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고 있는지

in #kr-psychology6 years ago (edited)

1급 상담심리사가 되려면 수퍼비전을 최소 50번은 받아야 한다.(수퍼비전 비용을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4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 든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상담에 뛰어들었으니 이제 거의 1년이 다 돼 간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수퍼비전을 다섯 번 받았다. 한 달에 한 번은 받고자 했는데 시간과 돈과 체력적 한계로 인해 두 달에 한 번 꼴이다.

풀타임잡이 있는 상태에서 수퍼비전을 받으러 돌아다닌다는 게, 싱글도 아닌 유부남에게 더 힘에 겨운 일임을 느낀다.

주말에는 각종 경조사와 집안일과 육아 서포터로서의 책임이 있다.


수퍼비전을 받기 위해서는 축어록이란 걸 풀어야 되는데, 아직 숙달이 덜 됐는지 최소 3시간 정도는 걸린다.

주말에 뭘 할 수가 없으니 야근을 하며 축어록을 풀어야 되는 상황이다.

오늘도 1주일 뒤에 받을 수퍼비전 자료에 포함시킬 축어록을 만드느라 야근을 하고 있다.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힘겨운 건 힘겨운 거고, 부부는 일심동체인바 내가 힘들면 와이프도 힘들다.

이에 와이프와 상의를 한 결과 내년 2월 말까지만 상담을 하기로 했다.


그 때쯤이면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2급 자격 취득에 필요한 요건을 아마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2급을 취득하는 순간 그간 쌓아온 상담 경력이 다시 0으로 돌아간다. 즉, 1급을 취득하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다. 2급 과정과 1급 과정이 겹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트랙처럼 돼 있다. 무슨 이유로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인지 나로서는 궁금할 따름이다.

빨리 1급을 취득하여 상담 및 심리치료 셋팅으로 일터를 옮기고 싶다. 하지만 이제 상담 1년 했으니 최소 3년에서 4년은 더 해야 할 듯싶다. 내년에 좀 쉬면 원래 계획보다 더 딜레이될 것이다.

임상심리전문가로서도 치료 셋팅으로 옮길 수 있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느낀다.


정신과에서의 심리평가는 한계가 있다. 심리평가를 한 환자를 내가 치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절반의 평가로 끝나게 마련이다.

사실 심리평가는 치료 과정의 일부일 때라야 더 의미가 있다.

정신과에서의 심리평가라는 것이 초진 환자 감별진단이나 재발 환자의 상태 변화를 포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평가자와 치료자가 동일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 지향의 임상심리전문가는 정신과 셋팅에서 오래 머무르기 어렵다. 정신과의 치료 주체는 의사이며, 이런저런 정치경제적 알력관계가 작동하다 보니 임상심리전문가가 관여하기 어렵다. 정신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전문가의 협력적 관계가 구축된 셋팅은 적어도 국내에선 드물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가장이 되다 보니, 그리고 외벌이다 보니, 심리학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가운데 비교적 연봉을 높게 부를 수 있는 정신과 셋팅으로 오긴 했지만, 치료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다 보니 정이 잘 안 가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받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른 기관들이 워낙 열악하기 때문에 그.나.마 정신과가 낫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지 예전에 비하면 정신과도..(이하 생략.) IMF 때만큼이나 실직자가 많다는 요즘엔 어디나 헬이다. 앞으로 더 안 좋아지면 안 좋아졌지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수련받고 있는 선생님들 사기 저하시킬 수 있는 얘기지만.

학부 3학년 4학년 때 앞으로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근심 걱정이 정말 많았다.

가야 할 길이 명확해진 지금도 사실 방향 설정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불안해질 때가 종종 있다. 이런 불안감은 아마 평생 이어질 것 같으니 잘 달래서 친구로 삼아야 할 것 같다.

마인드 원더링은 그만 하고 이제 다시 축어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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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ㄷ 아직도 한참 남으셨군요 ㅠㅠ

파이팅!

마흔쯤엔 딸 거 같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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