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일은 힘들다

in #kr6 years ago (edited)

대학시절 나는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했었다.
덕분에 용돈을 비교적 풍족하게 벌 수 있었고 시간도 다른 힘든 아르바이트에 비하면 여유로운 편이었지만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과외라는 것이 가르치는 아이들의 성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거라 아이들이 시험을 보는 날에는 제발 시험을 잘 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고 시험을 잘 못 보기라도 하면 아이들 부모님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게 적잖은 스트레스였다.

나는 줄곧 두 아이를 가르쳤는데 이 중 한 아이는 사실 공부쪽으로는 머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열심히 노력은 하는데 그러는 만큼 성적이 안 오르는 케이스라 내가 과외를 하는 동안에도 큰 발전을 하지는 못했다.

공부도 어느 정도는 머리가 따라줘야 하는데 이 아이는 같은 시간 안에 단어 하나를 외우더라도 다른 아이보다 항상 못 하는 편이었다.

그 아이의 능력을 파악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서로 노력한 결과가 중상위권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에 대한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거라 하루는 아이 어머님이 과외를 한번 멈추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성적이 나오지 않아 그러는 걸로 생각하고 당연히 그만두기로 했는데 그 아이가 나를 너무 좋아하고 따르는 바람에 아이 어머님의 말에 의하면 아이가 난리를 쳐서 다시 그 과외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

아이 부모님은 과외를 하는 동안 나에게 참 극진히 잘 대해주셨다.
대학생에 불과한데도 꼬박꼬박 선생님이라고 해주셨고 서로 어려워하는 관계가 계속 이어졌다.

결국 나를 유달리 따랐던 그 아이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과외는 끝났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잠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안에도 가끔 학부모와 직접 만나거나 전화상담을 할 때에도 모든 학부모님들은 굉장히 예의 바르고 깍듯하게 나를 대해주셨다.

요즘 간혹 뉴스에 나오는 안 좋은 이야기들을 보면 다행히 난 모두 좋은 분들만 만난 것이다.
하물며 진짜 교사도 아니고 과외나 학원선생일 뿐이었는데도 그랬으니 감사할 일이다.

그리고 길지는 않았지만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정말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심리적으로도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신경을 쓴다는 것은 일반적인 다른 일들에 비해 경중을 가리자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닌 거 같다.

모든 선생님들은 참 대단하신 분들이다.
그리고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다.
난 가르친다는 일이 어떤 사명감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여긴다.
대가만 바란다면 차라리 다른 일이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초등학교 교사가 수시로 울리는 카톡메세지 때문에 힘들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학부모들이 한밤중에도 카톡으로 불만을 따지기도 하고 갑자기 아이들이 준비물을 물어보기도 한다고 한다.
교사에게 기본적인 예의도 없이 행동하는 학부모들도 문제고 그런 부모에게서 배우는 아이들의 장래도 걱정된다.

또 얼마 전에는 선생님을 폭행하는 학생의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물론 일부에 극한된 일이겠지만 그렇다 해도 이 얼마나 개탄스러운 일인가.

선생님을 공경할 필요가 없이 단지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만 여긴다면
그냥 인터넷강의나 독학으로 공부를 하면 간단할 것이다.
물론 학교에서의 모든 배움이 선생님으로부터 나오지는 않겠지만 늘 그 중심에는 선생님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다 못해 사소한 거 하나를 알려주는 사람에게도 고맙다고 하면서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안 되지 않겠는가.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배울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다.

고루한 얘기로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상하가 뒤집어지는 세상은 옳지 않다.
요즘 너무 추락하는 교권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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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스승의 날을 없애자고 선생님들이 국민청원 올렸다고 하더라구요..
안타까워요~
그래도 우리땐 이정도는 아니였는데

선생님들의 고충이 많은 거 같더라구요. 안타깝습니다.

@therealwolf 's created platform smartsteem scammed my post this morning (mothersday) that was supposed to be for an Abused Childrens Charity. Dude literally stole from abused children that don't have mothers ... on mothersday.

https://steemit.com/steemit/@prometheusrisen/beware-of-smartsteem-scam

옛 생각이 나네요. 아이들끼리 선생님께 스승의날 파티도 해드리고 조그마한 책 한권 선물 해드리는 것도 너무 좋았었는데 말이죠. 요즘은 선생님과 제자 사이가 오히려 멀어지는 건 아닐까.. 굉장히 아쉽기만 합니다.

촌지와 과한 선물이 물을 흐려놓아서 그렇죠.
그렇다고 아무 것도 못하게 하는 것도 좀 뭔가 이상한 것도 같고 뭐든지 과한 게 문제네요.

요즘에는 학부모님들이 학원선생님을 선생님으로 보지 않고 당당하게 하는 각종요구에 오히려 아이들 가르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곤합니다.
좋은 학부모님들을 만나서 기분좋은 기억을 가지고 계시다니 다행입니다. ^^

학원선생님도 기본적으로는 선생님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요.
모든 게 너무 이해타산적으로 바뀌는 거 같네요.ㅠㅠ

맞아요 가끔 애들 중에 너무 예의 없는 행동을 하는 거 보면 체벌 있는게 나으려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학교에서도 예의 없으면 밖에서는 오죽할까요

학교에서든 밖에서든 가장 중요한 게 예의라고 생각해요.
기본 중의 기본이죠.^^

맞아요^^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수업을 몇년 해오면서 느끼는 거지만 선생으로 다가서면 교권이지만 친구로 다가서면 그냥 친구 더라구요. 오히려 교권이라는 권위는 약화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교권을 요구하니 젊은 선생님들만 피해를 보고 있지만요.

어릴 적엔 선생님들이 너무 때려서 학교가기 싫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 같지만. 민주주의 시민을 키우려고 하는 건지. 자본주의 노예를 키우려고 하는 것인지. 만약 전자라면 모든 선생 포함 학생들은 제각기의 1표의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처럼 위에서 아래로 모든 질서를 만드는건 이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소코반님이 말씀하시는 교권과 제가 말한 교권이 약간 의미가 다른 것 같아요.
전 요즘 선생님을 기본적으로 존중해주는 것이 너무 부족해지지 않았나 생각해서 교권이 좀 보호되었음 한 거에요.
선생님에게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학부모, 학생들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니까요.
소코반님 말씀처럼 친구같은 선생님이 있다면 물론 좋지요.^^
그나저나 소코반님 학교에서 수업을 하신다니 힘든 일 하시네요.
좋은 선생님이실 거 같습니다.^^

아 정규직이 아니라 자유학기제 교실이라고 할까요. 그림 그리는 걸 2년 정도 가르쳤습니다. ㅎㅎ 그래서 더 자유로웠는지 모르죠.

오~그림을 가르치셨군요.
학교 다닐 때 미술선생님은 늘 인기가 많았는데....ㅎㅎ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네요. 스승의 날만 되면 선물, 촌지 뉴스가 빠지지 않으니 선생님들 힘빼는 날이 된 것 같아 안타깝네요.

그렇죠. 선생님들 힘을 북돋워줘야 하는 날이 오히려 반대가 되는 게 안타깝습니다.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이가 어리지만 아내도 그림학원 선생님께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요. 그런데 꽃한송이도 제대로 못주는 스승의날 폐지하자는 말도 나오고... 참 불편한세상입니다. ㅡ.ㅡ;;

스승의 날을 선생님들이 먼저 없애자고 할 정도니..안타깝습니다.

그래도 교사가 학생들이 소망하는 직업 1위랍니다.
아이들 눈에 가르치는 일이 그리 허망하게 보이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오~그런가요? 전 요즘 아이들 소망하는 직업이 연예인인 줄 알았어요.ㅎㅎ
아이들이 보기에 선생님이 좋아보인다는 건 나쁘지 않은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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