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의 자정 일기

백수였을때 생활비를 모아 배낭여행 갔던 포르투갈에서 사 온 술을 마시지 않고 가지고 있다. 포르투 와인과 진자술. 아. 언니가 만들어준 복분자주까지…언니는 갑자기 술을 담갔다고 저 큰 걸 나에게 주었다. 아니 내가 술을 잘 마시는 사람도 아니고 무거운 걸 왜 주나 싶어서 물어보니 그냥 마시거나 요리에 쓰라고... 그때 언니는 아마 뭐든 주고 싶었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언제나 내가 가면 반찬이며 이것저것 챙겨 주는 언니이기에 거절 못 하고 늘 고맙게 받고 있다. 이번 술도 고맙다고 잘 먹겠다고 받아 와서 가끔 홀짝홀짝 마시지만, 아직도 남아 있다. 남은 술을 무겁게 가지고 가느냐 두 달 안에 다 마셔 버리느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친한 친구들이 술을 마실 수 있으면 같이 만나 마시겠는데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술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결국 나 혼자 다 마셔야 하는 거다. 나에게는 모두 독하기에 다 마신다는 건 무리. 어쩔 수 없이 내가 비행기로 가져가거나 우편으로 보내야 할 거 같다. 그래도 가는 날까지 계속 마셔야 할 듯하여 오늘부터 마시고 있다. 달달하니 취기가 올라온다. 이 달고 독한 술을 난 또 초콜릿이랑 같이 먹고 있다. 이러니 살이 빠질 수가 없지…

어제 글을 올리고 생각해 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받은 엽서는 다름 아닌 스팀잇에 계신 분들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그 엽서와 짧은 메모를 미국까지 가지고 왔다. 한국에 놓았다가 엄마 오빠가 또 버릴까 봐…다양한 이벤트가 많아서 엽서 보내는 이벤트를 해 볼까 하다가 마음을 접었다. 블록체인에 주소를 남길 수도 없고… 나도 내 정보를 남길 수가 없으니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떠나기 전에 새 주소로 나에게 편지를 보내려고 우표를 찾아 놓았다.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결정한 이사가 그동안 나에게 준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다시는 이런 이사를 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지만, 어떻든 새로운 곳에서 좋은 일들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에게 편지를 써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