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게임악] 자동사냥 - 기만편

in #kr6 years ago (edited)

기만

  • 속임. 거짓. 사기. 헬라어로 ‘돌로스’인데, ‘미끼’란 뜻의 ‘델’에서 유래된 말로 미끼를 던져 유인하는 간교한 행위나 속임수를 일컫는다.

거짓말쟁이가 받는 가장 큰 벌은 그 사람이 진실을 말했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 믿어 주지 않는 것이다. - 탈무드

첫번째 게임 폐해가 저지른 죄목을 저는 기만이라 칭하고자 하며 그 대상은 자동전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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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3에 나오는 벨리알은 만만함 그 자체이지만...

자동 전투라는 시스템 자체에 대해 그 존재 자체가 죄악이라느니 정의하는것은 조금 우스운 이야기 입니다. 기술은 기술일 뿐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따라 선이 되기도 악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이를 제공하는 사람도, 제공받아 사용하는 사람도 모두 기만이라는 폐해에 물들게 되는 특징을 지녔다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이번 경우에만 해당되진 않을 것이고 이는 차후 다른 내용에 몇번 더 등장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자동전투에 기만이라는 죄목을 붙였는지 설명하기 위해 자동전투의 등장과 사용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지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동전투는 사실 게임사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이라기 보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외부 프로그램을 통해 구현한 것이 보다 먼저였습니다.

이야기등을 통해 천리안/하이텔 등에서 서비스되던 온라인게임 MUD(Multi User Dungeon)게임들은 점좌표가 하나의 사냥터가 되고 이것들이 선을 이루며 모여 필드/마을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필드를 이동하고 적을 공격하기 위해서 커맨드 라인에서 명령을 내리는데 멀리 있는 사냥터까지 가서 적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지루한 명령어 이를 테면 동, 동,동(동은 보통 6번이었습니다.)6,6,6,1(공격명령) 뭐 이런식의 커맨드입력이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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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화면이었습니다. 참고로 이걸 만드신분도 블루홀에 계시지요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다 다시 마을에서 물약을 사러 가기 위해서 반대입력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고 당시 대부분의 통신 명령어들은 이러한 숫자 혹은 알파벳의 연속입력을 통해 다신이 원하는 게시판등을 타고다니는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표적 터미널 프로그램(이야기등)은 이러한 반복입력을 매크로를 통해 자동으로 수행해 주는것이 일반적이었고 이를 통해 첫번째 자동사냥 프로그램이 등장합니다.

매크로를 통해 마을<->사냥터를 자동으로 왕복하게 해주고 나아가서 사냥터에서 자동으로 사냥을 하게 해주는 매크로를 많은 사람들이 직접 자기 레벨에 맞게 제작하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매크로 단계의 자동사냥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귀찮고 시간이 들어가는 일부 역할을 맡아서 수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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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 빠르다는 이름의 마우스 매크로군요

이러한 매크로 사냥은 이후 그래픽 온라인 게임에까지 따라와 마우스 매크로를 통해 구현되었습니다. 단순한 게임에는 단순한 매크로 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균열이 발생했고 예민한 사람들은 무엇인가가 잘못되어감을 깨달았지만 대다수의 개발자와 플레이어들은 이것도 재미의 한 부분이라며 이미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이후 거대한 물결이 게임시장을 덮칩니다. 중국의 선전에서 인터넷이 도입되어 백명의 IT 전문가로 이루어진 투자자들이 태동하고 이들이 상호 견제협력하며 전세계 인터넷 문화를 먹어치우기 시작합니다. 한국은 그당시 전세계에서 인터넷과 인터넷 문화가 가장 발달되어 있는 나라였고 중국의 괴물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먹어치워 자신들의 방식으로 소화해냅니다. 천여대의 PC가 깔려있는 PC방과 소소한 규모였던 마우스 매크로가 전문화 되기 시작합니다. 초기 인터넷 세상에는 국경을 설치하는 것이 철학적으로 거부감있는 문제였고 이를 틈타 상업성으로 똘똘뭉친 초대규모 게이머 부대가 한국의 인터넷 게임들을 점령하고 황충-로커스트처럼 모든 사냥터를 전문화된 자동사냥 프로그램으로 먹어치워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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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대륙의 피씨방입니다.

이때 한국 게이머와 일부 개발자/개발사들 사이에는 자동사냥 프로그램에 대한 경계심이 조금 생겼습니다. 이때 자동사냥의 근본적 원인과 그 해결에 대해 게임 자체에 대해 보다 심도있게 고민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결정적 시기에 완전히 그릇된 결정을 왜곡된 시장에서 배우고 마는 우를 저질러 버립니다.

한국의 모든 온라인 게임을 먹어치우는데 성공한 중국게임 세력은 이런 먹성 좋은 플레이어들의 식욕을 보다 자극할만한 방식을 이제 그들이 먹어치운 한국 게임 개발사들보다 먼저 깨닫고 개발하는데 성공합니다. 바로 아예 개발사에서 제작해준 자동사냥/자동이동 프로그램이 포함된 온라인 RPG게임들입니다.

한국 개발사들(퍼블리셔들이 아닙니다.)은 이를 보고 머리를 칩니다. 이미 중국에 뒤쳐졌다 여기며 이를 극복할만한 시장을 어렵지 않게 떠올립니다. 중국은 아쉽게도 모바일이 뜨는 타이밍에 웹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은 세상 어디보다 빠르게 스마트폰이 보급된 시장이었고 심지어 스마트폰이 아닌 피쳐폰 시절에도 그 말도 안되는 wipi규격으로마저 양질의 게임을 개발해 내는 저력있는 개발사들이 많았습니다. 그 개발사들이 이번에는 놓칠수 없다는 듯이 모바일시장을 타깃으로 자동사냥을 집어넣은 RPG들을 뽑아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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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은 타이밍에 나오긴 했지만 크로우2도 피쳐폰 게임이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에 제가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경쟁하는듯 자동사냥을 게임안에 도입하려고 노력했다는 부분이 그저 저 혼자의 오해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히 누구의 의도도 없이 생태계에 자리잡은것일까요?

위에서 여러번에 걸쳐 사실 자동사냥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부분에 개발사/퍼블리셔의 유저를 대상으로 한 간사한 기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동사냥 시스템은 표면적으로 보자면 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혹은 게임을 보다 편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의 차원에서 제공되는 시스템이다. 라고 이야기들 합니다. 실제로 나는 게임을 정말 하고 싶지만 요새 게임들이 대부분 시간을 많이 소비해야 하는 게임이다보니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은 자동사냥 게임 뿐이다. 덕분에는 나는 게임을 비교적 편하게 즐기고 있다. 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개발사는 여기에 더해 그렇다고 우리 게임의 모든것이 자동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 사냥터에서의 사냥만 자동이고 일일던전등 특수 던전 시스템이나 파티사냥, 보스공략등은 유저의 조작에 의해 이루어지게 된다는 등등 우리의 특색은 자동사냥이 아니라 어쩌구저쩌구 라고 이야기 합니다.

본인들이 자동사냥이 필요한 반복 사냥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본인들이 이를 편하게 하기 위해 자동사냥시스템을 넣었다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실 모바일 게임에서 사용되는 자동사냥의 근간은 IDLE게임의 밸런스 구조입니다. 유저의 조작이 전혀 없어도 일정량 성장할 수 있고 유저의 조작이 주어지면 일순간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만 그 시간은 제한되어 일정 쿨타임마다 한번씩만 유저의 조작을 필요로 하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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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전투는 이단계에서 그쳤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현행 모바일 RPG게임들은 대부분 IDLE 게임류일뿐이고 대세 장르의 게임이 시장을 지배하고 또 다른 트렌드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니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을까요?

여기에서 개발사/퍼블리셔들의 기만이 플레이어들의 기만으로 이전됩니다.

우리는 그래픽이 게임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고 똑같은 게임에 질린다고 말하고 색다르고 신선한 게임을 원한다고 하지만 실제 현실에 구매력있는 대중들은 개발사/퍼블리셔들의 기만으로 만들어진 IDLE게임을 소비하고 이에 익숙해 집니다.

그리고 그러한 게임을 본인들의 게임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기만에 삼켜진 게이머들이 자신들을 삼킨 기만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것입니다.

정말 게임에 시간을 많이 소비하시나요? 하루에 한시간씩만 즐겨도 충분한 트리플A급 타이틀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어떤날은 삼십분 어떤날은 두시간 어떤날은 안하고 넘어가도 감상하기에 부족함 없는 타이틀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제공하는 컨텐츠의 기준이 기만의 주춧돌 위에 세워진 게이머들은 창작과 고통의 수순을 밟고 완성된 게임의 컨텐츠와는 타입이 다르게 되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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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세워진 주춧돌은 균열과 붕괴를 낳게됩니다.

진입장벽으로 기능하는 스트레스 수준이 달라지고 만족감을 주는 보상의 형태가 달라지며 감상보단 현물을 보상으로 생각하게 되버립니다.

행동경제학에서 이야기 하는 게임과의 관계 설정이 사회적, 즉 문학적인 것이 아닌 상업적, 즉 경제적인 것으로 메겨지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런 기만에 의해 작성된 프레임안에서 퍼블리셔도, 개발사도, 개발자도, 심지어 게이머까지 게임을 돈과 묶어 생각하게 되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 모두가 인정할 우리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몸담궈버린 게임계에 만연한 폐해가 이뿐일까요?

아직 진짜 절망적인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너무 끔찍하게 끌고왔습니다.

너무 걱정마시기 바랍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스톡홀름 신드롬처럼 나를 헤치는 시스템이라도 내가 즐기면 쉴드치기도 하지만 또 한편 정말 빠르게 적응하는 동물이라 쉬이 질리기도 합니다. 이를 해소할 개선의 바람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이미 불어오고 있습니다.

이는 후에 따로 특집을 마련하여 천국편(?!)을 진행해보도록 하죠.

오늘 자동사냥 - 기만편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길고 지루한 이야기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스스로를 돌이켜 진심으로 원하는 본인에게 딱 맞는 게임을 발견하시고 충분히 즐기시길 기원합니다!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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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게임악 1편 : 자동사냥-기만편
7대 게임악 2편 : 랜덤박스-탐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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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한국 게임시장이 지나치게 RPG 위주로 특화된 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 게임회사에 직접적으로 수익이 되는 것은 직장인들인데, 이러한 게임에 시간을 많이 쏟지 못하는 분들과 시간/돈을 많이 쏟아야만 높은 성취도를 얻을 수 있는 게임의 특성들이 결합되어 자동사냥의 유행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되네요. 어쩌면 이 모든 것의 근원은 리니지일지도??

우리 리니지님이 그러실리가 없습니다(정색)-농담입니다.

language is facinating even though i dont understand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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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 ㅎㅎ!! 옛날에 메이플스토리 매크로 친구가 돌렸다가 정지 당한 일이 생각나네용~~ 잘보고갑니다. 팔로우하고 가요!!

팔로우 감사합니다! 저도 맞팔!

이 글을 보면서 극단적인 수동 or 수동
'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가 떠오르네요(웃음)

참 어렵구나
라고 생각하게 하내요

잘 보고 갑니다.

ㅋㅋㅋㅋㅋ 개발자가 게이머에게 스스로 괴로워하는 것을 즐기라니!!
너무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
괴로움에 몸서리치는 걸 보기위해서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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