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의 자정 일기: 내가 지금 두려운 것은?

in #kr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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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직장을 처음 다니면서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과 일로 엮이는 것이 많아지고 그들과의 만남이 그다지 편하지 않았던 나는 그들을 더 잘 이해해 보고 싶은 생각으로 주말에 비즈니스 수업 하나를 들었다. 낯설고 어색하기도 했고, 낯가림도 심해서 처음 나의 수업 참여도는 뭐 별로 높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교수님을 휴게실에서 마주쳐서 인사를 했는데 대뜸 “넌 뭐가 두려워?” 라고 묻는다. 갑자기 뭐가 두렵냐니! 조금 생각하다가 “다른 사람이 나를 재단하는 거” 라고 답하자 교수는 “다른 사람은 너에게 관심 1도 없어! 네가 무엇을 하든 뭐라고 하든 관심 없고 다들 자기 자신들에게만 관심 있지. 모두 자신들이 하는 말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휘리릭~ 휴게실을 나가셨다. 그 뒤 나는 수업에서 가장 높은 까지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꽤 많은 참여를 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나는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금 내가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들여다보고 없애는 작업(?)을 한다. 한동안 나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이사” 였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그런 거 같다. 아마도 이사를 안전하게 다 하기 전까지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사가 두렵다니… 다른 사람은 이해를 못 할 수도 있을 텐데... 나도 이사가 두려운 것은 처음이라 낯설다. 이사 가는 것이 얼마나 싫었으면 매니저에게 이사 못 가겠다고 말하려고까지 했다. 마침 회사 분위기 또한 내가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된다는 분위기이고 싫다는 사람 억지로 보내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왜 이곳을 떠나고 싶어 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며 말을 삼갔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사가 두렵고 싫은 그 원인이 뭔가 찾아보려고 요즘 계속 생각해 보는데도 사실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 지역이 너무 익숙해져서 더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이사 자체가 두려운 것인지 새로운 환경으로 가는 게 두려운 것인지 이곳의 편리함이 사라지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 아! 새로운 환경으로 가는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사실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은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이기에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그러면 무엇일까?
많은 다른 것들이 연결되어서 그런가? 예를 들면 이사업체, 트럭회사, 아파트 등 내 몸만 가는 것이 아닌 짐들을 가지고 가니… 아! 짐은 정말 왜 ”짐” 인지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수고롭고 귀찮은 물건들이다. 다 이유가 되는 거 같다. 어느 부분에서 뭔가 맞지 않으면 그게 또 더해져서 결국 스트레스로 나를 힘들게 할 테니까. 움직이기 싫은데 움직여야 하고 그렇게 또 해결해야 하니까…
그동안 너무 사건 사고가 많았기에 그런 사건 사고에 나는 너무 지쳐있고, 그 지친 상태에서 이사 하려니 이사 중에 또 어딘가 어긋나서 사건 사고가 나올까 하는 두려움. 그냥 조용히 평화로워지고 싶은데 평화가 깨질까 하는 두려움. 결국 이거였다.

미국에서 그리 오래 살지도 않은 거 같은데 나는 8번의 이사를 했고 2번의 교통사고가 있었다. 그 사이사이 생겨난 크고 작은 다른 사건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그리고 아직 해결이 나지 않은 것들도 있다. 그 많은 사건 사고들이 만들어낸 트라우마.

원인을 알았으니 생각을 바꿔야 하나? 이사를 하는 것이 지금 내가 가지는 이 평화를 깨트리는 것이 아니라 이사를 해야 내가 더 평화로울 수 있다고… 그동안의 사건 사고는 다 이곳에서 일어난 것들이고 이사 가서는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조용할 것이라고…

뭐 어떻든 오늘부터 짐을 천천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사할 집은 아직 못 구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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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는 거 두려운게 이해가 됩니다. 저는 게임상에서 브루클린에서 클리블랜드로 가는 데도, 가는 길이 어려워서 두렵고 짜증 나더군요. ㅎㅎ

게임도 실 생할과 다를게 하나 없군요. 삶도 게임이었으면 좋겠어요. 가끔 다시 시작할 수 있게요. ㅎㅎㅎ 뒤로는 못가고 앞으로만 가야 하니 거참...
비타이님 글이 왜 이리 위로가 되나요. ㅎㅎ하물며 게임도 그렇다고 하시니 괜히 맘이 좀 위로가 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 즐거운 일요일 되세용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거 같긴 합니다. 예전에 MBC 에서 했던 리셋이라는 드라마가 생각이 나네요. 그 드라마 에서는 정확히 1년 전으로만 돌아 갈 수 있었습니다. 1년전으로만 리셋 할 수 있어도 삶이 많이 바뀔 거 같아요. ^^

교수님이 바람소리님을 꿰뚫어 보고 계셨네요!
그쵸... 인간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관심을 갖지 않아요...
괜히 스스로 그렇게 느낄뿐... 자신을 가지고 바람소리님의 삶을 만들어 가시길^^

ㅎㅎㅎㅎㅎ 그러니까요. 예리하신 분! ㅋㅋㄱ
동감합니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에게 크게 관심 없어요. ㅎㅎ
그래도 전 독거님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요. 헤헤 :)
행복한 주말 되세용~

변화를 두려워하는것은 누구나 그렇습니다^^
저도 이사는 늘 두렵지요~~~으히히!

오잉? 진심 yh님도 이사 두려우세요? 으히히히 ㅎㅎ
아. 쫌 위로가 아니 아주 많이 위로가 되네요. ^^
감사합니다. 헤헤 :)
편안한 주말 되세용~

이사는 국내에서 해도 스트레스인걸요.
해외에서 이사라니... (전에는 아니었다해도)이래저래 더 신경쓰이시는게 당연합니다.

모든 짐을 다 깔끔히 정리해서 챙겨간다던가 치우고 간다는 책임감? 같은건 좀 내려놓으시면 좋겠네요. ㅎㅎ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중요해 보였던 무언가도 사실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니 이번 기회에 물건도 좀 분실하시고(저주?) 훌훌 털고 옮겨가시길 바랍니다.

몸도 마음도 릴렉스

ㅎㅎㅎㅎ 짐은 깔끔하게 버릴거 버리고( 이기회에 정리를 해야죠. ㅋ) 가져갈 거 가져가고.. ( 마음은 다 버리고 싶은데 ㅠㅠ) 뭐 망가지고 분실되는거는 어쩔 수 없을 거 같고요.
그냥 무사히 트럭만 잘 구해졌으면 좋겠어요. ㅠㅠ 일단 이사 할 수 있게요. 트럭 못 구해져서 계약 한 곳 취소 되면 적당한 곳이 없거든요. 장거리는 다들 패밀리 사이즈만 이사 하려고 해서요.
적어도 집은 나오겠죠? 그럴꺼에요. 그래야 해요 ㅎㅎㅎ

몸도 마음도 릴렉스 해 보겠습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

혼자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도움 받을만한 지인을 찾아 보세요. 의논할 상대만 있어도 덜 무서울 것 같아요. 신세는 나중에 꼭 갚기로 하고요.
저도 아쉬운 소리를 못하는 성격인데 그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둘 보다는 셋이 나아요. ㅎㅎ

앗 ^^ 도잠님 감사합니다. 이사는 뭐 집만 잘 구해지면 그냥 하면 될 거 같아요.
울었던 건 이사 때문이 아니라 그냥 지난 일들이 생각나서 울었던 거였어요. ^^;;
감사합니다. ^^
즐거운 주말 되세요~^^

저도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자주 쓰는 것이 '정신 승리법'입니다.
상황에 대해 내가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미 벌어진 그 상황이 좋게도 나쁘게도 받아들여지더라구요.
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쪽으로 생각하는 편입니다.^^

밝은 쪽을 보고 좋게 받아들이는 것이 정신 건강에는 확실히 좋은 거 같아요. ^^
너무 힘들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견디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면 또 그렇게 버티게 되고요. ㅎㅎ
감사합니다. :)

원래 이사를 갈때마다 사람이 성장한다고 하더라구요
변화를 두려워하는게 인간의 본성 아닐까 싶어요
그럼에도 한걸음 두걸음 나아가면서 천천히 성장하는거죠 ㅎㅎ

근데 저 사진에 검은색은 고래같이 생겼네요
뭘까요 하늘에 떠있는데

아 진짜요? 이사가 성장까지 시키는 큰 일 인 것이 맞군요. 아. 다행이에요. 전 또 혼자만 이리 겁 먹고 있는 건가 하고 제가 이상한 건가 했어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
헬리콥터 같아요. ^^ 검은색 고래 ㅎㅎ

익숙한 동네, 익숙한 사람들과 떠나는건 어려운게 맞아요...!

그렇군요. 역시 어려운 거군요. ㅎㅎ 이렇게 겁 먹은게 당연하다는 말씀이 어찌 이리 반갑고 위로가 되는지 ㅎㅎ
감사합니다. ^0^

보팅이벤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랄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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