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67흑장미를 숨겨라!

in #kr5 years ago

-위진성의 사무실
위 진성의 숨겨둔 프락치인 철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성윤을 밀착하여 감시
하고 있다가 돈스코이를 발견하자 바로 보고를 올리는 것이었다. 아직 충격
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철우는 통화내내 흥분하여 입을 다물지 못했다.
"최성윤이 드디어 흑장미를 찾아냈습니다."
"흑장미가 확실한거야?"
철우는 어이가 없었다.지금 한시가 급한데 확인사살이라도 하겠다는건지 정
말 답답할 노릇이었다.
(야이 쌥쌔야 그럼 내가 흑설탕가지고 흑장미라고 하겠냐?나도 이거 목숨걸
고 하는일이야 이놈아.장난아니라고.)
"두눈으로 확인했습니다.확실합니다."
"알았다. 수고했다. 약속은 내가 꼭 지킨다 끊자."
약속이라면 정교수자리?마침 위진성의 수행원인 오재만이 영식과 위진성이
있는 사무실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오재만은 데리고 있는 애들을 시켜
동해상에서 배를 타고 성윤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돈스코이를 발견했다는 소
식을 듣고 바로 보고를 올리려는 순간이었다. 여기저기 빨대 무진장 꽂아놓
으셨구만.부럽냐?
"흑장미 찾았답니다."
재만은 자신이 말하고도 스스로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흑장미는 그 규모면에서나 내용면에서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역대
급 보물선이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오재만은 몸이 얼어버린것이다. 성윤
을 2중으로 감시해 온 위진성은 이젠 담담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확실한거지?"
"네, 촬영 데이터를 넘겨받아 돈스코이호 설계도와 비교까지 해 보았습니다.
100%확실합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영식은 도저히 못믿겠단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는
놀라움보단 공포에 가까운 표정을 지으며 얼굴이 노랗게 변했다. 똥마렵니?
위진성은 감탄인지 탄식인지 알수 없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혀를 끌끌 찼다.
"정말 그걸 찾았단 말이지. 허 정말 대단한 놈일쎄."
수행원인 오재만이 위 진성에게 조용히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순간 위진성의 얼굴이 잔인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입술을 씰룩거리며 아주
강경한 어투로 말을 꺼냈다.
"돈스코이를 발견했단걸 언론이 알면 절대 안 된다.특히 배안에 금이 있단걸
알면 절대 안돼."
주제넘게 영식이 끼어들었다.
"지금 빼앗아 먹자고 까짓거."
위 진성이 영식을 어이없단듯 째려보았다.
"넌 뭐하는 놈이야 대체.그게 동네꼬마한테 사탕 빼앗아 먹듯이 쉬운 일인줄
알아!"
요즘 동네 꼬마들 무섭다.눈 마주치면 담배달라고 갈구더라. 위진성은 수행
원을 보며 황급히 말했다.
"일단은 매스컴부터 철저히 단속하고 탐사팀 다시 불러들여.그리고 당장 해
경 애들 배띄워서 최성윤 잡아와. 아 임하청이도 같이 잡아들이고."
"네 의원님."
수행원이 명령을 받들고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위 진성은 옆에서 멀뚱히 서
있는 영식을 보고 크게 소리쳤다.
"뭐해 인마, 너도 같이 가지않고."
영식이 일어서며 분노했다.
"최성윤 이자식을 이참에 아주 죽여버려야겠어."
잠시 고민하던 위진성이 대답했다.
"대신 조용히 처리해. 내말 무슨뜻인지 알지?"
자칫 언론이 알면 일이커진다. 최성윤 하나쯤은 쥐도 새도 모르게 해치울 수
있겠지만 살인사건을 파헤치다보면 돈스코이가 수면 위로 드러날 수밖에 없
었다. 위진성은 그게 무서운 거였다. 무슨말인지 말귀를 알아먹은 영식은 위
진성을 안심시켰다.
"내가 조용히 바다에 묻어주지."
영식이 문을 열고 나가자 위 진성이 어딘가로 급하게 전화를 했다.밑에 두고
부리는 검찰조직이었다. 최검사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예 의원님, 말씀하십시오."
"응 그래. 준비해 두었던 연예인 마약사건 있지. 바로 터트릴 수 있겠지?"
"안전핀만 뽑으면 바로 터질 수 있게 미리 세팅해 놓았습니다."
수류탄 투척하냐 쌥새들아.
"흑장미가 드디어 모습을 나타내었더군. 언론에서 냄새 맡고 달라붙기 전에
미리 연막탄 뿌리고 수류탄 까자고." 까고 있네.
"예,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실행하겠습니다."
"그래 이번엔 아주 깊게 파고 들어야해. 돈스코이에 돈,자도 나오지 않게 말
이야. 전 대통령 아들까지 이참에 아주 집어 넣자고."
최검사는 잘 나가는 아이돌 가수가 나이트클럽을 차린 후 거기서 은밀하게
성매매, 성폭행은 물론 마약까지 투여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내사를 벌이
고 있었다.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그남자 연예인은 자신뿐만 아니라 친
분이 두터운 수많은 동료연예인들과 성폭행한 동영상을 찍어 서로 공유해서
보는 엽기행각까지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근거자료까지 다 확보해
놓았고 데스리스트를 작성하면서 굵직한 연예인은 물론 대기업 3 세들과 전
직 대통령아들까지 연루되어 있는 사실을 알아내곤 책장을 덮었다. 소위 잘
나가는 톱10위권 안에든 연예인은 물론 거대 연예기획사 3곳, 5대그룹 3세
들과 전대통령의 아들까지 광범위하게 연루되어 있었다.이시대의 문화와 유
행을 이끄는 셀럽들이 더러운 마약과 섹스에 빠져 개만도 못 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그사실을 과연 누가 믿을까?거기다가 추가로 탈세까지.너무 영화다.
영화아냐 실화야.이재료는 워낙 충격적이고 노골적이라 그가치가 매우 높았
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연예기획사 소속 가수인 xxx은 빌보드차트
에도 오르고 결식아동 자선행사에 참여 하는등 전세계적으로도 명망이 높은
인물로 이름이 잘알려져 있었는데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사실이
밝혀졌다.이 걸레같은 새끼가 글쎄 마약을 탄 술을 여자들에게 먹여 강제 성
폭행한 후 동영상 찍는게 취미였고 이를 파일로 저장하는게 습관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친한 남자 동료연예인들끼리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아무런 죄
의식 없이 이런 파일을 공유하며 돌려 보았다는 사실이다. 전세계 아이돌 팬
들이 알면 패죽이려들게 분명했다. 야야 나라 망신이다 꼭꼭숨겨라. 그렇지
않아도 해당 지역 경찰관들이 달콤한 뇌물을 받아 먹고 뒤에서 봐준 정황까
지 포착되었다. 계좌추적결과 매달 수천만원의 현금이 경찰관들과 경찰청장
그리고 담당검사의 통장으로 꼬박꼬박 입금되고 있었던 것이다. 말세네.
잘 묵혔다가 필요할때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메가탄급 재료였다. 대물이
었다. 언제라도 불만 땡겨 놓으면 연예계는 물론 재계,정치판까지 거대한 회
오리 폭풍을 불러일으킬게 뻔했다. 마약,탈세,강간,검경결탁 비호까지 추가
되어 일단 터지면 검경은 물론 국세청,여성단체들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들고
일어날게 뻔했다.이게 나라냐 씨발.
이 엄청난 보물을 손에 쥔 최검사는 전정권에 빌붙어 먹었던 유명정치인과
재벌들을 향해 이를 갈고 있는 위진성에게 딜을 걸었다. ok 콜. 위진성은 최
검사에게 검사장 자리는 물론 장관자리까지 보장해 주기로 약속을 했다. 니
가 하느님이냐 씹새야.
최검사와 간단명료하게 통화를 마친 위진성은 양성대에게 다시 전화를 돌렸
다. 쓰레기같은 놈이 존내 열심히는 사네.
"응 양판사..일을 서둘러야겠어..그래그래..놈이 결국 찾아냈대.. 매스컴에서
냄새 맡기 전에 짤라버려야해..응 그래 맞아 동화건설 바로 파산시켜. 난 당
신만 믿어" 사랑노름하냐 씹새야.
전화를 끊고 난 위 진성은 어르신 생각이 났다.군사독제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눈밖에 난 김 민중은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어려운 시절을 극
복해냈고 드디어 대한민국 1인자가 되었다. 그러나 군사정권시절 자신에게
위협을 가했던 박장군에게는 직접적으로 복수를 하지는 않았다.명색이 민주
투사였는데 당한만큼 되갚아 준다는건 결코 명분이 서지않기 때문이었다.
명분없는짓을 했다간 국민들로부터 여태 쌓아온 민주투사로서의 신뢰가 무
너지고 권력도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조심 또 조심해야했다.대신 은밀히 박
장군의 인맥을 뒤로 쳐서 고립시키기로 했다. 특히 친분이 매우 두터운 동화
건설 임 하청을 쥐도 새도 며느리도 모르게 쳐내고 재산을 가로채는게 그의
평생염원이었다. 이번 일만 잘 마무리 한다면 어르신 눈엣 가시인 임 하청도
쳐 낼 수 있고 거기서 떨어지는 막대한 부도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위진성이었다. 썩을놈 꿩먹고 알먹고네.


약 1시간 후, 위진성에게서 전화를 받은 양판사는 법원공보실에서 정식기자
회견을 하기 위해 취재단 앞 단상에 오르고 있었다.몹시 거만한 표정으로 느
릿느릿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켜자 시끄럽던 청중이 약빤 쥐새끼처럼 조용해
졌다. 그는 숨을 고르더니 좌중을 스윽 한번 쳐다 보았다. 큼큼..드디어 양판
사가 입을 열었다.어디 뭐라고 씨부리나 한번 들어보자.
"삼월회계법인에서 제출한 실사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동화건설의 계속기
업 가치는 1조4750억이며 청산가치는 1조6693억으로 최종 조사되었습니
다.이로써 회사정리법 제271조의 3항 '정리계획안 제출명령전의 폐지'에 따
라 정리회사인 동화건설의 정리절차는 폐지사유에 해당, 최종 파산을 선고
하는 바입니다.탕탕탕."
간결하고도 냉혹한 판결이었다. 여기저기서 플래쉬와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
다. 취재기자들이 어리둥절해하며 이리저리 섞여 대혼란에 휩싸였다.판결을
마치고 퇴청하는 양판사에게 기자들이 일시에 개떼처럼 몰려들었다.
기자1:"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양판사:"......" 
기자2: "법원에서 일방적으로 느닷없이 워크아웃 약정을 깨는건데 전례없는
일이잖습니까. 이거불법아닙니까?"
기자가 생각하기에 아니 상식적으로도 상법상으로도 주주총회도 거치지 않
고 바로 파산선고가 내려진다는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양판사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상식을 들이 밀고 있는 기자들이 그의
눈엔 참으로 어리석어 보였다. 이세상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세상은 오로
지 힘과 권력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것. 여태 이걸 모르고 있다는게 그저 한
심스러울 뿐이었다. 너무도 한심스러운 놈들이라 할말이 없었다. 자랑이냐.
이번 판결로 인해 잠시 언론이 시끄러울 수는 있어도 오래 지속되진 않을 것
이다. 이미 위 진성이 '연예계 뽕' 뉴스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동으로 물타기가 되어 이번 동화건설의 억지 파산껀은 조용히 땅속
에 묻히게 될것이다. 양판사는 출입구를 향하여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갑
자기 기자 한명이 앞을 가로 막았다. 동화일보 신유미기자였다. 여자가 조낸
용감하네. 니들도 좀 배워라.
"동화일보 신유미 기잡니다. 이러면 공동채권단인 외완은행이 가만있지 않
을텐데요! 그쪽과도 합의 본 사안입니까?뭐라도 한말씀 해주시고 가시죠?"
양판사는 할말이 하나도 없었다.이미 일은 끝난거고 궁금할것도 대답할것도
없었다. 대신 며칠 후에 위 진성이 터트릴 연예계 '뽕뉴스' 내용이 대체 뭐일
까 그게 무척궁금했다. 어릴때 부모님 몰래 장농에서 꺼내 침닦아가며 훔쳐
보던 뽕3 이후로 가장 흥미로운 뽕이었다. 뽕3가 뭐냐고? 니뽕이다.또 무슨
기상천외한 정치쑈를 위진성이 벌일지 그게 정말 궁금할 따름이었다.신유미
기자는 법원의 움직임이 웬지 수상했다. 그냥 놔두면 멀쩡히 살아날 회사를
굳이 손에 피묻혀가며 죽여 없애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예리한 기자의 촉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악착같이 물고 늘어졌다. 거 근성있네. 성공하겠
다야.
"아니 사람을 죽였으면 뭔 이유가 있을거 아냐. 취미로 그냥 죽인 건 아닐거
아니냐고."
(기집애 앙칼지네. 너같은 종달새가 나같은 봉황의 가는길을 우예 알겠노.천
길 낭떠러지에 아슬아슬하게 둥지를 짓고 사는 너같은 잡새는 알 필요 없느
니라.) 그러는 넌 씹새냐?
"동화일보 기자라고? 거 말조심좀 합시다.나 대한민국 판사라고. 그리고 누
가 사람을 죽였다는거야."
"밥그릇 빼앗아가면 그게 죽이는거지 뭐겠어. 이유가 뭔지 내가 끝까지 후벼
파주겠어.기대해 대한민국 판사님."
양판사는 가소롭단 눈빛으로 신유미 기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했다.얼
굴은 반반한데 가슴이 너무 절벽이라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예상대로 절
벽에 사는 잡새가 맞는듯 했다.뽕의 도움을 속히 받아야 할것같단 생각이 들
었다. 영화 빠삐용에서 나오는 절벽보다 휠씬 더 가파르게 보여서 현기증이
날정도였다. 그나저나 오늘은 참으로 뽕생각이 여러번 나는 하루인것 같았
다. 양아치 of 양아치.


울릉도 저동 앞바다 모선.갑판 위에 성윤과 팀원들이 포도주를 따라 즐겁게
마시고 있다.다들 들떠있는 분위기라 술에 취해 있기보다는 분위기에 달아
올라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철우 또한 돈스코이를 찾아냈다는 성취감에 도
취되어 성윤을 제거하야만 하는 임무를 잠시 잊고 있었다. 철우가 성윤에게
건배를 권했다. 아무 이해관계없이 성공에 대한 보상으로 이 순간의 행복을
한잔의 컵에 담아 들이켰다. 마지막처럼.
"자 건배. 돈스코이를 위하여!"
그때 성윤의 전화벨이 울렸다. 허허실실 웃으며 여유롭게 핸드폰을 꺼내 들
었다. 하청이었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아랫도리를 가리켰다.
"야인마 좆됐어!"
"누구세요?"
"큰일났다고 인마!"
"아 하청이 형이구나! 그새 전화번호 바꿨네. 형 내가 드디어 해냈어! 흑장미
를 찾았다고!"
"흑장미고 백장미고 간에 회사 완전 절단났어. 파산이야!"
성윤은 어안이 벙벙해서 되물었다.
"뭔소리야 그게."
"채권단인 서운은행 새끼들이 몹쓸 짓을 했어!"
"걔들이 뭘어쨌는데?"
"그새끼들이 워크아웃 약정을 깨는 바람에 바로 파산으로 쳐박혔단말야!"
동화건설의 채권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던 주채권자인 서운은행. 서운하게
도 그들은 위 진성의 사주를 받아 양판사와 짜고 억지파산에 가담했던 것이
다. 성윤은 미친 듯이 떨리는 잔을 내려놓았다.지금 떨고 있니.
"그게 가능해?"
"우릴 죽이려고 아주 작정을 했어."
성윤은 현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듯 말까지 더듬었다.
"그,그러면 그거 불법이잖아. 곽회계사는?"
"그새끼도 한패야."
"세상 믿을 놈 없군."
"하도 어처구니없어서 안전회계법인에 의뢰해봤어."
"걔들은 뭐래?"
"회계장부를 조작한 불법파산이 맞대. 맞는데 법원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 이
상 어쩔 도리가 없대."
"법이라는게 원래 이렇게 좆같은거야?"
회계업종으로 대한민국을 양분하고 있는 삼월회계법인과 안전회계법인. 그
둘은 상호협력자인 동시에 경쟁자였다.안전회계법인 입장에서는 이번이 상
대를 무너트리기위한 좋은 기회가 될수있었다. 삼월회계법인이 불법적으로
조작한 회계장부를 제대로 분석하여 세상에 알린다면 양판사의 불법행위를
만천하에 알리고 삼월을 무너트릴수 있었다.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막
강한 법원과 무소불위의 정치권력이 뒤에 버티고 있는한 잘못 건드렸다간
오히려 역풍에 휩싸이고 말것이란걸 잘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안전회계법인
측에서도 그동안 싸질러 놓은 똥이 많았기 때문이었다.안전회계법인대표는
임 하청과의 연락을 아예 끊어버렸다.이도저도 못하게 된 하청은 속에서 천
불이 났다.
"이 씨발놈의 담당판사 양성대새낀 아예 만나 주지도 않아."
성윤이 전화기를 든채로 조종실로 급히 들어가 리모컨으로 TV를 켜자 여자
아나운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속보를 알리고 있었다.배경화면에는 동화건설
본사 앞에 취재진과 주주들이 뒤섞여 이미 아수라장이 된 상황이었다.TV에
서는 친절하게도 불안한 음악소리를 효과음으로 넣어주고 있었다.여자아나
운서는 꼭 누군가에게 사주 받은 것처럼 상황을 더 뻥튀기 시켰다. 개 썅년.
"동화건설은 영업을 하면 할수록 빚이 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입
니다. 따라서 더 이상의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정리회사인
동화건설의 정리절차는 폐지사유에 해당, 파산을 선고하는 법원의 최종 결
정이 났습니다. 한때 현대건설에 이어 도급순위 2 위를 달리던 동화건설의
최종 파산선고에 따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뿐만아니라 향후 우리
나라 경제에 미치는 효과 또한 심각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성윤이 리모컨을 집어던졌다. 다시 갑판으로 뛰쳐나온 성윤이 전화기에 대
고 하청에게 소리쳤다.
"도대체 어떤 새끼들이야 영식이야?"
"영식이 같은 잔바리 따위가 할 수 있는 일이아냐 이건. 그리고 영식이 새끼
며칠째 코빼기도 안보여. 뭔흉계를 꾸미고 있는게 분명하니까 몸조심해."
영식이 성윤을 감시하고 있는 것처럼 하청도 영식쪽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
이다.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성윤이었다. 저 멀리 떠 있는 검은 배가 아무래도 수상해 보였다.
"그럼 진주는?"
"사람시켜서 찾고 있는 중이야."
돈스코이를 발견해냈다.그러나 웬지 상황이 아주 안 좋게 돌아가고 있었다.
동화건설의 파산. 영식의 수상쩍은 잠적.진주의 부재.그리고 감시받고 있는
듯한 이 더러운 기분.. 현상황을 도저히 감당 할 수 없는듯 성윤은 눈을 감았
다. 잠시 지구가 멈춘 듯한 절대정적이 흘렸다.평온했다.끼룩끼룩, 갈매기가
성윤의 머릿결을 살짝 스치며 날아갔다.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만 보물을 떠나 있어도 이렇게 평온한데.한시라도,아니 단 일초도 보물
을 잊지못하는 나는 대체 누구일까..)누구긴 잡새끼지.
성윤이 감았던 눈을 다시 뜨며 숨을 고른 후 진정하려 애썼다.하청이 다급하
게 말을 이었다.
"곧 해경이 널 체포하러 갈 거야!"
"형은 무사한거야?"
"일단 도망치긴 했는데 오래는 못 버틸것 같아.주가조작 혐의로 현금을 몰수
해갔어.어떻게 알아냈는지 내계좌에 있던 네 돈도 다 털어갔고."
마그마치 250억.그돈을 추적해 모두 털어간 것이다. 성윤이 분을 참지 못하
고 테이블 위의 와인 잔을 들어 바닥에 집어 던졌다.
"쨍그랑~"
바닥에 뿌려진 포도주가 마치 피처럼 검붉게퍼졌다.영문을 모르는 주위사람
들이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다.흥분한 성윤이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250억 그걸로 잠수정 사야해.금괴 건지려면 몇대 더 있어야 한다고!"
지금 보유한 ROV(무인잠수정)은 고작1대.이것으로 돈스코이에 있는 금괴를
인양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다. 본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야하는 시기
에 하청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했다.
"이제 10원 한 장 없다고 인마."
"그냥 건져 올리기만 하면된다고.나 미치는꼴 보고싶어?"
"법인 예비계좌까지 모두 동결됐다니까.난 이제 끝났다고."
"아정말 돌아버리겠네 시팔."
보물을 코앞에 두고 또다시 돌아서야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다.차라
리 이자리에서 혀깨물고 죽고만 싶었다. 죽어서 차라리 돈스코이 귀신이 되
어 버리고 싶었다. 귀신 신나락까먹는 소리허네.
"동화건설은 파산시점으로부터 국내외의 경제활동을 모두 중지해야한다더
라. 니미 돈스코이도 이젠 끝이야."
"어떤 씹새끼가 그래?"
"법원에서 문서가 날아왔어."
"썅놈의 법원새끼들 정말 아욱.."
성질이 나서 죽겠는데 갑자기 아랫배가 아파왔다. 느낌상 설사똥이 나올 것
만같았다. 그동안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소화불량에 위궤양까지 앓아왔다.
끼니도 대충 건너뛰고 술만 마셔서인지 속이 영 불편했다. 그래도 이렇게 다
급한상황에 설사똥이라니.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어이 없었다.드러워.
"법원에서 니쪽 상황을 꿰고 있는것 같아.돈스코이 발견과 동시에 파산선고
가 내려진걸 보면 아무래도 니가 탄 배안에 첩자가 있는 거 같아."
하청은 성윤이 속한 팀에 분명 배신자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지워버릴수가
없었다. 누굴까.
"어쩐지 정보가 줄줄 새는 것 같더라니."
성윤의 머리속에 바로 떠오르는 영상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철우의 비
열한 얼굴이었다. 하청이 다급하게 말했다.
"어서 몸을 피해. 놈들이 분명 돈스코이를 덮으려 할거야.널죽이려고 할테니
피하란 말이야."
상황이 무척 긴박하게 전개되어 가고 있다는 걸 성윤은 직감했다. 그러나 또
다시 여기서 돈스코이를 포기할순 없었다.
"시팔 다 필요없어. 바로 눈앞인데 어떻게 포기하란 말야. 아욱.."
정보만 줄줄 새는게 아니었다. 다량의 피가 섞인 설사 똥이 성윤의 항문에서
팬티로 줄줄 새고 있었다. 피똥싼다 정말.
"그래도 일단은 살고 봐야 할거 아니냐!"
"아욱 죽겠네. 죽더라도 그렇겐 못해.끊어!"
성윤은 이제 막 흘러나오기 시작한 혈변을 중지손가락으로 간신히 틀어막으
며 화장실을 향해 뛰었다.헌혈차 불러야되는거 아니냐?
"야, 성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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