어나는데.. 책보는 것보다 스팀잇이 좋으니 문제 입니다.

그래서 존재는 가벼울까요 무거울까요?

글쎄요... 저의 존재는 가벼운걸로 확인했는데요... jsj님 어떠실런지요?

가볍게가 좋은것 같아요
심각하지 않고 늘 가볍고 즐거운 사람은
존재의 급이 다른듯 해요

저도 무거운건 못 참아요 ^^

ㅎㅎ 전 가끔 무거워요

ㅎㅎ 전 가끔 무서워요 ㅋㅋ

글을 읽고나니 책이 더욱 읽고 싶어지네요
언젠가 읽어야겠다 생각해둔 책인데 생각만 하고 실천을 안했네요 : )
이 기회에 서점에 가봐야겠어요

워낙에 유명한 책이라서 한번은 읽어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그렇게 허무한 결론을 통해 나는 니체를 만나게 되었다,
이 말이 참 와닿습니다.
저도 이 책을 통해 니체가 궁금해졌고 그를 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

아름다운 말이지만 현실가운데 대입해보면 쓸쓸하기 그지없는 말 같기도 하네요.
에빵님의 간결하지만 솔직하고 깊은 감상 흥미롭게 잘 보고갑니다.

아 그러셨어요? 저도 그래요. 어릴때는 그냥 니체가 멋있어 보여서 끌렸는데 지금은 좀 다른 느낌으로 알아보고 싶어요.

한번 지대로 보고싶어지네요~~^^

네. 읽고 이야기해주셔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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