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70 성윤의 출소

in #kr5 years ago

-1년 후
수염이 덥수룩한 성윤은 더 이상 보물 선을 찾아다니지 않겠다,라는 선서를
한 후 가석방 되었다.형무소 문을 나온 성윤이 전화를 건후 택시를 잡아타고
어딘가로 향했다.그는 택시 안에서 기간이 좀 지난 신문을 펼쳐 보았다.
[김 민중 정부의 대북특사파견. 경제 협약의 신호탄인가?]
[대한민국 주식시장 개장이래 최대의 사기극을 펼친 1000억의 사나이 임하
청 공개수배!]
성윤이 인상을 찌푸리며 신문을 넘겼다. 헤드라인이 그의 눈을 사로 잡았다.
[야당 대선 출마자 딸의 마약 스캔들,이대로 물러나나.여당 차기 대권후보자
전당대회에서 지지율 더욱 견고히 굳혀]
성윤이 미친사람처럼 신문을 박박 찢었다.
-서울 명동의 어느카페
김 과장이 성윤 앞에 마주 앉아 있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임 하순 회장님이 자리를 완전히 박탈당하고 파산과 동시에 동화건설이 가
지고 있던 계열사 주식과 현금성자산들,부동산, 심지어 문중 선산마저 모두
빼앗겼어요."
"아주 개아작이 났구만. 그럼 형은?"
김 과장이 주위를 한번 살피더니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임 하청 전무님은 지인의 집에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계십니다."
"어쩌다가 그렇게 큰 회사가 파산된 거야?일시적 유동성 위기일 뿐이라며?
일이 어떻게 된건지 성윤도 뻔히 알고는 있었지만 김 과장을 통해 더 자세히
듣고 싶어서 모른척을 했다. 간보냐?
"양성대 재판장은 회계사를 시켜 빛은 늘리고 자산을 줄이게했죠.이렇게 날
조된 서류로 정리회사인 동화건설의 정리절차는 폐지사유에 해당된다는 의
견을 법원에 제출했어요. 동화건설은 그즉시 청산절차에 들어갔고요."
"저런 쳐죽일 놈들."
"더욱 기가 막힌건 해당재판장의 손에 의해 재판도 하지 않고 판결문도 쓰지
않은 채 동화건설의 파산선고는 언론에 발표되었고 곧 기정사실화 되었다는
거죠. 법정관리 개시결정을 내린지 불과 6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성윤이 발끈하며 말했다.
"법원새끼들 이거 완전 사기꾼이구만.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라고 봉급 주
니까 국민들 뒤통수에 대못을 박다니."
"동화건설은 그렇게 억울한 파산을 맞았고 해외수주와 관련된 7천억 지급
보증을 섰던 대안통운도 동화건설의 채무를 떠안고 덩달아 법정관리에 들
어가게 되었어요."
"불법매각을 반대하던 우리사주조합은?"
"모회사인 동화건설 파산 후 지급보증문제로 같이 엮여버렸어요.임 하순 회
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동화건설에 새로 선임된 공 병우회장은 경영 정상
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어쩐일인지 대안통운 매각에만 열을 올렸어요."
"법원새끼들이랑 다같은 족속들이지뭐. 아주 생지랄 난리를 쳤구만."
"결국 서운은행의 손아귀에 놓인 대안통운은 M&A를 통해 매각 후 회생시킨
다는 허울 좋은 명목아래 금오그룹에 헐값에 팔려나갔어요.동화증권은 고작
인지대 값 500원에 서운은행에서 가져 갔고요."
"헐..완전히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네.이 정도면 스케일이 엄청 큰데. 대체 대
가리가 누구래?"
"위 진성이요. 금오건설이 대안통운 인수당시,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인간인
데, 현 정권의 핵심인물로 정, 관, 금융계의 고위인사들에게 정치적 압력 뿐
아니라 거액의 사례비까지 주고 일을 추진했대요."
"아.. 그 위진성? 대권후보?"
"네, 모든 것이 현정권의 지시를 받고 서운은행과 법원이 동화그룹을 공중분
해시켜서 알짜배기 자산을 빼앗아 먹으려는 개수작이었죠. 대안통운 우리사
주조합에서는 대안통운을 금오에 넘겨주기 위해 꾸민 권력형 비리로 여기고
각신문사에 접촉을 시도해 보았지만 말짱 허사였죠."
"금오건설 같은 작은 회사가 동화건설그룹을 먹어치우다니. 이건 새우가 고
래를 먹은 격이군."
"그런셈이죠. 아참 이거 받으세요."
1년전 무인잠수정으로 돈스코이호에 접근하여 금괴를 찾기까지의 모든 과
정이 녹화되어 있는 대용량 USB를 김과장에게서 건네 받은 성윤은 하청의
소식이 무척 궁금했다.
"하청이 형은 대체 어디 있는거야?"
"지금 임하청 전무님 계신 곳은 가족들도 몰라요. 저만 알고 있어요."
"한번 봤으면 하는데."
"물론 그러시겠죠."
김과장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잠시 후 낡은 승용차가 커피숍 앞에 섰다.
차는 성윤과 김과장을 태우고 어딘가로 곧 출발했다.
-어느 한적한 서해 바닷가
하청은 타깃을 앞에 세우고 석궁 쏘는 연습 중이다. 앞서 온 김 과장이 임 하
청에게 말했다.
"모셔왔습니다."
"멧돼지라도 잡을 셈이야?
성윤의 출현에 하청은 매우 반가워하며 그를 끌어 안았다. 얼굴을 보기 위해
성윤을 떼어낸 후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짜식..살아 돌아왔구나."
"어떻게 된 거야?
"진주한테는 연락해 봤냐?"
성윤은 출소하기 전날 아침,전화통화했을때 들은 진주의 사랑스러운 목소리
가 떠올랐다.
[없는 전화번호이니 다시 확인후 통화바랍니다.더 다이얼 넘버 이즈 렁.프리
즈 콜 어겐.]
성윤이 질문에 대답도 하기 전에 하청은 진주의 소식을 알렸다.
"내가 집에 데려다 놓았어.어서 가봐."
"나중에.. 형이 더 걱정되서."
"진주 씨가 먼저지. 그리고..사진 그거 니가 그런거냐?"
사진 얘기가 나오자 성윤은 난처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를 모면해 보려
고 영식에게 넘긴 진주의 사진 한장 때문에 진주는 물론 그녀의 아빠까지 큰
피해를 입게 되었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었다.그럼 무릎꿇어 시꺄.
"내가 미친놈이지.."
그동안 하청은 김 과장을 통해 사진의 출처를 백방으로 알아 보았다.최초 사
진을 유출한 장본인이 뜻밖에 성윤이란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었다.
"영식이 놈이 그 사진을 가지고 위 진성과 딜을 하려다 안 먹히니까 양 성대
한테 팔아먹은 후, 이게 들통이 나서 위 진성한테 제거 당한거 같아."
"드디어 영식이가 죽었군."
영식이 죽었단 말에 겉으론 태연한척 했지만 성윤은 속으로 무척 놀랐다. 겉
으로는 민주사회를 이룬 것처럼 고귀한 현정부가 실제로는 사람까지 죽이는
잔혹무도한 무리들이라는 사실이 너무 두려웠던 것이다.
"진주 이제 약도 완전히 끊고 회복 중이야. 니가 옆에 있어줘야 해."
"형은 좀 어때?"
"아버지 무덤까지 죄다 빼앗겼다. 약은 내가 먹어야 할 판이다."
"위 진성, 다 그놈 짓이라며?"
"놈하고 손잡은 양 성대. 서운은행, 금오도 다 한패야."
"금오 걔네들 예전에 형네회사에서 하청이나 받던 애들 아니야?
김 과장이 할말이 많은 듯 끼어들었다.
"네 맞아요. 전체 도급순위 2위의 거대한 회사를 하청이나 받던 꼬마 회사가
먹은거죠."
성윤은 믿을 수 없단듯 말을 더듬었다.
"새끼들이 그많은 계열사를 모두 먹어치웠단 말야? 10조가 넘는 자산을?"
말이 10조지 자산을 제대로 가치평가하고 해외자산까지 합하면 100 조가
넘는 액수였다. 하청이 뒷목을 잡으며 말했다.
"정치권과 법원. 그리고 금오에서 전부 찢어 먹었어. 그것 때문에 내가 요즘
머리에 피가 올라서 못 살겠다야."
"대안통운은 그렇다 쳐도 호주에 있는 골프장은?"
"전부 다 찢어 먹었어. 양 성대, 위 진성, 이 개새끼들은 이번에 한몫 단단히
챙겼을 테고.물론 제일 윗대가리인 김민중은 재벌이 되었을테고."
성윤은 더 이상 물어보기가 민망했다. 담배를 피워 물고 눈치를 보며 하청을
바라보았다.
"리비아 대수로공사, 그쪽도 날아간거야?"
"공사가 중단되었어. 하자보수는 금오가 먹어치운 대안통운이 대신 하게 되
었고."
"결국, 현정부쪽에 줄대고 있던 놈들이 다 찢어 먹었군. 기가 막히네 정말."
하청이 푸념하듯 말했다.
"중동 쪽에 깔려있던 수주잔고가 자그마치 12조야. 나는 그렇다쳐도 갑자기
실직당한 회사식구들이 걱정이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나랑 생사고락을 같이
한 사람들인데 참.."
성윤이 땅바닥에 담배를 비벼 끄며 하청에게 물었다.
"혹시 나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하청은 말없이 과녁을 향해 석궁을 쏘았다. 그러나 활은 과녁을 한참 빗나갔
다.김 과장이 하청 대신 대답했다.
"보물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 거야? 이런 어마어마한 일
을 벌인 데에는 그에 걸맞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김 과장은 먼 하늘을 무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현 정부의 재벌 길들이기에 재수 없게 걸린거 같아요.우리회사가 현정부에
밑보인 면이 좀 있었어요."
"뇌물상납 말이야?"
"네. 임 하청 전무님이 이번 정권에 돈을 한푼도 안 줬거든요.그동안 하도 정
치인들에게 시달려서 이번에 아예 정경유착을 끊어보려고 노력하셨어요."
이번엔 하청이 과장대신 말을 이었다.
"10대 재벌 가운데 돈을 안 내놓은 쪽은 아마 우리밖에 없을거야. 가장 덜썩
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난도질을 당한거지. 게다가 내가 진주네 아빠랑 같은
교회에 다녔었거든. 위 진성이 그걸 알고 우리회사를 노린 거지. 나중에라도
혹시 내가 위 진성의 정치적 라이벌인 진주아빠 양훈의 자금줄이 될까 두려
웠었던거지. 가깝게 지낸건 사실이지만 금전적거래 같은건 일체 없었거든."
위 진성의 라이벌이었던 야당 대권주자 양 훈. 그와 절친인 동화건설의 임하
청.이제야 이유를 알겠다는 듯 성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그래서 그랬군."
아직 할말이 더 남아 있는 듯 하청이 입을 열었다.
"지나고 나서 보니 우리회사는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어.지금 대통령
은 바로 이전 정권에서 목숨까지 잃을 뻔했어.그러니 전 정권과 친분이 두터
웠던 우리회사를 가만히 놔둘리가 있겠냐고.줄을 잘 섰어야 하는 건데. 현정
권 실세에 빌붙어서 발가락이라도 빨았어야했는데 그랬어." 그만좀 빨자좀
안 지치니?
"진주아버님 낙마하고 위진성이 유력한 차기대선주자로 나온걸 나도 봤어."
하청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난 지금 주가조작 혐의로 수배중이야. 아무래도 재기하기는 힘들거 같다."
"미안해 형. 괜히 보물선을 건드려가지고."
하청이 손사례를 치며 말했다.
"아냐 니가 왜?"
성윤은 정말 미안한듯 고개를 숙였다. 하청은 괜찮다는 뜻에서 성윤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먼 바다를 응시했다.
"기껏 사막의 모래바람 맞아가며 달러 벌어들인 대가가 억지파산이라니. 내
가 뭘그렇게 잘못했다고.. "
"힘을 내봐 형."
"이젠 할아버지, 아버지가 계신 선산까지 다 빼앗겼으니 죽어서도 조상님들
뵐 면목이 없다. 새끼들, 꼭 복수하고 말테다."
성윤도 하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다.
"겉으로는 국민의 정부라 하며 국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멀쩡한 국민
의 기업을 털도 안 뽑고 갈기갈기 찢어서 먹어치우다니.참 더럽고 무서운 세
상이네."
하청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내 영혼마저도 갈기갈기 찢겨나간 느낌이야."
김 과장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헝겊으로 닦았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
려는 행동으로보였다. 그가 말했다.
"그 중 최악은 불법적으로 회사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들이 현직에서 최고의
능력자로 대접을 받으며 지금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사실이죠.이건 정말
너무 억울해요."
하청이 석궁을 들어 쏘자 이번엔 정확하게 타깃에 적중했다. 성윤이 하청에
게 말했다.
"형, 억울하겠지만 그만 잊자. 나도 이제 보물 따위는 잊고 살려고."
"지우기엔 내가슴에 박힌 못이 너무 많다."
"그래 나도 알아.그렇지만 그 가슴에 박힌 못을 빼버려.그래야 형도 살 수 있
는 거야."
"못은 뽑아버려도 못 자국은 영원히 남을 거야."
"시간이 아픈 기억들을 다 치료해주겠지."
"사막이 그립다. 성윤아, 사막이 왜 아름다운지 넌 아니?
김 과장이 슬픈눈으로 말했다.
"사막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어서 아닐까요?"
성윤도 쓴 웃음을 지으며 하청의 질문을 받아주었다.
"사막을 견뎌내는 낙타가 있어서 아닐까."
임 하청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막을 이해하려면 먼저 모래에 대한 동경이 있어야해.사막이 아름다운 건
거기에 모래가 있기 때문이야. 너무 건조해서 인간의 추악한 탐욕이나 계략
이 숨어들 수 없는 모래. 순수함 그 자체라고나 할까." 꼴값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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