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 미쉬에 대한 기억들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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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의 가장 든든한 노동요가 되어 준 탐 미쉬(Tom Misch)의 음악들.

노동할 때 뿐 아니라, 이동 중에도 멍 때릴 때도 그의 음악을 공기처럼 달고 살았다. 어느 날 유투브에서 우연히 알게 된 탐 미쉬(Tom Misch)의 음악을 묘사하라면, 말끔한 세련미라고 해야할까. 세련미를 가득 머금은 노래들은 대부분 한껏 취해있는 느낌이 많은데, 탐 미쉬는 그렇지 않다. 그루브와 편암함을 모두 갖추면서도 그 모든 요소들이 탐 미쉬만의 뉘앙스로 묘하게 절제되어있다. 듣는 순간의 강렬함보단 들을 수록 더 진해지는 느낌이 더 절묘해보인다.
어느 날 문득 탐 미쉬는 내한 안하나? 하는 생각에 검색해 보게 되었는데, 마침 첫 내한공연 일정이 잡혀있었던 것. 좌석은 이미 매진이고 스탠딩은 예매가 가능했으나, 10분이상 서있으면 방전되는 저질체력인 관계로 취게팅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틀 정도 저녁에 예매사이트를 기웃거려보니, 맨 뒷자리 정중앙 자리에 남은 하나의 포도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금요일 저녁, 한강진역 블루스퀘어로.






오프닝게스트, 샘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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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 미쉬 공연에 앞서 오프닝게스트로 샘김이 나와 20분 정도 공연했다. 샘김하면 아무래도 음색도 좋지만, 화려한 기타연주에 눈길이 가게 된다. 기타 하나 목소리 하나로 공연을 채웠다. 기타를 반주가 아닌, 자신의 목소리처럼 쓰는 것이 맘에 든다. 그는 탐 미쉬 형의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고, 준비하고 있는 자신의 앨범도 열심히 홍보했다. 차례가 끝나고 자신도 관객석에서 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을 거라고 했다.


사실, 공연 중간에 탐 미쉬가 샘김을 찾아서 관객들이 '샘김 샘김!!'을 외치기도 했는데, 무대에 나타나진 않았다. 즉흥잼 같은 걸 볼 수 있으려나 싶어서 기대했는데, 아쉬웠다. 쿨한 탐 미쉬는 몇 번 외치다 안나오니 바로 다음 곡을 이어갔다. (왜 안나왔어...집에 간거니.....)








탐 미쉬(Tom Mi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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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탐 미쉬가 그의 라이브 밴드와 함께 등장했다.

드럼, 건반, 베이스, 바이올린으로 구성된 밴드와 일렉기타를 멘 탐 미쉬. 음원으로만 듣던 노래들을 처음 공연에서 만나는 반가움을 곡이 바뀔 때 마다 느꼈다. 평소엔 탐 미쉬의 곡들이 잔잔한 리듬감이라고 느꼈는데, 공연에서는 그 잔잔함들이 모두 강렬한 비트가 되어 풀밴드의 호위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탐 미쉬 노래가 이렇게 신나는 곡들이 많았었나? 싶었다.


바이올린은 양념이라 하기엔 너무도 돋보적이었다. 사실 탐 미쉬 특유의 어쿠스틱한 감성의 일렉기타 음에만 관심을 갖다보니 몰랐는데, 그의 음악엔 바이올린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공연장에 울려퍼지는 바이올린 선율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노래만큼이나 연주가 중요한 음악이고 공연이었는데, 탐 미쉬를 보조하는 밴드가 아닌 그 자체로 모두 주인공인 듯한 조합이었다.


탐 미쉬는 구부정하게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뭔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듯하면서 리듬을 타는 이상한 모습도 이상해보이지 않았다. 사실 목소리는 딱 더도 덜도아닌 음원같았다. 과하게 독특하지도 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은 음색의 적절함이 내 취향이다.


Lost in Paris, I wish, Movie, It Runs Through Me에서부터 내 기준 제일 신나는 두 곡인 South of the river, Disco Yes, 앵콜 피날레로 처음 탐미쉬를 알게 했던 Watch me dance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탐 미쉬스러워서 좋은 공연이었다. 샘김이 20분, 탐 미쉬가 1시간 1-20분정도의 시간을 할애했는데, 너무 짧게 느껴졌다. 다음엔 좀 더 길게 해주길..








혼자 즐긴 공연


겨우 잡은 자리라서 처음으로 혼자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좀 외롭긴해도 나름 좋은 경험이었다. 탐미쉬의 음악 자체가 혼자 즐기기에도 좋은 공연이라서 그랬던 부분도 있지만,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즐거움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아무도 함께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이 즐기는 것을 느끼는 듯하다.


전시를 보러갈 때도 느끼는 부분인데, 누군가와 같이 보러갔을 때는 소통하는 즐거움이 있지만, 혼자 보러 갔을 때의 경험이 더 만족스러울 때도 있다. 길게 보고 싶은 것 앞에서 한없이 길게 보고, 스치듯 지나치고 싶은 것에 마음껏 스쳐지나가도 되는 자유로움이 혼자보는 전시의 장점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눈을 감아도 되고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되고 보고 들은만큼 다시 내뿜지 않고 담고 있어도 되는 자유로움이 내가 발견한 솔플의 장점.








남이 찍은 그 날의 공연 영상 하나.
(보다가 다시 시작된 탐미쉬 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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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아님 블로그갔다가 있어서 와봤는데 아이디 이름부터 간지나네요. 팔로우하고 가요~

(아이디 이름부터 간지ㅋㅋㅋ)
글은 더 간지납니당ㅎㅎ

정말 그래요ㅎㅎ

반갑습니다. ㅎㅎ 그렇게 간지나는 사람은 아니고요.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라서 쓰게 된 아이디입니다. :)

멋져용ㅎㅎ 감사합니다.

ㅎㅎ잘 들었습니다. 저도 혼자서 보는 영화나 전시는 또다른 감동을 가져다 주어서 좋아합니다.
스팀시티 이벤트 보팅(20-19,20)완료^^
앞으로도 좋은 글 종종 보러올게요~~굿럭!

럭키님 항상 감사합니다. 뭔가 제가 한것 보다 혜택받은게 더 많은 듯하여 감사하고 죄송한 기분이네요. :)

리드미컬한 반주, 말하듯 부르는 참 좋네요.ㅎ 역시 떼창은 여기서도 빠지지 않네요.^^

네, 다들 떼창하고 싶어서 근질근질ㅎㅎ 탐미쉬가 이런 crazy한 반응이 넘 고맙하고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 넘 좋았겠어요!! 저도 유튜브로는 많이 들었는데 직접 보면 핡 😆

네 취게팅을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들더라고요. 덕질투어 떠나고픈 심정 ㅎㅎㅎ

오늘은 노동요
특집이네요.
특집2~^^

정말 좋은 노동요이자 힐링요에요 :)

다녀오셨군요. 공연 영상보니 혼자 즐기기에도 관객석 분위기가 좋은데요? 옆에 누가 있건 눈길은 앞에만 가 있을테니...ㅎㅎㅎ
눈과 귀를 호강하고 오셨는데...안타깝...

네, 은근 혼자와서 즐기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ㅎㅎ

포도알 하나, 표현이 멋집니다. :)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 봐요.

ㅎㅎ제가 만든 표현은 아니고, 보통 공연 예매할 때 예약가능한 좌석이 보라색으로 표시되서 그렇게들 부르더라고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

퇴근 후 필청 리스트에 올려놓겠습니다.
기대됩니다. :D

잘 들으셨나요!ㅎㅎ

탐미쉬... 멋진 뮤지션이네요. 샘 김... 케이팝스타 고꼬마가 어느새 세계적인 스타의 공연에 참여하는 뮤지션이 되었군요.

네 어느새 폭풍성장했더라고요. 잼연주를 했다면 더 없이 좋았을 텐데 아쉬웠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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