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선암사의 공간, 담과 문

선암사는 이제까지 보았던 건물과 매우 다른 공간구성을 하고 있다. 한국의 절집들이 대부분 벽이 없는 개방된 공간의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면 선암사는 각각의 건물이 각각의 공간을 지니고 있다. 각각의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로 담이다. 거의 모든 전각들이 모두 자신만의 공간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공간과 공간을 구분하는 것은 담이다. 그리고 그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것은 문이다. 그래서 선암사는 어떤 절보다 담이 많고 문이 많은 것이다.

이렇게 담을 많이 만들어 놓은 것은 무슨이유일까 ? 느낄 수 있는 것은 전각마다 집중력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이다. 원래 한국의 절집에는 공간이 개방된 것이 특징이다. 아마도 그것은 너와 내가 없다는 것. 이것과 저것이 다름이 아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전각들은 각자 자신만의 특징과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개방된 공간이 그런 차이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선암사는 그런 개방된 공간은 거의 없다. 대웅전과 지장전을 제외한 거의 모든 건물들은 각각의 공간을 지니고 있다. 이런 공간적 구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선암사에 대한 관람기를 써놓은 많은 글들을 보니 선암사를 아기자기 하다고 평가해 놓았는데 그것은 각각의 공간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닌가 한다. 만일 선암사에서 담들을 모두 제거했다고 한다면 다른 절과 비교해서 그렇게 아기자기 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간이 다양한 만큼 그 공간이 주는 느낌도 각각 다르다. 스님들이 머무는 요사채의 공간이 조금 친밀하게 느껴진다면 각각의 전각은 그 고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공간형식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 선암사에서 건물은 흔히들 말하는 것 처럼 아기자기한 것이 아니다. 아기자기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은 공간이었던 것이다. 전체 공간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그냥 빈터였다. 오래된 매화가 있는 공간이었다. 일부로 매화가 있는 공간을 담으로 구분한 것인지 아니면 앞뒤의 전각을 담으로 둘러싸다 보니 별도의 공간이 생겼는지는 알수 없다. 아마도 이런 공간을 미리 구상하고 담을 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매우 의도적인 느낌이 들었다.

선암사에 가시면 제일 먼저 공간을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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