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의 영어 이야기] #18. 어떻게 하면 독해를 잘 할 수 있을까?

in #kr-english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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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독해를 잘할 수 있을까? 오늘은 내가 그동안 영어 독해를 공부해오면서 느끼고 깨달았던 것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영어 독해를 잘할 수 있는 지름길이나, 이것만 알면 된다는 족집게 류의 글은 아니다. 그저 이런 방향으로 나가면 좋겠다는 지침서 정도로만 이해해주시길.

어떻게 하면 영어 독해를 잘 할 수 있을까?


1. 문법을 알아야 한다.


당연한 얘기다. 독해를 잘 하려면 문법을 알아야 한다. 기본적인 문법도 모르면 아예 글이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단 기본적인 문법도 모르는 분이라면 문법서를 훑어보면서 한번 정리해본 뒤 독해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 문법에 대해서는 예전에 쓴 글이 있으니 <문법, 나만 어려운 거니?>를 읽어보시기 바란다.

예전에 애슐리 쥬드가 주연을 맡았던 <썸원 라이크 유>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제목만 보고 어떤 학생은 “누군가 널 좋아해.”라고 해석을 했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으니, 누군가가 너를 좋아한다는 해석이 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문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게 틀린 번역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주어가 3인칭, 현재, 단수일 때는 동사에 s/es가 붙는다. 따라서 “누군가 널 좋아해”라고 말하고 싶다면 like가 아닌 likes를 써서 Someone likes you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like를 ‘좋아하다’가 아니라 ‘~처럼’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그러니 Someone like you는 “당신 같은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문법을 알아야 독해를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다음 영화


그럼 문법만 확실하게 알면 독해가 잘 되느냐? 그건 아니다. 문법을 잘 알아도 독해는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일단은 자신이 알고 있는 문법 지식을 독해에 적용하는 연습을 많이 해봐야 한다. 많이 읽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2. 단어를 알아야 한다.


문법을 알고 있어도 단어를 모르면 소용이 없다. I love you가 “난 너를 사랑해”라는 뜻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love 대신에 어려운 단어가 들어가 있다면 해석을 하지 못한다.


I detest you.

I loathe you.

I cherish you.

I adore you.


문법 형식은 간단하지만 단어를 모르면 해석을 못한다. 그럼, 단어만 많이 알고 있으면 독해가 잘 되느냐? 그것도 아니다. 우리가 단어를 원어민만큼 많이 알지도 못하지만,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단어도 뜻밖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해석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I second that.


이 문장에서 모르는 단어는 없을 테지만, 제대로 해석하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여기에서의 second는 ‘둘째’라는 뜻도 아니고, ‘초’라는 뜻도 아니다. 동사로 ‘(남의 의견이나 제안을) 지지하다, 동의하다’라는 뜻이다. second라는 단어는 초등학생도 아는 쉬운 단어지만, 이런 뜻이 있는 줄은 몰랐을 것이다. 영어 단어는 뜻이 다양하고, 명사나 동사 등의 품사에 따라 뜻이 바뀌는 경우도 많고, 상황이나 문맥에 따라 다른 뜻으로 해석되기도 하기 때문에 단어집 한 권 외웠다고 독해 실력이 쑥 느는 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단어가 문장 속에서 활용되는 예를 많이 접해봐야 한다. 많이 읽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3. 독해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세간에는 콕콕 집어서 독해의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나 강의들이 있다. 특히나 독해 초보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문장에서 동사를 먼저 찾으라거나, chunk로 끊어서 해석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초보자라면 문장에서 동사를 찾는 일도 그다지 쉽지 않을 것이다.


All you have to do is go and knock on the door.


이 문장을 보자. 해석을 하려면 동사를 먼저 찾아야 한다지만, 언뜻 봐도 have, do, is, go, knock이라는 다섯 개의 동사가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Chunk로 끊어 읽으려면 어디에서 끊어야 하는 걸까? 독해의 기술을 안다고 해도 독해를 실제로 잘하려면 그 기술을 많이 적용해봐야 한다. 많이 읽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참고로 All you have to do is go and knock on the door. 는 “넌 가서 문만 두드리면 돼.”라는 뜻이다. 덩어리로 끊어 읽으려면 All you have to do / is / go and knock on the door.가 된다.)


4. 문맥을 알아야 한다.


문법과 단어를 다 알고 있어도 해석이 틀릴 때가 있다. 바로 글의 문맥을 모를 때다. 다음 문장을 보자.


Why do you think?


일단 모르는 단어도 없고, 문법도 쉬운 편이다. Why가 나왔으니 “왜?”냐고 묻는 말이고, think는 “생각하다”라는 뜻이다. 의문문이라서 주어 동사 도치가 일어나니 do you가 들어갔다. 즉, Why do you think?는 “너는 왜 생각하니?”라는 말이 된다.


너는 왜 생각하니?


그런데 해석하고 나서도 뭔가 찜찜하다. 너는 왜 생각하냐니? 머리가 있으면 누구나 다 생각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이 말이 튀어나온 앞뒤 문맥을 살펴보자.

개를 무서워하는 A가 친구 B와 함께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갔는데, 마침 다른 손님이 어마어마하게 큰 개를 목줄도 없이 데리고 들어왔다. 개를 무서워하는 A는 어서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눈치 없는 B는 냉장고 창에 코를 박고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다. A가 B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아이스크림 먹지 말고 밖으로 나가자.”라고 하자 B는 “왜? Why?”라고 묻는다. 그러자 A가 옆에 있는 개를 눈짓하며 대답한다. “Why do you think?”

이럴 때의 Why do you think?는 “왜 그런다고 생각하니? 왜 그런 거 같니? (당연히 개가 있으니까 그렇지!!)”의 의미이다. 풀어서 쓰자면 Why do you think I want to go outside even though we haven’t had ice cream? (우리가 아이스크림을 먹지도 않았는데 내가 왜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니?)지만, 그냥 줄여서 Why do you think?라고만 말한 것이다. 그렇게 말해도 다 이해를 하니까.


Why do you think? 왜 그런 거 같니?



이렇듯 말의 문맥, 그 말이 나온 시대적/문화적 상황을 모르면 해석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마도 눈치챘겠지만, 많이 읽어봐야 한다.


독해를 잘하고 싶다면 많이 읽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독해를 잘할 수 있는가? 문법이나 단어도 알아야 하고, 독해의 기술이나 문맥을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많이 읽어봐야 독해도 잘하게 되어있다. 독해를 처음 시작할 때, 문법과 단어는 중/고등학교 수준 정도만 알고 있어도 된다. 그다음부터는 무조건 많이 읽는 거다. 많이 읽으면서 문법과 단어 공부를 병행해야 영어 실력이 더 향상된다. 또한 많이 읽으면 독해의 기술이나 문맥을 파악하는 것도 자연스레 익힐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읽어야 할까? 다음 시간에는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 대해서 글을 올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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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이 궁금하네요. 실전편~ 무엇을 읽을까!^^ 두둥!

기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역시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씀!

제가 아는 왕도란 그저 열심히 꾸준히 공부하는 거라서.. ㅎㅎㅎ
그래서 더욱 재미있게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하거든요.

오.. 근데 단어를 외우는건 귀찮고, 역시 읽다보면 자주보는 단어는 자연스레 외워지니까 많이 읽는게 짱인 것 같아요. 다음편 완전 기대합니다. 뭘 읽어야할지 정말 궁금했거든요!!!

자주 보는 단어는 자연스레 외워지고, 그 단어가 문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그 예도 알 수 있어서 좋지요. :)

역시 뭐든지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그냥 공으로 얻어지는 건 없나 봅니다. ^^;

리스닝은 스피킹과 연결되어 있고, 작문은 독해와 좀 더 강하게 연결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말씀하신 독해를 잘하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흥미를 가진 분야의 글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죠. 번역에도 비슷한 규칙이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원문이 훌륭하다면 번역도 훨씬 매끄럽게 되더군요. ㅎㅎ

역시 연습만이 살 길입니다. 많이 읽어봐야죠. ㅎㅎㅎ

수능영어때 '천일문'이라는 책으로 독해를 가르쳤던 김기훈T가 생각이 나네요. 아직도 강의 하시려나 모르겠어요 ㅎㅎㅎ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는 독해를 '문법'과 '기술'로만 이해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더 어렵게 느꼈고요. 영어도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글로 풀어 쓴 것이고, 그러니 글 너머에 있는 생각을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건 나중에야 깨달았죠.

잘 읽었습니다. 영어원서 읽기 매일 한 지 3주 넘어가는데 , 독해는 리스닝보다 쉬운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많이 읽기만 하면 되니.
읽다 보면 전후맥락을 고려하여 해석하지 않을 수 없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 혹은 아는 단어인데 내가 아는 뜻으로는 해석이 안 될 때 궁금해서 단어도 찾아보고, 어디가 동사인지 파악하고자 애쓰게 되고, 이 글에서 소개된 방법을 이래저래 사용하며 자연스레 공부가 되는 느낌이에요.

뭐든 처음이 어렵지 습관이 되면 괜찮아지더라고요.
매일 원서 읽기를 벌써 3주나 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

Why do you think I want to go outside even though we haven’t had ice cream?
네 이런문장 보면 항상 막힙니다 =_=;;;;

사실 이 문장은 좀 길죠?

Why do you think ~? 너는 왜 ~라고 생각하니?
I want to go outside. 밖으로 나가고 싶어.
Even though we haven't had ice cream. 비록 아이스크림은 못 먹었지만.

이 세 문장이 한 군데 섞여 있는 거니까요. 역시 많이 접해서 익숙해지는 게 최선인듯 합니다. ^^;

한참 영어 공부할 때 확실히 많이 읽는 거에 장사 없긴 하더군요 ㅎㅎ 독해 속도도 상당히 빨라졌었는데~ 이젠 영어랑 너무 사이가 멀어졌어요...ㅎㅎ

그래도 쌓인 실력이 어디 가진 않았을 겁니다.
멀어진 영어를 다시 붙잡아 보시는 건 어떨까요? ㅎㅎㅎ

역시 경험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 독해문제를 보고 겁을 먹곤 하지만..
어느순간 그걸 미친듯히 해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니까요.
울 고3 동생들~ 모두 화이팅이얌~

시험을 앞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제가 유난히 시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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