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패한 직장인이다 | 번외편; 노동법? 아이고~~~ 의미없다!!!

in #kr-pen6 years ago

요즘 최저임금이니 52시간이 노동관련 정책들로 매우 핫합니다. 그러나,,, 저처럼 전직원 다 합쳐봐야 열몇명인 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에겐 딴나라 얘깁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주5일 근무할 때 저는 3년인가 4년이나 지나서야 의무적 주5일 대상에 들어갔습니다. 52시간 적용도 앞으로 3년 후입니다. 제가 실패한 직장인인 첫번째 이유가 바로 작은 회사에 다닌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성공한 직장인으로 보인다는 댓글을 달아주셔서 어찌나 기쁘던지요. 하지만 제가 말하는 실패한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큰 회사에 못 들어갔다.
  2. 1번으로 인해 주5일 적용도 수년이나 늦었다.
  3. 1번으로 인해 52시간 적용도 3년 후다.
  4. 1번으로 인해 개같은 포괄임금제나 받고 있다.
  5. 4번으로 인해 주 120시간도 일해본 적 있다. (지금 회사에서도 주 70~120시간 일하는 중)
  6. 1번으로 인해 노동법? 개나 줘버려.
  7. 4번으로 인해 내 직장생활 18년 동안 야근수당 특근수당 받아본 역사가 없다.
  8. 1번으로 인해 동일직종 동일경력 동일나이의 사람들보다 연봉이 1천~2천 적다.
  9. 1번으로 인해 어린이날 등의 공휴일에도 대통령 선거일에도 출근했다.
  10. 1번으로 인해 이 모든 온갖 어려움과 억울함을 참아야만 했다.

제가 실패한 직장인이 된 이유는 학력차별로 인해 큰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고, 작은 회사만 다니다 보니 온갖 억울한 경험들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저는 이번주에도 월요일에 출근해서 아직 퇴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발 프로젝트 일정 때문이죠. 4시간씩 자며 하루 20시간 근무중입니다. 물론 머리가 아파서 잠시 쉴겸 이렇게 스팀잇에 글이나 쓰면서 농땡이도 치지만요. 문제는 이렇게 일하고도 수당은 0원이라는 것이죠. 그 잘난 포괄임금제 덕분입니다.

<나는 실패한 직장인이다> 시리즈 다음 회에도 학력차별 얘기가 나옵니다. 제 평생을 따라다닌 학력차별. 실력보다 학력, 능력보다 학력. 도대체 경력 18년짜리에게 무슨 학력이 필요한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경력 180년이라고 해도 학력차별을 할 것 같네요. 제 평생을 괴롭힌 학력차별이 바로 제가 실패한 직장인이 된 직접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과장 씩이나 하고 있을 때도 제 밑에 직원인 대리가 저보다 연봉이 높았을 정도니 뭐 계속 얘기해봐야 입만 아픕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실업자가 되더라도 대학은 가라. 사회 나가보면 대학 졸업장이 왜 필요한지 뼈저리게 느낄 거야. 세상은 바보들로 가득차 있어도 의외로 잘 돌아가. 네가 아무리 실력 좋아봐야 학력좋은 사람이 원청에서 네가 속한 하청을 부리는 구조를 벗어날 수 없어. 실력은 개뿔도 없고 외운 것만 잘한 바보가 원청 담당자지. 너보다 연봉이 두 배는 높아. 갠 아무것도 몰라. 그냥 하청 족칠줄만 알지. 넌 세계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야. 그런데 넌 하청 직원이지. 물론 너보다 실력 개뿔도 없는 원청 담당자가 너보다 연봉은 두 배 높아. 기술 개나 줘버려. 기술 배워서 뭐해. 그냥 외우는 것만 잘하면 장땡인 거야. 외우는 능력만 탁월하면 세상 살기 편하지. 너같은 기술자를 부리면 되거든. 살아보니 세상이 그렇더라. 그러니까 뭐 하나 특출나게 잘할 필요 없어. 그냥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면 되는 거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면 그냥 노예인 거지. 노예 중에서도 최하급 노예. 흙수저만도 못한 똥수저.'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현실이지요.

그리고 후배들에겐 이렇게 말합니다. '엔지니어 하지 마. 하겠다면 내가 죽도록 고생시켜주지. 엔지니어 해봐야 너도 나처럼 실패한 직장인이 될 거야. 하지만 실패한 직장인이 돼서 평생 지지리 궁상으로 살아도 좋다면 해. 3D업종이라고 들어봤어? 엔지니어는 3D업종 사람들도 안 하는 최하급 직업이야. 차라리 3D업종에서 일하는 게 돈도 더 잘 벌고 삶도 좋아질 거야. 엔지니어는 하루 20시간 일하고도 욕을 바가지로 먹고 수당은 0원인 직업이야. 이 세계에 어떤 미래가 있겠어? 실패한 직장인을 떠나 실패한 아빠가 될 거야. 애들이 출근하는 아빠를 보며 '아빠 또 놀러와.'라고 할 테지. 그런 삶을 원해? 아니지? 차라리 시급 노동자로 살길 바래. 그럼 연봉도 더 높을 거야.' 네. 좀 극단적입니다.

하지만 영 틀린 말도 아닙니다. 제가 하루 20시간씩 일하고 월급을 받고 혹시나 해서 계산해봤습니다. 월급을 제가 실제 일한 시간으로 나눈 거죠. 헐... 최저시급도 안 되는 금액이었습니다. 최저임금도 못받는 직업이 바로 엔지니어였던 거죠. 월급을 하루 20시간 주6일로 해서 4주 계산하면 월 480시간이 나옵니다. 월급을 480으로 나누니 최저시급도 안 되는 금액. 참 허무하더군요. 차라리 알바를 하면 더 많이 벌었겠더군요. 혹시나 하고 생산라인 노동자에게 물어보니 저보다 급여가 높더군요. 왜냐하면 생산 노동자는 포괄임금제가 아닌 시급이었습니다. 시급이니까 야근수당에 특근수당이 있던 거죠. 기술 고급을 가진 엔지니어보다 단순 노동자가 급여가 더 높다는 건 현실입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입니다. 얼마전 주휴수당 포함시킨다고 난리가 아니었죠. 물론 딴나라 얘깁니다. (요즘처럼 하루20시간을 일하는 날이 아닌,) 제가 보통 하루에 12시간 일하니까, 지금처럼 주 평균 72시간 일합니다. 주휴수당 8시간 넣으면 80시간입니다. 한 달은 4주니까 월 320시간이 됩니다. 여기에 시급을 곱하면 2,672,000원이 나옵니다. 세전 금액이죠. 물론 18년차 엔지니어가 저거보다 낮게 받진 않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을 거면 차라리 엔지니어 안 하고 생산 노동자 하는 게 더 좋겠지요. 저야 고급 엔지니어니까 최저임금보단 많지만, 신입은 차라리 생산직 노동자가 답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여러회사 다니면서 엔지니어 신입사원 연봉이 생산직 신입사원 연봉보다 높은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생산직은 18년 일해도 최저임금으로 계산하겠지요. 하지만 매년 임금 동결에 무수당으로 일할바엔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임금 인상해주는 생산직 노동자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엔지니어 하지 말라고 조언을 하죠.

제가 실패한 직장인이 된 이유는 학력차별이 심한 직종에서 일하기 때문인 것도 있을 것입니다. 그냥 맘 편하게 생산직 노동자로 살았다면 아마도 지금쯤은 <나는 성공한 직장인이다>라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엔지니어로서 실력도 어느정도 있고 경력도 갖추고 있지만 현실은 최저임금보다 못한 급여에 허구헌날 철야하는 이런 직업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결국 실패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은 직업은 역시 공무원. 저는 두 아들 모두 공무원 시키고 싶네요. 외우는 것만 잘하면 장땡.

아~~~ 잠이 부족해서 골이 아파 수다좀 떨었으니 다시 일해야죠. 저는 월요일에 출근해서 아직 퇴근 못하고 있습니다. 금요일에 퇴근할 예정이고요. 일하다가 머리가 더 아프면 다시 글쓰러 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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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ㅠㅠ
그렇게 대학을 가서 졸업을 하고 막상 직장을 구하려고 하니 근무 시간 적고 임금 많은 데는 일 자리가 없고, 그렇지 않은 곳에는 가지 않으려 하고, 막상 @naha 님 처럼 기술 있는 사람은 학력 차별을 받고...

공무원이 최고 같습니다. 그러니 되는 것도 힘들겠죠.
아이가 크니까 더 걱정입니다.

점심 잘 드시고 또 화이팅입니다.

출산율만 보더라도 공무원이 최고입니다. ^^

드러븐 인생 8ㅅ8

결국 좋은 집에 태어나는 것도 실력이었어요. ㅎㅎㅎ

기술가진 죄인이지요. 헬조선에서는 공무원도 기술직 하지말고 행정직 해야합니다. 안 그런 곳도 있지만 기술직 공무원 비참해요. 행정직들 하기 싫은 일 떠맏고 기술필요한 곳에는 하청주고 기술직이라 승진도 느리고 억울한 일 많이 당하고

으헉... '학력같은 건 사실 별 소용도 없고 아무것도 보장 못해주는구나 실력이 최고야'라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데 -_ㅠ 제 착각이었군요..엔지니어분야에서도 학력 차별이 있군요... 너무하네요 집에 보내달라!!!

@naha님 안녕하세요 ㅎㅎ
스팀잇 계정만 있으면 에어드랍 해주는 바이트볼 받으셨나요 ^^?
https://steemit.com/kr/@ganzi/gbtye
위 링크에 쉽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건강관리 잘하세요! 건강이 최고 입니다

하.. 저는 직장 생활하면 할 수록 점점.. 기술이 최고야. 기술 있으면 어디서든 데려가려고 하네. 기술이 있으니 저렇게 깡도 좋게 할 말 다하네. 싶었는데 말이죠.ㅠ

li-li님이 nah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li-li님의 [Li & Li] 알흠다븐 가게+리얼전문가+리얼가게 #47 / 180830

...e>
  • 스팀잇 책리뷰대회
    심사위원_ naha/sub>

  • 스팀페이코<blockquot...

    나하님... 1번 성공해서 52시간 적용되도 비슷한듯 싶어요 ㅠㅠ

    1. 근로시간 52시간 준수를 위해 정시에 퇴근한다.
    2. 1은 지켰으나 집에서 일한다(자택근무는 시간계상이 안됨)
    3. 1은 지켰으나 조출을 하게된다(조출은 근무시간에 계상이 안됨)
    4. 1은 지켰으나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출입카드를 찍지 않고 일한다(퇴근기록은 훼이크!!!)

    그래서 저도 공사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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