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유적-젊은 날의 초상 독후감]

in #kr-writing6 years ago

어릴 적, 나는 독서에 미쳐있었다.
새로운 세상은 나를 이끌었다.
독서의 경험은 나를 현실에서 견디지 못하게 했다.
그 강렬한 '자극'그것은 아마 중독자의 그것과 유사하리라.

새로운 자극을 향한 열망은 항상 나에게 자극을 찾으라고 명령한다.
새로 모신 스승은 나에게 집을 떠나 느끼라 명했다.
그리하여 나는 타국으로 여행했다.
힘들다는 육체노동들을 했다.
애지자(愛知者)들과 담론을 나누었다.
신선한 체험들을 즐겼다.
그러나 현자 '경험'도 아직 평생 나를 몰두하게 할 삶의 의미를 찾아주진 못하였다.
아직도 텅빈 한쪽의 결핍을 메워주진 못하고 있다.

젊은 날의 초상.jpg
(출처: yes24 홈페이지)

주인공 영훈은 지독한 가난과 파탄난 인간관계, 친한 벗 김형의 죽음 등으로 방황을 한다.
그는 인생의 쓴 잔을 마셔야할지, 던져야 할지와 같은 질문으로 고민을 한다.
그는 길을 떠난다.
술집에서 일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대화로 견문을 넓힌다.
다시 길을 떠나며 그 와중에 자신을 지독하게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
몰아치는 눈보라를 일부러 헤치며 나아가기도, 치열한 내적 갈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결국 그의 치열한 고민은 깨달음과 함께 바다에서 결론이 난다.


돌아가자. 이제 이 심각한 유희는 끝나도 좋을 때다. 바다 역시도 지금껏 우리를 현혹해 온 다른 모든 것들처럼 한 사기사에 지나지 않는다. 신도 구원하기를 단념하고 떠나버린 우리를 그 어떤 것이 구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갈매기는 날아야 하고 삶은 유지돼야 한다. 갈매기가 날기를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갈매기가 아니고, 존재가 그 지속의 의지를 버렸을 때 그것은 이미 존재가 아니다.받은 잔은 마땅히 참고 비워야 한다. 절망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그 진정한 출발이다 -젊은날의 초상/민음사/이문열 저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끝나지 않는 유적(형벌)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나도 그 잔을 받아 기꺼이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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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젊은날의 초상. 올해 읽어야 할 책중에 넣어야겠습니다.^^

한번쯤 읽고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ㅎㅎ

저도 어렸을 때 독서를 너무 좋아해서 시력이 초등학생 때부터 급격히 나빠져서 안경을 썻지요 ㅠ

그 때 당시에 안경 쓰면 멋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제가 문학에는 영 젬병이라.. 이 책에 대해서 무엇을 댓글 달아야할 지 솔직히 모르겠네요 ㅋㅋ

그냥 어릴 적 제 얘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책때문에 시력이 심하게 나빠졌는데
안경쓰는거 너무 귀찮습니다.ㅋㅋㅋㅋ
라식이나 할까..

절망은 존재의 끝이아니라 그진정한 출발이라는 글귀가 참 좋습니다.
좋은 책리뷰감사합니다.^^

저도 저 글귀를 통해 책을 알게되어 읽게 되었네요 ㅎㅎ

제목... 정말 오랜만에 듣는 책입니다.
저도 고등학생때 책에 폭 빠져서 공부도 안하고ㅋㅋㅋ
소설만 겁내 읽었었는데... 그때 읽었던 책이네요.

확실히 학교공부보다 독서가 재밌죠 ㅋㅋㅋㅋ

북리뷰가 소설의 한 구절같네요ㅎ
이 글을 읽으니 생각났는데.. 한국작가들 작품을 읽은지 오래되었네요. 영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글을 쓰는 한국작가분들도 많죠 ㅎㅎ

저도. 독서광이였어요
어려선 ㅎㅎ
지금은 사는게 급해서 여유가 없어요 ㅠ
핑계인가요. ㅋ

저도 자꾸만 독서량이 줄어가는 것이 아쉽네요 ㅠㅠ..
워낙 바쁜 현대사회라 어쩔 수 없는 듯 합니다.

저는 오늘 처음 알게 된 책이네요
기회되면 독서해보렵니다

무언가 얻어갈 수 있는 그러한 책인 것 같습니다.

매일 고뇌를 합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요.

저도 그러합니다.
답이 정해진 문제와 싸우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너무 강해서 잊고 있던 책이네요. 내용이 가물가물하는데 다시 한번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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