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밤] 골목 안 : 조은

in #kr6 years ago (edited)

poem.jpg

안녕하세요.
디디엘엘입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시를 여러 분께 소개하고,
함께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시 읽는 밤' 포스팅을 시리즈로 꾸준히 연재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여러 편의 시를 읽고 나름의 사유, 혹은 사색, 감상 등 일련의 정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쉽지 않겠지만 일단은 시작해 보려고 무작정 포스팅을 해봅니다.

그래서 어떤 대문을 걸어볼까? 폴더를 뒤지다가 처음 시작이고 하니
기존의 대문 보다는 새로운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급히 휴대폰으로 만든 대문입니다.
괜찮나요? :-)

저 형태에서 배경색만 바꾸는 식으로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첫번째 시로 어떤 작품을 소개해 드릴지 무척 망설였어요.
하지만 역시나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시가 좋을 것 같아 결정했습니다.
이미 제 포스팅에서 여러 번 언급해서 제가 시인의 이름을 말씀드리면 '아아~~'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제목에서 벌써 확인하셨죠?
저와 이름이 비슷한 조은 시인의 '골목 안'입니다.

골목 안

실종된 아들의 시신을 한강에서 찾아냈다는
어머니가 가져다준
김치와 가지무침으로 밥을 먹는다
내 친구는 불행한 사람이 만든 반찬으로는
밥을 먹지 않겠단다

나는 자식이 없어서
어머니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한다
더구나 자식을 잃어보지 않아서
그 아픔의 근처에도 가볼 수가 없다

웃을 줄 모르는 그녀의 가족들이
날마다 깜깜한 그림자를 끌고
우리 집 앞을 지나간다
그들은 골목 막다른 곳에 산다

나는 대문을 잘 열어두기 때문에
그녀는 가끔 우리 집에 와 울다가 간다
오늘처럼 친구가 와 있을 때도 있지만
가족을 둘이나 잃은 독신인 친구에게도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은
멀고 낯설어 보인다

고통에 몸을 담고
가쁜 숨을 쉬며 살아온 줄 알았던 나의
솜털 하나 건드리지 않고 소멸한
슬픔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글을 옮기느라 꾹꾹 자판을 누르며, 자꾸만 고개를 드는 먹먹한 마음 또한 꾹꾹 눌러 담습니다.
시의 한 부분을 읽으며 떠오르는 이웃이 있고, 그보다 '엄마로서의 제 감정'이 앞서 나오기도 하는...
복잡한 마음으로 옮겨 적었습니다.

아...
이 감정이 좀체 사그라들 생각을 하지 않네요.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
날마다 깜깜한 그림자를 이끌고 골목을 걸어가는 뒷모습과 그 보다 더 새카맣게 짙어졌을 속 마음까지...

무언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꽉 채워 터질 듯한데,
결국 할 수 있는 건 그저 한숨과 눈물밖에 없을 어미의 마음이 느껴져 그저 책 너머의 저도 함께 눈물 흘릴 밖에요.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것 같다고, 나보다 더 힘든 이는 없을 거라고, 종종 생각하곤 했어요.
그러나...제가 알지 못하는 슬픔, 불행, 고통, 처절함은 얼마나 많았을까요?

나의 솜털 하나 건드리지 않고 소멸한
슬픔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제가 가장 커다란 슬픔의 소유자라고 홀로 감상에 빠져있을 때,
얼마나 수많은 체념이, 한숨이, 눈물이 생겨나고 사라졌을까요...

어떤 고통이든 '죽음'과 비견될 만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주변을 돌아 볼 때인 것 같습니다.

글이 불러오는 오해가 종종 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보다 큰 긍정적인 '글의 힘'을 믿습니다.


'시 읽는 밤'에 소개된 시를 읽고 감상을 나누면 좋겠어요.
느낀 점을 나누어 주신다면 정말 행복하겠습니다.
아니면...마음에 닿은 문장 한 줄..

오늘도 감사합니다!

Sort:  

당신은 김치와 가지무침을 한 입 먹을 때마다
그녀의 슬픔을 한 조각 삼키어 내는군요.
그렇게 그녀의 슬픔을 조금씩 덜어내어 주는군요.
그동안 나는 당신의 친구처럼 자기만의 고통에 버거워
어떠한 슬픔도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했나 봅니다.
정말 내가 솜털 하나 건드리지 않고 소멸한
슬픔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요.
나는 당신처럼 타인의 슬픔을 삼킬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요.

아.........
차마 어떤 대댓글도 달지 못하겠습니다ㅠㅠ

소개해주신 시가 무척이나 마음에 와닿아서, 시인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작 디디엘엘님께 말을 못건네었네요.

시인 옆에서 슬쩍 귀담았어요^^

댓글 포기합니다....

저희 집 김치는 젓갈향 가득한 전라도식 김치입니다ㅎㅎㅎ 젓갈향 좋아하시나요?

저희 어머님이 담가주시는 김치도 완벽한(?) 전라도식입니다!!
그런데 왕자님!
혹시 딩핑이젓이 뭔지 아시나요?
어머님이 딩핑이젓갈이라고 하시는데 뭔지 모르겠어요

시골에서 올라오는 갖가지 젓갈들을 많이 보았는데 딩핑이젓은 처음 들어봅니다. 검색해도 안나오네요?

네 저도 그래서 검색도 해보고 그랬는데...
모르겠어요.
어머님께 다른 말로 뭐라고 하는지 여쭤봤었는데...
그냥 딩핑이라고만...하하;;;;;;
영원히 미스테리우스입니다.

이번에 집에 가면 어머니께 여쭤봐야겠습니다

앗;; 꼭 알고 싶습니다! ㅎㅎㅎ

프린스님!!
제가 알아냈어요^_^
그게 밴댕이라고 하네요~ ㅎㅎ

문재인 방북의 성과가
골목 구석구석까지 밝혀주길...

좋은 성과가 있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랍니다.

글로 옮기기 어려운 감정을 정공법으로....

내 마음 아실 이...

아놔 마이형 때문이 갬성 다 없어졌네요ㅠㅠ

오늘 미미별님이 할아버지가 보고싶다는 포스팅을 보고 조금 먹먹했어요ㅠㅠ 이 시를 보니 또 생각이나네요
어떤 고통도 죽음으로 갈라져 볼수 없는 절박한 마음을 초월하진 못할거 같아요...
살아간다는 건 죽어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지만 막상 주변 사람이나 내가 죽음에 다다른다면 참 슬플것 같아요
오늘하루 함께 있어줘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일은 더 사랑할게요

첫줄은 진심이었고
두번째줄은 위트였습니다.
저도 미미별님글에 갬성을 남겨두고왔어요

저도 봤습니다만
양동근 골목길에 와장창 ㅋㅋㅋㅋㅋㅋㅋ

나름 진지한명곡입니다. 미자옥자말자숙자.. 오늘밤같이놀자..

가사가 주옥같습니다!!

미미별님 포스팅보러 가야겠네요

좋은시를 소개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저는 양동근의 골목길 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즐거운명절 맞이하세요

아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 이 형 왠지 내 팬이 된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동근 골목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고야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하필 형아 댓글이 제일 위에 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조금시간을 내어 힘과위로가담긴 댓글을 남기는시간이었습니다

마이님
저 진짜 양동근 시인의 골목길이란 시 찾아봤잖아요!
ㅎㅎㅎ

사실인가요...
혼란을드려죄송합니다.
제가원래 이런이미지가아닌데
어쩌다이렇게된걸까요

뻥이예요ㅎㅎㅎ
제가 오히려 죄송합니다
흐흐!
마이님의 이런 매력이 참 좋으다요

아 이거 보고 빵터졌네...

ㅋㅋㅋ 기분을 마이 업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당 ㅎㅎㅅㅎ

저와 이름이 비슷한 조은 시인의 '골목 안'입니다.

궁금하네요

내 친구는 불행한 사람이 만든 반찬으로는
밥을 먹지 않겠단다

저는 이 구절이.......

불행을 먹고 또다른 불행이 생길까봐...ㅠㅠ

맞아요
저도 비슷한 생각한 적 있었어요ㅠ

몇몇 분이라 함은 zzizzi님 포함인가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왜 댓글 수정해요~
이미 다 봤음!!ㅎㅎㅎ

대문을 열어 놓은 시인...
대문을 새로 만드신 DD님....

새로운 시가 탄생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찌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형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기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듀플리야 약 먹고 오렴♡

약먹으러 "영변에 약산"을 갔더니 "진달래꽃"을 "길에 뿌리"고 있더라고 그래서 하나 주워왔어.

미치게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동적이지??

무려 마야라니..

진짜 존경스럽다 형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또 zzizzi를 물들였어...휴

'시' 라는 것은 항상 자기 경험에 빗대어서 제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ㅎㅎㅎㅎ
근데 이건 너무 슬픈...ㅠㅠㅠㅠㅠ

읽으면서 그냥 아~~좋네! 하고 잊혀지는 시가 있고
내내 마음에 머물면서..아프지만 간직하고 싶은 시가 있어요제게 이 시가 그렇답니다
뉴위즈님이 시를 좋아하시는 이유에 저도 동감해요^^

반칙입니다!!! 쳇 ㅜㅜ

헌혈도 꾸준히 하고 그...젊은 청년이 할 일(?)도 열심히 하는 멋진 오이님...ㅎㅎ스샷 삭제 좀...혼자만 이미지 세탁하기 있음?

Coin Marketplace

STEEM 0.29
TRX 0.12
JST 0.033
BTC 63855.79
ETH 3113.00
USDT 1.00
SBD 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