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09162018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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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회’ 라는 단어에 생각에 빠지는 요즘이다. 이전의 짧고 길었던 관계속에서 깊은 고찰을 하게 된다. 흘러간 시간 속에서의 내 지난 행동들을 뒤돌아보며 그리워하는 일이 잦아진다는 뜻일까. 내 삶 속에서 크고 작은 깨우침을 주고 그냥 스쳐 가 버린 많은 인연이 계속 꿈에서 보이고, 길을 걷다가도 문득 생각이 나곤 한다. 안 그래도 잠에 푹 자기가 힘든 포스트 개강 주인데 더욱이 이런 심란함을 떨칠 수가 없다.

    저녁 9시 즈음 이면 늘 산책에 오르곤 하는데, 꽤 규칙적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키 노이로제에 고통받곤 한다. 키 노이로제란, 한국처럼 비밀번호로 자동 잠금이 되는 Lock 문이 아닌 매번 크고 주렁주렁 달린 거추장스러운 열쇠로 열어야 하는 문 때 문에 생긴 병.

    유학 초창기 때만 해도 룸메이트가 여러 명 있었기에 행여 키를 깜박하고 안 가지고 나왔어도 높은 확률로 누군가 집에서 문을 열어줄수 있어서 큰 강박감은 없었으나 지금은 혹시나 두고 나올까 봐 나가기전에 두 번 세 번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지금은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보내고 있기에 밖에 나갈 준비를 하는 과정 내내 불안감에 시달리던 때는 지났지만 그래도 신발을 신고 나와 문고리를 잡고 문을 닫으려 하는 그 순간, 늘 멈칫하게 된다. 지인들이 키를 두고 나와 담벼락을 타고 몇 층을 기어 올라가서 창문을 통해 겨우 열었다더라 하는 전설 같은 경험을 난 해낼 자신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병은 한국에 가서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머물더라도 쉽게 없어지지 않았음. 습관의 무서움이란..

     며칠동안 밀렸던 빨래를 한꺼번에 했더니 널어놓은 옷들 덕분에 집안이 굉장히 습하다. 세탁기에서 옷을 꺼내 탁탁 널다가 순간 웃음이 나왔는데, 수십 벌의 옷 색이 모두 한결같이 회색이었기 때문에. 물론 회색도 한가지가 아니고 여러가지 결이 있다. 그런데 어쩜 가지고 있는 옷은 전부 칙칙한지. 문득 50 Shades of Grey가 떠올랐.. 원래 밝은 계열 색 옷이나 스카프를 매치하기 어려워 잘 입지 않는 편인데, 양말부터 소매 없는 티, 심지어 바지까지 모두 회색 아니면 검은색이니.. 새 옷을 좀 사야겠지?

    며칠간 떠오르는 몇 생각들을 정리해서 매일 30분 정도 글을 써서 포스팅 해보았다. 두세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물을 계속 마시는 습관은 꾸준히 지키는 중이지만 앉는 자세가 잘못되었는지 허리에서 왠지 모를 뻐근함이.... 지금 쓰고 있는 책상과 의자는 유학생들의 성지 이케아에서 구매했는데 초반 몇 달은 무리가 없더니 슬슬 오래 앉아 있는 날엔 몸이 삐걱대기 시작한다. 다리를 쭉 펴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서 서서 피아노를 치거나 작업을 하는 것도 나쁠 것 없긴 하지만 -집에는 꽤 넓은 바가 있어 그 위에서 밥을 먹거나, 종종 글을 쓰거나, 선반의 용도로 사용하는 중- 오래 서 있게 되면 피가 다리로 몰려서 하체가 굳어지는 느낌을 받기에 자주 하진 않는다. 어떤 자세든 몸의 한 부분이 급 피로해짐을 종종 느끼는데, 이런 개복치 같은 몸을 이끌고 어떻게 계절마다 비행기를 타고 많은 나라를 오갈 수 있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음.

     오전에 롤러 마라톤이 끝나고 거리가 한산해졌다.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도, 꾸준하게 하루에 삼십분에서 한 시간 정도는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전에 살던 곳 근처엔 수영하러 다녔었는데, 이사한 지금 이 집 근처에는 그만큼 깨끗하고 넓은 수영장이 없어 잠정 쉬고 있고, 예전에 그만둔 승마를 다시 시작해 볼까 고민하고 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기에 고려하는 중인데, 가장 중요한 건 가격에서 얼마나 맞출 수 있느냐겠지. 오래 뛰는 것보다는 내 페이스에 맞춰 빠른 걸음으로 호흡하며 걷는 것이 성대에 무리에 덜 가기 때문에 저녁마다 밖을 나가고는 있지만,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하니 빨리 새로운 운동을 찾아 굳혀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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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삶에 지루함이 자주 찾아오곤 하는데,
그 안에서 재밌는 일들을 찾으려 노력해요.
레일라 님이 쓰신 저 키 부분은 항상 공감합니다. ㅎㅎ

우리모두 노이로제! 소리질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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