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사진을 넣지 않는 이유

in #kr-pen6 years ago (edited)

요즘은 글에 사진 넣는 일이 당연합니다. 어느 글을 보더라도 사진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글에 사진을 넣지 않습니다. 음,,, 잘 넣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눈치 빠른 분은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은 바로 알더군요.

두세달 전에 한 시인과 밥을 먹었습니다. 그 시인이 제 네이버 블로그 글들을 보고 제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해서 만났습니다. 글들을 읽어보니 영락없는 작가로 보였다고 하면서 글에 사진이 없어 더더더욱 좋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왜 글에 사진을 안 넣는지 알 것 같다고도 말했습니다. 사진 없이 글 쓰는 용기도 대단하다고도 했고요.

제가 글에 사진을 안 넣는 이유는 하나의 훈련의 의미로 시작했습니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더 훌륭한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안 넣기로 한 것이죠. 오직 글만으로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탁월한 문장을 쓰기 위한 연습으로 시작했습니다. 사진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탁월한 문장. 저는 그런 문장을 꿈꿔왔고 그래서 오직 글만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한 것이죠. 그리고 이 훈련은 효과가 매우 뛰어났습니다. 사진 없이 글을 쓴 지 1년 정도 지나자 문장력 좋아짐이 보이더군요. 사람들마다 '나하님 요즘 글빨 끝내주던데요' '나하님 요즘 글이 물 올랐어요.' '나하님 글이 예전하고 완전 달라요.'

사진은 참 쉽습니다. 얼마전 제가 올린 아들 파마사진을 예로 들면 딱이겠군요. 아이는 저를 닮아 머리숱이 어마어마합니다. 얼굴은 저를 닮아 쪼끄만하죠. 그래서 정면에서 보면 얼굴보다 머리카락의 면적이 더 많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세 살 때까진 늘 빡빡 밀었습니다. 하나도 안 예뻤죠. 그러다가 세 살에서 네 살 넘어가는 겨울에 머리를 길렀습니다. 오~~~ 귀엽더군요. 그렇게 덥수룩한 머리를 1년 유지하다가 아내가 파마를 시켜보자고 했습니다. 아이가 미용실을 싫어해서 이발도 제가 집에서 직접 했기에 파마도 직접 도전했습니다. ㅎㅎㅎㅎㅎ 완전 잘 말린 거예요. 그래서 사진을 찍어 스팀잇에 올렸습니다. 간단하게 몇 줄 적어서요. 그런데 제가 사진 없이 글만 적었다면 아이가 파마를 해서 얼마나 귀여워졌는지 표현하긴 힘들었을 겁니다. 물론 지금의 제 실력은 그 귀여움을 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연습삼아 좀 써볼게요.

다섯살이라 하기엔 여섯살 만한 키에 얼굴 면적보다 더 넓은 머리카락 면적을 자랑하는 아이는 얼굴도 하얗습니다. 눈도 작고 코도 작고 입도 작지만 머리카락 갯수 만큼은 일등이지요. 머리를 길러 봤습니다. 뛸 때마다 찰랑거리는 뒷머리가 예뻐서 파마에 도전했어요. 우앗,,, ㅎㅎㅎㅎㅎ 혹시 고딩래퍼 김하온 아시나요? 김하온 만큼 예쁘게 말리진 않았지만 꼬불꼬불 머리카락이 똥그란 얼굴과 너무 잘 어울리더군요. 뛸 때마다 꼬불 머리가 찰랑거리는 건 옵션입니다. 사진을 찍어주려고 하니 윙크를 하네요. 완전 장난꾸러기 얼굴이 따로 없습니다. 여기서 머리를 더 기르면 애니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메리다와 판박이가 될 것 같아 뒷머리를 좀 잘랐습니다. 오~~~ 완전 귀요미가 돼버렸어요.

아~~~ 이런... 실패입니다. 상상이 되나요? 저는 앞으로도 더 혹독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한 장의 사진을 글로 설명하는 연습을 조금씩 해보고 있습니다. 어렵더군요. 정말 프로 작가님들은 대단하십니다.

사진 없는 맛집 탐방기, 사진 없는 여행기, 사진 없는 제품 리뷰를 써보며 꾸준히 표현력을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저도 언젠가는 인정 받는 작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Sort:  

사진을 넣어 글을 써버릇 해서 그런가 쉽지 않네요 ㅠ

사진을 넣어 글을 쓰면 좋습니다. ^^

그렇죠 사진은 더 직관적이죠.
글은 조금 느려도 동작도 감정도 분위기도 담을 수 있고 각자의 머릿속에 받아들여지는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도 매력인 것 같아요

상상이되요! 메리다 마법의숲+_+ 너무 귀여울것 같아요

파마가 너무 잘 나와서 김하온 닮았다고 아내와 웃다가 메리다가 생각났어요. 울 아들도 머리숱이 어마어마하거든요. ㅎㅎㅎㅎㅎ

당연히 사진을 폄하하는 글이 아니라고 이해하고 읽었습니다. 좋은 글과 좋은 사진이 어우러진다면 더 멋질것 같네요. 서두부터 읽다보니 어느새 끝까지 읽었습니다. ^^

예전에 블로그에 사진 에세이를 써본 적도 있습니다. 반응이 괜찮았어요. 하지만 여기 스팀잇에선 반응이 별로일 것 같은 느낌이... ^^

저도 많이 망설였습니다.
사진의 독자의 상상력을 차단하기도합니다.
처음엔 사진을 넣지 않다가
블로그의 특성상 사진을 넣기로 했습니다.
결국 제가 손을 들었지요.

사진을 넣으면 이해가 매우매우 잘 돼서 좋아요. 저처럼 글실력 키우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넣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 저는 다만,,, 글 쓰는 작가라서 사진에 의지하지 않겠다는 고집일 뿐이고요. ^^

정곡을 콕 찌르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문체는 확석영 작가님과 같은 문체입니다. 간단 명료하면서 불필요한 사족이 단 하나도 없죠. 황석영 작가님이 쓰신 삼국지는 삼국지 위인들에게 빠지는 것이 아니라 단 한 줄도 불필요한 문장이 없이 글을 쓰시는 황석영 작가님입니다.

그러면서도 글의 전개는 마치 영화를 보듯이 그려집니다. 저는 사진을 항상 넣는데. 속마음은 이렇습니다.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들을 이끌기가 쉽지 않더군요. 제가 제글을 객관적으로 읽어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간 중간에 관련 그림을 넣습니다^^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황석영 작가님과 naha작가님 처럼 글만으로 독자를 이끌 수 있게요^^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음... 소설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하형님 사진을 내 놓으시오~

라고 농담 던지고 도망갑니다~

앜... ㅎㅎㅎㅎㅎ 올려볼까요? ㅎㅎㅎ

보통의 스팀잇 권장사항과는 다르군요. 스팀잇 뉴비 설명글 등에서는 대부분 사진을 넣으라고 하는데 ㅎㅎㅎㅎ

사진을 넣어야 좋지요. ^^

좋은 훈련이네요.

효과 정말 좋습니다. ^^

문장 쓰기는 닦히 어럽죠! 그때그때 늘 쓸문장을 생각하기도 버겁고 하루 일상은 늘 비슷하고 같은데!
차타고 가다가! 혹은 걸어가다가 생각 날적에 한번씩 급하게 글 올리다 보면 문장 문법 받침 이 엉망 일때도 있고! 오타가 날때도 많고 문장은 숙달 되지 않으면 참 어려운것 같네요!ㅎ

원래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하잖아요. ^^

li-li님이 nah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li-li님의 평론가들의 영화리뷰 # 12 / 180922

...d>3 kyunga 1 naha/td> 1 romi 1 ...

Coin Marketplace

STEEM 0.32
TRX 0.11
JST 0.034
BTC 66004.40
ETH 3243.40
USDT 1.00
SBD 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