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주의] 연애의 역사1

in #kr-gazua3 years ago

무리한 부탁이겠지만 이 글을 읽기 전에 'The whole nine yards'를 틀고 들으면서 읽었으면 해.

#1
읽은 사람은 없겠지만 전에도 밝힌 바가 있어. 나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내가 뭘 배워야 하나 싶었어. 내 머릿 속에는 서른이 되는 해를 맞이하지 못 하고 죽어 간 수많은 천재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커트 코베인의 음악은 즐기지 않으면서 그에 대한 환상만이 가득했었어. 언제든 부패에 대항할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말 그대로 준비만 했지.

#2
난 대학을 입학하면서 여자친구가 이미 있었는데 첫 엠티를 가서 맘에 든 여학생의 손을 잡고 잤어.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는데 내가 자신을 유혹하는 방식이 '사탄의 꾀임' 같다고 했었어. 묘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 그만큼 치명적이라는건가..? 그런 투정은 전부 받아줄 수 있었지만 내가 좋으면서 참으려고 하는 그 마음을 가만 두기가 싫었어.

내가 여자친구가 있어도 너를 유혹하는 것, 너는 기독교인이 아니면 연애를 할 수 없다는 것, 내가 좋아짐을 느낄수록 괴로운 너의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 모두 문제되지 않음을 증명하고 싶었어. 그녀는 나를 선택했지만 나는 이전 여자친구도 그녀도 아닌 다른 여자와 긴 연애를 시작했어(?)

#3
(결과적으로) 연애를 시작하게 된 아이(A)와 내가 유혹했던 그녀(B)와 셋이 만난 적이 있어. 때는 아직 그 누구와도 공식적인 연애가 시작되지 않았을 무렵, 그 날의 장면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여름 방학이었고 셋이 같이 지하철을 탔어. 그 전까지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에게 표현을 한 적이 없던 A는 그 날 따라 B가 보란듯이 내 옆에 찰싹 붙었고 B는 당연히 어이가 없었겠지, 어쨋든 B는 날 좋아하고 있었고 나도 어느 정도 B를 택한 것처럼 1학기가 마무리 되었었으니.. B는 결국 참지 못 하고 중간에 내려서 집으로 돌아갔어. 그리고 밤에 네이트온으로 나에게 쪽지를 보냈다.

"내가 아까 너무 내 마음대로 행동했지. 미안해"

나는 이 쪽지를 받고 내가 얼마나 쓰레기 같은지 1차적인 자책을 넘어, 그녀에게 미안한 2차적인 감정을 넘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를 모르겠는 3차적인 고민을 넘어.. 아니 아무것도 넘지 못 했고 나는 답장도 못 했어. 그리고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그 날 그 쪽지에 뭐라고 답장을 해야 했을까 고민하고 있다. (아이디어 있으면 댓글 달아줄래?)

#4
난 초등학교 때도 학교에서 유명한 로맨티시스트(romanticist)였고 우리 학교는 학교가 언덕 위에 있어 초등학생 걸음으로 약 10분 이상은 걸어야 하는 등교길이 있었는데 그 길 한 가운데서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꽃을 주기도 했어. 인기가 많아서 집에 하도 장난 전화가 와서 (내가 받지 않으면 무조건 끊는 전화) 아빠가 전화 번호도 여러 번 바꾸셨어.

중학교 때도 남녀공학이었어. 원한 바는 아니었지만 어쨋든.. 가장 기분이 좋았던 건 시험 보는 날 등교하면 책상에 초콜릿이나 편지가 좀 있었고사실 많았고 생일엔 사물함에 케익도 있고 그랬어. 전부 거짓말 같겠지만 전부 참말이다..

고등학교 때는 남고였지. 기숙사 생활까지 했지만 맨날 도망 나와 누나들을 만났어. 나는 연상을 좋아하지 않아. 왜냐하면 고등학교 시절에 누나들만 주야장천 만났었고 그 이후로는 별로 누나들에 대한 로망이 없어. 한 번은 간이역에서 알바하는 누나를 기다린 적이 있는데 새벽까지 기다리다가 같이 비디오방을 갔어. 그 때만 해도 DVD방도 흔하지 않은 시절이었어. 한창 혈기왕성한 때이니 나는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은 바가 아니었지만, 누나는 피곤한지 금방 잠이 들었고 비디오는 무엇을 고르든 상관이 없다길래 (더욱 기대를 하기도 했었지..) 나는 시카고를 골랐었어.

나는 예나 지금이나 자는 사람은 절대로 편히 잘 수 있도록 두는 편이야. 헤헤

#5
연애의 역사가 시리즈로 가려면 연애 하나 하나에 대한 묘사가 있어야 겠지만, 그 순차적인 서술은 재미도 없고 내가 기억도 안 나. 문득 문득 떠오르는 장면들을 적을 뿐이야. 연애를 많이 했다는 이야기가 10대나 20대 극초반에게는 자랑처럼 들리겠지만 나처럼 30이 넘고나면 그냥 아무 감흥이 생기지 않는 이야기야. 요는 그 디테일과 내가 무엇을 느끼고 알게 됐는지에 있지.

이 글의 제목은 원래 '20대와 30대의 차이'였어. 20대들에게 내가 뭔가를 한 수 알려주려고는 아니고.. 개인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적어보려고 했어. 그러기 위해서는 내 20대를 간단히 소개 했어야 하는데 예전 글 여러 곳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연애와 사랑과, 이별로만 씨름했어. 그 이외의 것에 조금도 눈을 돌린 적이 없어. 그래서 글의 흐름과 함께 제목도 바뀌어 버린 거야

#6
하나 더 생각이 난다. 위에서 언급했던 A와 B 시절에는 당연히 C도 있었지. 대학을 입학하면서 이미 사귀고 있었다던 그 아이. 수능 결과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중국으로 유학을 가 버렸어. 그래서 내가 B를 유혹하는데 스스로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런데 2월 말에 떠났던 아이가 3월 중순에 금방 귀국했어. 아버지가 많이 아프셔서 왔다고 하더라고.. 보고 싶다고 오라고 했는데 (삼성 병원으로) .. 내가 안 갔어. 근데 그리고 2주 후에 아버지가 돌아 가셨다고 연락이 왔어. 정말 연락하기 싫었을텐데 전화 했더라고 (내가 병원으로 안 갔던 그 날 그 아이는 이미 헤어지자고 했던 상태였어) 장례식에는 니가 꼭 참석해 주면 좋겠다고.. 응 나 또 안 갔어. 왜 안 갔는지는 나도 나에게 못 물어보겠어. 하도 병신 같고 이해가 안 가서.. 근데 안 갔어. 그 날 장례식에 왔던 (C와 나의 관계를 알던) 모든 사람이 나를 욕하고 원망했다고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군가에게 나중에 전해 들었지.

장례식을 마치고 다시 1주 후에 그녀가 중국으로 떠나던 날이었어. 그 날은 비가 많이 왔는데 어떤 누나가 술 한 잔 하자고 하더라고.. 미국에서 살다왔던 누나였는데 옷을 너무 야하게 입고 다녀서 만나면 눈을 둘 곳이 없었어. 나는 그 날 그 누나가 아니라 누가 제안했어도 마시러 나갈 꺼였는데 나가서 혼자 4병을 마시고 정신이 혼미해졌지.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여차저차 또 DVD방을 가게 되었어. 이번에도 아무거나 고르라는 말에 냉정과 열정 사이를 골랐지. 왜냐하면 내가 DVD방에 어떤 여자와 들어갔던 그 새벽에 내가 스무 살에 가장 사랑했던 그녀는 비행기를 타야했고 그녀가 냉정과 열정 사이를 너무 좋아 했었거든..

나도 살짝 잠이 들었다 깼더니 준세이와 아오이가 밀라노역에서 애틋하게 마주보고 있더라고..노래는 뭐 다 알지? The whole nine yards..그래서 한 번 부탁해봤어. 내가 지금 듣고 있거든 20번 정도 반복 재생으로..

그래 이 글은 박제가 되겠지. 그리고 두고두고 읽는 사람들은 생각할꺼야. '뭐 이런 쓰레기 같은 새끼가..'

맞아 난 좀 그래..! 그 이후로 만남보다 이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연애주의자가 된거야. 난 좋은 남자가 아니야

냉정과 열정사이.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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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였으면 모르겟는데.. 아니.. 이거완전 기만자네.. ABC도 모자라서 퍄..

퍄래 ㅋㅋ쏭아형, 보팅파워 충전하고 나면 하루에 한 몇 명까지 해야 다음날 무리가 없어?

100%풀보팅기준10명정도.무리하면 12명까지도됨
쪼개쓴다고 가정하고 %로따지면 1000% ?
10%씩 쓰면 100명 5%씩 쓰면 200명

오 ㄸㅋㄸㅋ

아니.. 자꾸 내가 깨달음(?)을 얻은 후의 생각만 글로 쓰니까...사람들이 나를 너무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이제라도 과거를 밝혀야 겠다는 생각때문에.... 형에게만큼은 미리 언질을 줬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음악은 안 듣고 읽었따...

제이미가 그랬을리가 없지!!!!!!!

나 아직 충전중인거 알지? 보팅 못 줘서 댓글놀이 한거야...

응 충전 중인건 알아! 보팅은 괜찮아.. 붕붕이가 늘 신경써서 해주고 있어서 황송할 따름이야 ㅜㅜ

나쁜남자네.
여자들은 왜 이런 나쁜남자를 좋아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안 될때가 있지. 자기가 개도할수 있다는 도전정신인지 아님 헤어질때 구질구질하지 않아서 편한건지? 암튼 이해하기 어려워.
글은 흥미가 있어 좋았어. 작지만 글값은 놓고 갈게.

글값은 사실 주지 않았어도 돼..읽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형! 혹시 인연이 닿는다면 또 보자 형!

내가 글값을 주고간건 다음 글을 더 기대하기때문이야.
넌 다음 글을 준비하면 그뿐이야. 서두르지 않았으면해.

나도 쫌 나쁜여잔데 너하고는 비교가 안된다 ^.^ 나는 착한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구 마음대로! 나도 변명을 하자면 저 일들은 무려 11년 전의 일이라구...!

그래서 지금은 스윗가이에 한 사람하고만 사귄다는 얘기야? ㅋㅋㅋㅋ

거의 내귀에 캔디 수준이지. 너무 달콤해서 말이 말같지가 않다잖아..크흠 그리고 원래 한 번에 한 사람을 사귄다구!!! 저건 극단적인 경험이었어. 일생에 단 한 번 ㅋㅋㅋㅋ

나쁜 남자 스타일이시네요~

네.. 저 때는 사실 저 당시에도..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네요! (근데 가즈아 태그의 글은 댓글로 반말로 달아아해 형! 속닥) 헤헤

사진에 나온 남자분 이름이 가즈아야?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영화에 나온 남자 주인공! (근데 형이 이걸 몰라서 묻는게 아니고, 뭔가 다른 의미인 것 같기도?)

다케노우치 유타카... 약간 이진욱 삘나지? 진짜 몰라서 묻는거 같은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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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나는 그 배우 좋아해. 오다기리 죠! 헤헤헤 근데 누나라고 부르면 반칙이야? 무조건 '형'이어야 하는건가???

누나라 불러! 야 너 진짜 나랑 비슷한게 많은데? 나 오다기리 조 완전 좋아해서 걔가 나오는 영화 다 봤어! 그리고 내가 일본남자 좋아해 ㅋㅋ 조제호랑이그리고물고기들 보고 완전 반해서 일본영화 팬 되고, 뭐 내 리뷰 봐서 알겠지만 하루키 때문에 일본 문학 좋아하고... 일본을 좋아해 내가. 오해는 하지말아죠. 국가로서의 일본 말고, 문화주체로서의 일본

누나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어. 내가 살짝 그 사람을 닮아서 별명이 오니기리 죠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니기리 먹고시펑

아 근데 닮았다는 말의 의미는 내가 수염을 길러서 그래, 보통 수염 기르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이해를 잘못해서 보통때 마스크를 많이 쓰고 다녀. 난 자르기 싫어 싫어 시러시러시러

아 그래서 누나 도쿄 올림픽 보러 가고 싶구나. 일본으로!! 누나 그 때 일본에서 만나자~ 나도 일본 못 가봤어. 가보고싶어

ㅋㅋㅋㅋㅋ 고~뤠? 갑자기 스물세살 대학생이 되고싶은데?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가장 최근 여자친구가 23살이었는데 우연인가

우연이야ㅋㅋ 나 스물 세살때 완전 여신이었는데... 그때 나를 만났어야 했어ㅜ 너무 늦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왜이렇게 웃기지? ABCDEFG...솔직히 말해봐 더 있잖아.

아냐.. 어제 이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날 보는 시각이 변한 것을 느껴.. 위험해 당거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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