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삼일천하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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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 마음 먹은 것이 딱 3일 간다. 처음 계획은 거창하다. 지구라도 정복할 기세다. 보지도 않을 토익책을 세트로 지르고, 가지도 않을 학원이며 헬스장을 잔뜩 끊어놓는다. 새해 계획은 또 어떤가. 실행만 하면 연말엔 재벌이 될 것 같다. 최대 3일이면 끝날 계획을 많이도 잡는다. 그래도 3일 동안은 세상이 내 것 마냥 행복하긴 하다.

코인 공부를 하다가 부족함을 느꼈다. 1만배 폭등을 기원하며 주시 중인 300-500위권 잡코인은 정보가 참 없었다. 그나마 있는 정보도 전부 영어였다. 내 영어는 아주 짧아서, 좀 그럴듯한 단어가 나오면 매번 사전을 뒤적여야 했다. 백서 이해와 해외 트윗, 단톡방 들을 이해하기 모자랐다. 영어 원서를 읽으며 독해력과 어휘력을 키우기로 결심했다.

무려 서점까지 가서 쉬워 보이는 영어소설을 샀다. 드래곤 어쩌고 하는 제목이었다. 대충 불 뿜는 용이 나오고 마법사 이모와 공주, 개구리로 변한 왕자가 등장하는 12살 여자아이를 위한 책이었다. 돈 낭비면 어쩌나 하고 긴장했는데, 처음 몇 장은 심지어 재밌었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엔 돈낭비였다. 공주가 순간이동 마법으로 이상한 미로에 떨어지면서부터 나도 길을 잃었다. 모르는 단어가 페이지당 10개쯤 쏟아지며 재미가 없어졌다. 10페이지쯤에서 그만뒀다. 내가 본 페이지까지는 밑줄이며 동그라미가 가득했다. 아주 걸레짝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읽은 흔적조차 없다. 새책이다.

토익책이며 문법책도 그랬다. 처음부터 1/3 지점까지는 책을 아주 지저분하게 만들었다. 여백마다 빼곡이 필기 하고 문제도 풀고 밑줄도 그었다. 딱 초반만 그렇다. 중간부터는 아예 펼쳐본 표시도 흔적도 없다. 나는 매사 한결 같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나중은 미약하다. 용두사미에 미완결이다. 처음 뿌린 떡밥은 회수도 못했다.

처음 기세는 등등하다가 며칠쯤 뒤엔 슬슬 꼬리를 내리며 안 될 이유를 찾는다. ‘역시 이건 무리였어’ 혹은 ‘이걸 해서 뭐해?’ 하며 스스로 합리화한다. 자괴감이 든다. 다만,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이들도 비슷한 것 같긴 하다.

도서관에 가보면 안다. 10권 분량 넘는 대하소설을 아무거나 집어보자. 토지, 태백산맥, 아리랑, 임꺾정, 혼불 등등. 1권은 아주 지저분하다. 손때 묻은 흔적이 다분하고 책은 너덜너덜 하다. 2권부터는 어떨까. 상태가 양호하다. 그러다가 7권 8권쯤 되면 심지어 누가 빌려간 흔적조차 없다. 1권은 엉망인 책이 더 훼손될까 조심조심 읽어야 하지만, 2권을 넘어가면 아주 쾌적하게 볼 수 있다.

1월엔 금연 결심으로 담배판매량이 급감하고, 새해 계획의 영향으로 학원이나 헬스장 등지의 매출은 늘어난다고 한다. 명절이 있는 2월을 지나 3월이 되면 평소와 같아진다고 한다. 사람들은 작심삼일 계획으로 3일쯤 불타오르다 식는다.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비슷한 모양이다. 위안을 받는다.

내가 일기를 쓰기로 하고 며칠 만에 관뒀더라? 다이어트는? 운동은? 공부는? 다들 나같은 줄 알았다. 반전이 또 있었다.

스팀잇에 운동일기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끊어지지 않은 채 기록을 이어나간다. 운동일기 xx일 차 같은 제목이다. 이런 이들은 과연 무엇일까. 나와는 다른 존재일까? 드래곤이나 유니콘처럼 전설로만 알려진 환상의 존재는 아닐까? 내 견해로는 결심은 3일만에 끝나야 옳다.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으니 환상의 존재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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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은 3일만에...헐~
이번주 운동 시작하고 오늘이 3일째인데 담주부터는 결심없이 해야것네요. 뽀대나게 수첩에 적었는데..갑자기 창피해졌어요. 하하하~~

와우 3일을 넘기는 분이 실제 있을 줄은 몰랐네요ㅎㅎㅎ
이미 습관이 된다면 결심은 필요 없겠죠?ㅎㅎ 응원드립니다~~

전 그래서 대게 결심을 안 하는데 문제는 결심을 안 하니 그마저도 안 하더라고요. ㅎㅎ

3일이라도 어딘가 싶기도 합니다. :)

맥시멈 3일입니다. ㅋㅋ 보통은 반나절이면 끝이네요ㅠ ㅋㅋㅋ
사실 3일 버티는 데도 대단한 절제력과 인내가 필요하죠. ㅎㅎ

삼일에 한번씩 다시 다짐을해라 라는 말이 있던데,

초심은 초심일 뿐 ㅠㅠ 다이어트든 공부든 정말 안 힘든 일이 없는 것 같아요. 그걸 성공하는 사람들이 대단하죠...

그래서 작심삼일 다이어트란 것도 있었던 모양이네요ㅋㅋㅋ
이제는 결심하는 것도 포기해버렸습니다..ㅋㅋ 꾸준함이 가장 어려운건데..
그걸 해내는 분들은 참 대단해요. 방문 감사드립니다~~

허걱 그냥 ㅠㅠ 몸 움직이는거 뿐입니다....ㅠㅠ 지루하지 않게 펌프잇업을 넣고 150 키로일때는 상상하면서 유지하고 있는거죠 ㅠㅠ

전 그 몸 움직이기가 귀찮아 누워만 있습니다ㅠ ㅋㅋㅋㅋ
동기부여와 마인드컨트롤이 되시는 것 같아 부럽네요 ^^

꾸준하게 작심삼일을 하면됩니다.😊

그렇군요ㅋㅋㅋ 몇년에 한번 작심삼일을 하니 문제인 모양입니다ㅜ ㅋㅋ

3일........
전 작심삼분이라.....촤하하하하
붕어수준의 의지입니다ㅋㅋㅋ
즐금불금하세요!!!

3일 간 것도 손에 꼽습니다.ㅋㅋㅋ
몇초만에 끝난 것도 허다하죠. 계획을 세움과 동시에 포기
그리고 낮잠을 잔다는...ㅋㅋ @zionis33님도 주말 잘보내세요 ^^

결심을 3일에 한번씩 하시면 됩니다. ㅋㅋㅋ

조언 감사드립니다. 우선 주말동안 놀고 월요일에 결심해야겠습니다ㅋㅋ

하루에 하나씩 작심삼일로 가시면 되실거같아요 ㅋㅋㅋㅋ 그렇게 1~2주 단위로 반복하는거죠!!!

그래서(??) 전 결심을 안 하기로 결심한 지 꽤 되었습니다.
오~ 그런데 이건 잘 지켜져요..ㅠㅠ

운동은 작심삼일이 제 맛이죠 ^_^ 하루 플랭크하고 복근 땡겨서 일주일동안 운동 "못" 나갈 핑계거리 만드는거.. 전부 다 그러지 않나요?????? 나만 그런거 아니죠?! ㅠㅠ

그런데 영어는 시도해보신 것처럼 아주 쉬운 어린이용 책을 계속 쭉 읽어보는게 좋아요. ㅎㅎ 모든 단어/문장을 이해하려는 "원대한" 꿈을 갖지 마시고 그림책 보듯이 지렁이글자를 계속 보다보면 어느순간 이해가 되실거예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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