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영국 하늘아래에서 김광석을 만난 날.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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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Day_J 입니다.

모르시는 분이 당연히 더 많겠지만, 저는 김광석의 고향이라는 대구 출신이예요. 하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부끄럽지만 김광석노래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고 그저..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 '김광석 거리가 있을 만큼 유명한 가수.' 정도의 지식만 있을 뿐이였답니다... 그러던 제가.. 지금의 남편과 해외롱디 시절.. 약 3개월만에 만나게 된 남자친구가 (지금의 남편) 데이트 하려고 탄 버스 젤 뒷 좌석에서 갑자기 제 귀에 이어폰을 꽂아 주더라구요. (건축학 개론 찍는 줄..?ㅋ) 그 때 이어폰 너머로 흘러나오던 노래가 바로... 김광석의 '기다려줘' 였어요.. ^-^

그 때 처음으로 김광석의 노래를 끝까지 들어봤답니다. 듣는데.. 가을이라 그랬는지... 감동 받아서 버스 안에서 눈물을 흘렸던 쑥쓰러운 기억이 있어요..^-^;; 분위기 없이 한 손에는 성심당 튀김소보루를 들고 말이죠...(대전에서 데이트 했었거든요....ㅋㅋ)

어쨋든, 그 때의 감동이 꽤 컸던 저는 그 뒤로는 남편이 보고싶을 때 마다 김광석의 노래를 찾아 듣곤 했어요. 남편이 김광석 노래를 엄청 좋아해서요. 지금도 여전히 둘이서 드라이브를 하거나 밤에 누워서 듣기도 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김광석 노래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답니다.

그런 노래가.. 지난 주말, 킹스톤이라는 지역으로 나들이를 갔는데.. 어디선가 바람타고 와서 귓가에 맴도는 게 아니겠어요??!! 대구도 아니고, 서울도 아닌.. 영국에서요!! 역시 김광석 왕팬인 남편이 귀신같이 먼저 듣고는..




"어?? 여보!!! 김광석 노래가 들리는데???"

  • 말도 안돼. 한국노래가 들린다고? 여보가 부른거 아니고?? -_-ㅋㅋ
    " 아냐~~잠깐만 있어봐. 내가 가볼께 !!"

  • 웅~~ 다녀와ㅋㅋ (난 점심메뉴나 고르고 있어야쥐 후후~)


    " ㅇ ㅕㅕㅕㅕ보오 !!! 이리와봐 !!!!빨리빨리!!!!"

  • 헉 !! 대박 !!!! 이게뭐야?? 진짜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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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들었던 건... 진짜 김광석 노래였어요. 20대로 보이는 청년이 기타하나 달랑 들고는.. 무대에서 김광석 노래를 열창하고 있었어요..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를 담담하게 부르고 있는거에요..!! 하.... 그 순간 왜 이렇게 울컥했을까요... 그 노래가 배경음악이 되어 주위를 둘러보니.. 영국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들으며 행복해하는 한국 아주머니도 보이고요.. 희끗희끗 흰머리가 더 많은 할머니가 손녀 손 꼬옥잡고 무대앞에서 떠나시질 못하는 모습도 보였구요.. 구석에서 20대 유학생들이 함께 따라부르는 모습도 보이구요.. 많은 영국인들이 알아들을 수도 없을 한국어로 된 노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즐기는 모습도 보이고..바로 옆에서 눈 지긋이 감고 웃으며 듣고 있는 남편의 모습도 보이구요.. ^-^

화려한 무대도 아니였고, 많은 관객도 아니였고, 유창한 영어로 된 소개도 없었지만.. 그 순간 그 청년의 모습이 참 빛나더라구요. 주위는 모두 영국스러운 것들로 가득차 있는데, 그 청년이 부르는 김광석 노래 하나로 모두가 비슷한 마음을 느꼈던 순간이였어요.. 이어지는 강산에의 '라구요' 를 부르는데.. 청승맞게 또 눈물이 왈칵 날뻔 했답니다 ㅠㅠ (역시.. 가을이네요...ㅋㅋ)


그렇게 눈시울을 붉히며, 우리는 스트릿푸드로 허기를 달래려고 줄서고 있는데..(읭?) 이번에는 제 귀가 커집니다.

  • 여보?? 저기 사물놀이 하는데??
    웅..으웅ㅇ...? (주문해야되는데..)

  • 잠만 있어봐. 저거 보고 주문하자 !!!
    웅..(배고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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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제 귀가 아주 정확 했습니다!! 사물놀이였어요!!!! 이런말을 할때마다 의외라는 이야기를 듣곤했지만... 저는... 약 5년간 사물놀이 패 상쇄로 활동 했었던 경력이 있거든요..ㅋㅋㅋ 알고보니 그 날은 영국대사관과 한국대사관의 합동으로 코리안 페스티벌이 열리는 날이였던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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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라니... 늘 제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것 인걸요..ㅠㅠ 초등학교 시절, 전학간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려고 시작했던 사물놀이 패를 시작으로 전국대회에서 수상을 놓친적이 없던 ... 저인데... (깨알자랑...죄송합니닷ㅎㅎ) 고등학교 진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지만, 늘 아쉬움이 남아있었거든요. 무대를 볼 때마다 심장이 쿵쾅쿵쾅... 쑥쓰러움 많은 제가 유일하게 무대를 즐기는.. 또 다른 제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였죠. 헤헤...

어쨋든, 담담하게 앉아서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울리는 장구, 꽹과리 소리에 또 다시 울컥..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답니다. 사물놀이가 생소한 영국사람들은 놀라기도 하고, 감동받기도 하고, 지루해 자리를 뜨기도 했지만.. 그 자리에 있던 한국인들은 그렇게나마 향수를 달랬던 소중한 시간들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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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이 곳 영국에도 가을냄새가 난답니다. 오늘은 꽤 쌀쌀해서 얇은 코트와 스카프를 하고 출근 했어요. 이 맘때가 되면 가을을 타는건지.. 유난히 가족들이 더 보고싶고 그래요. 추석이 다가오기도 하구요.. ^-^ 이번 명절에는 근처 한인타운에 가서 떡이라도 사서 나눠먹어야겠어요. 송편만들기에 도전하고 싶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듯 해서... ^-^;;

그럼, 가을 분위기 물씬나는 곡으로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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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엄청반가웠겠어요!! 마요네즈 잔뜩 먹다가 김치와 동치미를 먹는 느낌!!

인하이님, 재밌는 비유예요ㅎㅎ 맞아요! ! ㅋ ㅑ~~ 바로 이거지~~ 이맛이야아 !!! 이런거..?ㅋㅋ

와, 정말 좋으셨겠어요. 저도 김광석, 강산에 좋아해요. 사물놀이도요. :) 선물 같은 하루였겠네요.

안녕하세요 브리님 ^-^ 맞아요. 예상치 못했던 선물을 받은 날이였어요!! 덕분에 저도 에너지 많이 받았답니다ㅎ

김광석님 노래는 심장을 저격하는....
역시 타지에서 생활하는게 쉽지는 않다는게 느껴지네요 ㅎ
그래도 화이팅하세요!

그러게요. 언제 어디서 들어도 심장을 울리는 '뭔가' 가 있다는게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그러니 여전히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거겠죠? ^-^ 화이팅 감사합니다! choo 님도 홧팅하세요 :-)

영국에서 들었으면 진짜 반가웠을것 같네요.^^ 상쇄가 꽹과리 치는 사람 맞죠? ㅎㅎ 리더셨군요 ㅎㅎㅎ 제가 다닌 초등학교도 사물놀이가 있어서 방과후 시간이나 체육대회 같은 때 항상 사물놀이 하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어릴때는 머리에 상고 돌리면서 공중제비? 도는 사람이 진짜 멋있어 보였어요 ㅎㅎㅎ

네 맞아요! 나름 리더였어요ㅋㅋ 저도 상모돌리기를 좀 배우다가 중간에 그만 뒀었는데 지금은 어지러워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ㅎㅎ 지금 배우면 어지러워서 쓰러질지도..........ㅋㅋ

다영님이 대구 출신이셨군요.
동향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괜히 반가운 그런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나보네요. ^^
타지 생활하면서 한국이 그리울 때가 많으실텐데 잠시나마 향수를 달래는 시간이었을거 같네요.
김광석 노래를 들으면 괜히 기분이 센치해지는게 역시 가을에 딱 제격인 노래죠. ㅎㅎ
저는 캠핑가서 편안한 자세로 김광석 노래 듣는걸 좋아한답니다. ^^

꺅 !! 대구분이시군요 !! 반갑습니다 :-) 평소엔 정신없이 지내서 괜찮다가 명절이 다가오거나 낙엽질때 쯤 되면 구석에 숨어있던 향수같은게.. 꼬물꼬물 올라오네요 ㅎㅎ 다행히 주말의 작은 이벤트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답니다 ^-^ 한국 단풍 참 아름다운데, 가을에 캠핑가서 맥주한잔 하면서.. 김광석 노래 들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영국에서 김광석 노래라니!
해외에 오래 가있을 때
윤동주 시집을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저도 같이 따뜻해지네요~ :)

캬... 윤동주 시집이라니요.. 너무 좋을거 같아요. 저는 가지고있는 한글 책이 몇 권 없어서.. 읽었던 걸 또 읽고 또 읽고.. 그러고있답니다....E-book 도 잘 되어있다는데 아직까지는 종이로 된 책이 더 좋아요. 특히 류시화님이 엮은 시집은 표지가 아주... 꾸질꾸..ㅈ.....ㅠㅠㅋㅋ @xinnong 님 리플 덕에 저도 마음이 따뜻해 졌어요. 감사합니다 ^-^

타지에 있으면 더 한국노래가 반갑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사실 저도 한국에 있어도 김광석 노래가 들리면 멈춰서서 듣고는 하거든요. :)
선물 받으신 거 같은 기분이시겠어요. ^-^

네ㅎ 한인마트에서 한국 아이돌 노래는 많이 들었는데, 김광석 노래를 들으니 역시 다른 기분이더라구요. 가을바람 살살 불어와서 그런지 .. ^-^ 김광석 노래는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나이 먹고있다는 증거인가요.......ㅋㅋ)

대구분이시군요^^ 외가가 대구라 대구분들이 보다 친숙하게 느껴진답니다ㅎㅎ

이 포스팅 보다가 문득, 제게 mp3로된 김광석 앨범이 있었는데 찾지를 못하겠군요...
대신 올려주신 유투브음악 감상했어요. 좋군요^^

어머 대구에 외가가 있으시면 종종 놀러가시겠네요 ! (왕 부럽....) 서울 토박이인 남편이 연애 때 전화통화 하다가.. 종종.. 옆에서 누가 싸우는거 같다고.. 넌 괜찮냐고 놀라곤 했었는데 ㅋㅋ 외가 식구분들은 부디 화목하시길 바랍니다 ^-^ㅋㅋ

외삼촌들 다 연로하셔 자주 찾아뵈어야지 생각은 들면서도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가보질 못하고 있습니다^^
대구분들 대화는 꼭 다투는 듯 들리지만 속은 따뜻한 분들이시죠ㅎㅎ 저희 외가식구들... 아마도 화목하실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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