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탓하지 마라. 인간은 인간 때문에 고통받는다.

in #kr-writing9 years ago

수필 스팀.jpg


커다란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있어서는 안 될 잔악한 행위가 지구 상 어딘가에서 계속 펼쳐질 때마다 우리는 탄식을 한다.

신은 죽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저런 놈을 살려 두다니.

신이 정말로 있다면 저 놈은 천벌을 받고, 벼락 맞아 죽었을 거야. 신이 있기는 한 거야?

세상이 이 지경인데 신은 도대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세상에 정말로 신이 있다면 이렇게 악이 득세하고 만연해 있지는 않을 거야.

신은 왜 인간이 고통받는 걸 그냥 두고 보기만 하는 거야?



종교를 가졌건 안 가졌건, 어느 종교를 믿건 상관없이 모두들 한번쯤은 머리 속에 불쑥 떠오르는 저런 (독실한 신자에게는 불경할 수도 있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무자비한 권력에 짓밟힌 사람도, 평생을 고생하며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 힘든 사람도, 내전에 휩쓸려 온 가족이 몰살당하는 사람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자살을 결심하는 사람도. 이 세상이 눈에 보이는 유황불만 없다 뿐이지, 실상 지옥과도 같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어느 글에서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가 이렇게 적어 놓은 것을 봤다.

People don’t suffer because of God. People suffer because of people.
인간은 신 때문에 고통받는 게 아니다. 인간은 인간 때문에 고통받는다.

오프라 윈프리가 어떤 맥락에서 이 말을 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이해한 바는 이랬다. 신에게 투덜거리거나, 책임을 추궁하거나, 신에게 투정을 부린다고 이 세상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신의 무능함을 조롱할수록, 신은 없다며 냉담한 무신론을 펼칠수록,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은 – 그리고 이 지경인 세상을 되살릴 힘은 – 우리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 더욱 선명해진다.


신은 죽었다고 탄식만 하지 말고, 여기 우리 인간이 살아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것.

저런 놈을 살려 두었다고 하늘의 무심함을 탓하지 말고, 저런 놈을 합법적으로 벌할 수 있는 법 체계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천벌을 못 받았다면 법정에 세워 형벌이라도 받게 하는 것.

이 지경인 세상을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

악이 득세하는 세상에 저항하는 것.

다른 인간이 고통받는 걸 그냥 두고 보지 않는 것.



물론 이 모든 일이 쉬운 건 아니다.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독재에 맞서 싸워야 하고, 고문과 핍박을 받기도 한다. 친일파가 득세하는 세상에서 독립운동에 전재산을 쏟아부었다가 가난해지기도 한다. 합법적인 법 체계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려다가 출세는 점점 멀어지고, 모난 돌에 정을 맞을 수도 있다. 악이 득의하는 세상에 저항하다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기도 한다.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는 있지만, 다른 인간이 고통받는 걸 함께 해주고는 있지만, 어떻게 된 게 세상은 십 년이 지나도, 백 년이 지나도 하나도 변한 것 같지 않다.

여기에 신이 나서 준다면 모든 것이 수월할 텐데. 신이 개입해서 홍수를 내려 싹 휩쓸어 버리거나, 악인들을 모두 소돔과 고모라에 몰아넣고 유황불을 내린다면 손쉽게 해결될 수도 있을 텐데. 우리는 나약한 마음에 신에게 투정한다. 우리가 하기엔 너무 어렵다고, 우리가 하기엔 너무 힘들다고. 그래서 포기하고, 좌절하고, 마음을 닫는다.

인간이 고통받는 것은 인간 때문이다. 인간이 악을 저지르고, 인간이 악을 눈감아주고, 인간이 다른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신에게 투정을 부리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 때로는 신에게 투덜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도 받고, 때로는 의지하기도 해야 한다. 허나 이 세상에서 한 걸음 떼는 것은 신이 아니라 '우리'여야 한다.

우리가 나서야 한다. 우리가 서로 손 잡아주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야 한다. 인간이 인간 때문에 고통받는 것이라면, 그것을 치유하는 것도 우리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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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브리님의 생각에 진짜 격하게 공감해요. 신이 없다고 불평하는대신 힘들어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눠준다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 질거라 생각합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이 많죠. 그 옆에서 불공평한 세상에 대해 투덜거리기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미약하나마 함께 노력해보려고요.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인간들 사이에서 정감과 의로움이 더 꽃피라고 그러시는거라.. 위로와 다짐을 해봅니다. 깊은 글 잘보았습니다~^^

힘든 일이긴 하지만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아직도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참 공감이 많이 가는 문구네요 :) 엑스 데우스 마키나를 기다리기 보단 우리 스스로가 뭔가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처음 저 문구를 읽었을 때 확 와 닿는 게 있더라고요. 결국은 '사람'의 문제구나 하고요. 공감가는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이들이죠. 인간사회가 마음에 안 들면 야생으로 떠나야하나요.

불의의 존재보다도, 자신도 피해자임에도 불만 있는 중의 입을 막는 이들이 문제의식을 지닌 이들에게 더욱 큰 좌절감을 줍니다.

냉담론과 회의론은 그게 옳은가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은 뭐라도 시도해보고, 더 나은 방향이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해봐야죠.

비틀즈의 imagine이 떠오르네요

가사가 참 멋지죠. 어릴 때 영어공부한답시고 가사 해석해봤을 때는 이게 뭔 소린가,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서야 이런 뜻이었구나, 하고 이해를 했지요.

인간은 인간때문에 힘들지만 때론 위로 받고 사랑받기도 하죠 그래서 모두들 아끼고 사랑해줘야할듯해요 미워하지 말고요^^ 잘 읽고 갑니다

불행의 원인도, 그걸 극복할 힘도 모두 사람에게서 나오나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전 무신론자라서 더욱 공감을 많이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문제는 인간이 해결하고 개척해야 한다봅니다. 신이 언젠가 무엇을 해결해 줄거라 믿으며 기도하기 전에 내가 먼저 발걸음을 옮겨 어려운 이들에게 관심과 도움을 줘야 한다고도 생각해요.

물론 종교를 가진 분들의 의지력이 굉장히 뛰어난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정말 어려운 일을 해낸 의지력이 뛰어난 위인들은 종교를 가진 경우가 많죠. 미국이 기독교국가라 그런지 몰라도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나 지폐에 나온 위인들, 각종 위인전에 실린 미국과 영국의 위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종교를 가지고 있더군요.

저 분들은 종교를 가지고 있음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힘을 믿고 스스로가 먼저 개척을 행한 사람들이기에 저런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존경할만한 종교지도자들 중에는 먼저 나서서 대중들을 돕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신 분들도 많죠. 시국선언에 참여하고 아픈 국민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천주교, 기독교, 불교분들도 계시고요. 종교의 유무를 떠나 얼마나 주변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걸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가의 문제인 것 같아요.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옳은 말씀입니다.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행복을 얻고, 고통을 받고, 다른 이들의 존재가 곧 내 삶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네,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문구도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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