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vely Tour: Cancun #14] 멕시코의 보이지 않는 벽

in #kr-travel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여행하는 피라미 쏭블리입니다. :)

@songvely Feb. 22. 2018.



오늘은 사진 정리를 하다 문득 깨닫게 된 멕시코의 두 가지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해요.


mblogthumb-phinf.pstatic.net.png

Picture from The Independent


극과 극, 멕시코의 두 가지 모습




지난 칸쿤 포스팅에 썼듯이 플라야 무헤레스는 호텔존에서 20-30분쯤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지역이에요. 덕분에 호텔존과는 전혀 다른 멕시코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죠.


FullSizeRender 11.jpg


럭셔리한 호텔, 높은 빌딩과 잘 정돈된 정원으로 가득했던 호텔존과 멀어질수록 거리는 낙서로 뒤덮인 허름하고 낮은 건물들로 가득해졌어요.


IMG_4807.JPG


파란 하늘 아래로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예쁘기도 했지만, 너무나 허름해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은 건물들도 있었답니다. 그 때는 새로운 리조트에 간다는 설렘으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풍경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멕시코의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해요.


IMG_0851.PNG

picture from Google 지도
멕시코 지도 보다가 듀랑고 발견


멕시코 는 위로는 미국, 아래로는 과테말라, 벨리즈와 접경하고, 쿠바와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에요. 국토면적으로는 세계 14위 (1,964,375㎢, CIA 기준), 인구는 약 1억 2천만명으로 세계11위 (2017.07. est. CIA 기준)인 상당히 큰 나라입니다. 국내 총생산(GDP) 도 1조 1,424억$ 으로 세계 15위라는 꽤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요 (2017 IMF 기준).

한 마디로 인구도 많고, 땅도 넓고, 돈도 많이 버는 나라라는 거죠.

refer to 멕시코 국가 정보


20161125000160_0.jpg

quote from Heraldk.com


하지만 멕시코의 부는 일부 사람들에게 편중되어 있어서 빈부격차 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OECD 보고서에서 발표한 국가별 지니계수를 보면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과거와 비슷한 불평등 수치를 보이고 있어요. 특히 멕시코는 2007년과 2010년보다 더 높은 지니계수를 보임으로써 소득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었음을 알려주지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멕시코는 중국과 함께 가장 높은 지니 계수 수치를 보여 줍니다.

지니계수 (Gini’s coefficient) : 인구분포와 소득분포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수치로서, <0>은 완전평등, <1>은 완전불평등한 상태


5a8e2fbe6ef32.png

picture from Corruption Perceptions Index 2017


멕시코는 세계 최고의 부자중 한 명인 ‘카를로스 슬림’의 나라입니다. 하루에 10억씩 161년을 쓸 수 있다고 하죠. 하지만 그 곳에는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도 존재해요. 이렇게 사람들 간의 소득 격차가 심각하다보니 사회적 갈등과 범죄율도 높은 편입니다. 게다가 부정부패도 많고 마약 카르텔 세력도 곳곳에 뻗쳐 있어서 치안이 좋지 않아요. 투어가 아닌 차를 따로 렌트해서 칸쿤 곳곳을 여행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IMG_4602.JPG


그래서인지 멕시코에서는 좋은 호텔일수록 출입 절차가 복잡했어요. 가장 저렴했던 첫번째 호텔은 출입을 제재하는 과정이 하나도 없었던 반면, 엑셀런스 플라야 무헤레스 리조트는 한참 외진 길을 지나서야 첫 번째 입구 앞에 도착했습니다. 분명히 쓰러져 가는 집들이 한가득이었는데 이 곳만 현실에서 한 발짝 떨어진 듯한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이었죠.


FullSizeRender 15.jpg


입구에 서 있는 분이 차 하나 하나를 확인했어요. 예약자 명단과 차에 탄 사람들을 차례로 대조한 뒤에야 통과할 수 있었어요. (예약 서류를 서면 또는 폰/태블릿을 통해 보여주어야 합니다.)


IMG_4674.JPG


첫번째 입구를 지나 또 한참을 가다 보니 광장과 함께 또 다른 입구가 등장했어요.


IMG_4675.JPG


이번에 다시 한 번 숙박객 명단과 얼굴을 살피며 체크합니다. 아무리 5성급 호텔이라 해도 그렇게까지 깐깐히 검사하는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바깥의 멕시코와 리조트 안의 세상을 철저하게 단절시키는 과정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o-MEXICO-POVERTY-900-4.jpg


마치 저 뒷편의 마을 사람들이 앞쪽 마을에 들어올 수 없게 하려는 것처럼요. 리조트에서의 여러가지 편의 및 안전을 위해 비용을 지불한 사람들이 있으니, 호텔의 그런 시스템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겠죠. 다만 저 건물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보이지 않는 벽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위와 아래에 있는 사진들은 모두 멕시코의 광고회사 퍼블리시스(Publicis)가 Erase the Differences라는 캠페인을 펼치며 공개한 사진들이에요. 포토그래퍼 Oscar Ruíz에 의해 찍힌 이 사진들은 포토샵으로 수정되거나 조작되지 않았다고 해서 더욱 충격적이었죠.


o-MEXICO-POVERTY-900-2.jpg


선명하고 예쁜 컬러, 여러 대의 차들, 잘 정돈된 새로 지은 집들. 그 뒤로는 탁한 회색 빛의 남루한 집들이 엉겨 있는 마을. 멕시코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진들이에요.


o-MEXICO-POVERTY-900-3.jpg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삶. 그러한 분리에서 자유와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특권의식과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에요. 저렇게 살고 있는 건 그들의 노력 부족이라며 어쩔 수 없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하지만 멕시코의 경제적 격차는 역사와 인종, 교육, 정책(예를 들면 나프타)을 모두 관통하는 결과이고, 저들도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죠.


어제 @afinesword 님의 노숙자 소굴에 들어갔다 를 읽고 이런 댓글을 달았어요.

거리 벤치에 노숙자들이 잠을 잘 수 없도록 중간 중간에 손잡이를 만든 걸 보고 어떤 분이 한 말씀이 생각나요. 저렇게 노숙자를 몰아낸다 한 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사회 어딘가의 더 어둡고 깊은 곳으로 모이는 것이 아니겠느냐구요.

결국 트럼프가 세우는 벽이나 벤치 중간의 손잡이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퍼블리시스의 캠페인 사진들 아래에는 모두 같은 문구가 쓰여 있어요.


”This image has not been modified. It’s time to change that.”


Erase the Differences라는 캠페인 이름처럼 차이를 모두 없앨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사람들 마음 속에 있는 벽이 조금씩 허물어져 갔으면 좋겠습니다.


+) 첨언

우리나라에서도 빈부격차는 큰 문제죠. 심지어 스팀잇 안에서도 고래와 돌고래, 피라미, 플랑크톤들에 관한 논란이 항상 존재해요. 자본주의에 기반한 사회에서 결과의 평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죠. 다만 기회의 평등을 이뤄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교육을 받을 기회,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 자신의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 그 기회를 통해 무엇을 이뤄나갈 지는 개인의 몫이지만 말이에요.





Songvely Tour: Cancun #1 7 things to do 칸쿤여행 훑어보기
Songvely Tour: Cancun #2 라스베가스 공항 노숙 & 잘 곳 없는 첫날
Songvely Tour: Cancun #3 칸쿤 먹방
Songvely Tour: Cancun #4 너무 예쁜 칸쿤의 수베니어
Songvely Tour: Cancun #5 치첸이사는 왜 7대 불가사의가 됐을까?
Songvely Tour: Cancun #6 이기면 죽는 마야인들의 축구 경기
Songvely Tour: Cancun #7 지옥의 입구, 세노테에서 다이빙!
Songvely Tour: Cancun #8 여행이 아니라 고행! 그래도 아름다웠던 툴룸
Songvely Tour: Cancun #9 카리브해. 드디어 휴식
Songvely Tour: Cancun #10 끝없는 먹방! 올인클루시브 #1
Songvely Tour: Cancun #11 끝없는 먹방! 올인클루시브 #2
Songvely Tour: Cancun #12 여인의 섬, 이슬라 무헤레스
Songvely Tour: Cancun #13 엑설런스 플라야 무헤레스 - 룸 리뷰



Sort: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암호화폐가 부의 불평등을 해소해주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진짜 사진을 뚫어지게 봐도 안믿겨지네요.
같은공간이라니... 물질적빈부격차는 좁혀지기 힘들것같지만.. 마음과 생각은 모두가 평등하길 바라는 작은 소망을 기도해봅니다^^

물질적 격차가 좁혀져야 평등한 세상이 될 것인가, 아니면 평등한 세상이 먼저 와야 물질적 격차가 좁혀질 것인가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

멕시코 저 사진은 유명해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체험해보신 후기를 보니 더 실감이 나네요
저곳 주민들은 정말 우월의식과 열등감이 극에 달할 것 같네요

쇼루님은 이미 알고 계셨군요- 저는 이번에 처음 보고 많이 놀랐답니다. 칸쿤은 관광지로 워낙 유명한 곳인데도 호텔존을 조금만 빠져나가니 차이가 극명하더라구요.. 너무 큰 차이는 큰 갈등을 일으키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합니다.

처음보았는데 심하네요.정말 장벽으로 나누는것처럼 보여요 ㅜ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수 없겠지요...
송블리님 편안한밤되세요^^

아마 마음속의 장벽이 물리적 장벽을 세우도록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말이 있죠 장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누가 자꾸 사다리를 차는걸까요? 이놈의 빈부격차!! ㅎㅎ
스팀잇도 어쩔수없다 생각하니 조금은 씁쓸합니다요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겠지요.. 그렇지만 중요한 건 역시 기회의 평등만이라도 이뤄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부터 기회까지 없애버리는 건... 너무 슬프잖아요..ㅠㅠ

상대적인 격차에 박탈감은 더 심하겠어요... 우리나라도 어쩔 수 없지만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그 격차를 좁힐 수 있을 만한 제도나 법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ㅠ

맞아요... 멕시코는 사립 학교와 공립 학교의 교육의 질에 큰 차이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수업료는 사립 학교가 어마어마하게 비싸구요... 교육의 기회에서부터 이렇게 큰 장벽이 있다면 미래는 정말 깜깜하겠죠..... 저는 교육 부문에 있어서부터 일단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엄청나네요. 다같이 살기좋은 세상은 언제쯤 ㅠㅠㅠ

빈부격차의 벽이 어마어마하네요...후...

쏭블리님은 정말 사진 하나에 많은 이야기와 생각을 눌러담아 내는 능력이 있으신가봅니다.
저도 꼴라주인줄알고 들어왔는데...
뭔가 먹먹하네요. 저게 픽션이 아니라는게...

저도 처음에는 합성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것에 더욱 놀랐습니다.. 저기에 사는 사람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요. 그 어느 쪽도.. 되고 싶지 않아요...

Coin Marketplace

STEEM 0.29
TRX 0.12
JST 0.033
BTC 63855.79
ETH 3113.00
USDT 1.00
SBD 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