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윈터 해스 컴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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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겨울이다. 추운 날에는 레드와인이 좋다. 포트 와인은 더 좋다. 그냥 포도주보다 더 달고 더 독하니까. 포트와인이 뭐냐고? 포도주에 브랜디를 섞어 발효한 와인이다. ‘주정 강화 와인’이라고도 한다.

먼 옛날, 와인을 배로 수송하던 시절에 와인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려고 브랜디를 넣은 것에서 유래했다던가. 알코올 도수가 높은 브랜디가 일종의 방부제 역할을 했다던가. 브랜디가 발효가 덜 된 포도주의 효모를 파괴하고, 효모가 분해하지 못한 포도 당분이 그대로 남아 그리 달다던가.

많고 많은 포트와인 중에서 나는 코스트코의 자체 브랜드 커클랜드가 내놓은 포트와인 ‘타우니 포트’를 샀다. 타우니 포트는 오크통에서 10년 묵혀 풍미를 더한 술이다. 포르투갈에서 빚었다. 타우니 포트를 마실 때 와인오프너는 필요 없다. 포장을 벗기고 플라스틱으로 덮은 코르크를 손으로 돌려 따면 된다.

술을 잔에 따른다. 농염한 향이 피어오른다. 냄새가 달고 끈적인다. 장미 향은 아닌데, 그 짙은 색깔 때문에 흑장미가 떠오른다. 잔을 돌려 점도를 확인한다. 와인의 눈물이 아주 천천히 흐른다.

처음부터 달다. 그리고 진하다. 어릴 적 먹었던 시럽 감기약이 떠오른다. 달달한. 아, 감기약이나 포트와인이나 많이 먹으면 취하는 것은 매한가지로구나.

그냥 삼켜버리면 안 된다. 그러면 포트와인의 맛을 절반밖에는 느낄 수 없다. 한 모금 머금고 입안에서 공기를 호로록 들이마셔 술과 섞는다. 정신을 혼미하게 할 정도로 화려한 향이 입안을 채운다.

이제 삼킨다. 다디단 건포도다. 캐러멜이 비친다. 술이 목젖을 통과한다. 꿀처럼 달다. 알코올 기운과 단내가 뒤섞여 콧구멍으로 빠져나온다. 단맛이 오래 남는다. 끈적이지만, 불쾌하지 않은, 기분 좋은 단맛이다.

너무 달아 식사에 곁들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서양에서는 주로 식후주로 마신다고 한다. 다크 초콜릿과의 궁합이 좋다. 집에 한 병쯤 두고 먹으면 좋겠다. 알코올 도수는 20도. 750㎖ 한 병에 약 2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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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마셔봤쥬. 진하고 좋지만 높은도수로 인해 숙취가 좀 남는 와인이더군요. ㅎㅎㅎ오늘 와이프가 이마트트레이더스 에어프라이어 사러간 김에 2병 9,900원 행사하는와인 두병 사오라고 했는데 잘 사왔을른지..맛은 있을른지..술은 오랜만이네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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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돌아오셨군요. 동지여!

저는 포트와인 두어잔만 홀짝홀짝하니까 숙취는 별로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단술이 좀 숙취가 있쥬 ㅠ

주박사님!!ㅎㅎ
내용과 상관없는 질문하나 합니다~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중..
어느걸 마셔야하나요?
술알못인 제게 추천 해주세요~ ㅎㅎ

와인치고는 상당히 도수가 높네요. 한번 맛보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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