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책으로 배우기] 어떻게 살 것인가 #1 왜 자살하지 않는가

in #kr-book6 years ago (edited)

[#삶을 책으로 배우기]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1 왜 자살하지 않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유시민 작가가 정치를 그만두고 처음 쓴 책입니다.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이제야 기회가 되어 펼쳐보게 되었네요.

나는 여기 내가 나름대로 찾은 대답을 이야기했다. 삶의 기쁨, 존재의 의미, 인생의 품격을 찾으려고 고민하는 모든 분들의 건투를 빈다. 그 무엇도 의미 있는 삶을 찾으려고 분투하는 그대들을 막아서지 못할 것이다.

유시민 작가의 삶이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지만 삶을 생각해보게 하는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많아 천천히 정리해보려 합니다. 비교적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천천히 읽고 싶은 책이에요. 오랜만에 정리해보고 싶은 책이 생겨 기쁘네요 :)

참으로 중대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것, 이것이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그 이외의 것, 세계는 삼차원을 가지고 있는가, 정신은 아홉 개 또는 열두 개의 범주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그 이후의 일이다. 그것들은 장난이다. - 알베르 카뮈 지음, 이가림 옮김 ‘시지프의 신화’

유시민 작가는 알베르 카뮈를 인용해 우리에게 '왜 자살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왜 자살하지 않느냐고 카뮈는 물었다. 그냥 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사는 이유를 찾으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삶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오늘 하루 그 의미를 충족하는 삶을 살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정답은 없다. 우리는 각자 정체성이 다른 자아들이다. 누구도 타인에게 삶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대신 결정해줄 수 없다.



‘왜 자살하지 않는가?’ 카뮈의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가슴이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있다.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너무 좋아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오를 것 같은 일이 있다. 누군가 못 견디게 그리워지는 시간이 있다.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미안한 사람들이 있다. 설렘과 황홀, 그리움, 사랑의 느낌... 이런 것들이 살아 있음을 기쁘게 만든다. 나는 더 즐겁게 일하고, 더 열심히 놀고,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손잡고 더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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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려면 체념하지 말고 반항해야 한다. 있는 힘을 다해 모든 것을 소모하면서 살고, 이 해결할 수 없는 부조리와 끝내 화해하지 않은 채 죽는 것이다. - 알베르 카뮈 지음, 이가림 옮김 ‘시지프의 신화’

카뮈가 주장한 바는 명확하다. 지금 이 순간 자유로운 존재로서 있는 힘을 다해 살라는 것이다. 그런데 카뮈는 최선을 다해 무엇을 했을까?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일했다. 놀았다. 사랑하고 연대했다.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은 사랑, 일, 놀이이다. - 폴 새가드 지음, 김미선 옮김 ‘뇌와 삶의 의미’

알베르 카뮈의 인생을 생각하며 자문해본다.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그 일은 내 삶에 충분한 의미를 부여하는가?
나는 어떤 놀이에서 즐거움을 얻고 살았으며 어떤 놀이를 더 하고 싶은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며 뜨겁게 사랑하고 있는가?
지금 사랑하고 사랑받는 방식이 만족스러운가?
누구와 함께 어디엔가 속해 있으면서 서로 공감하고 손잡으려는 의지를 충분히 표현하면서 살고 있는가?
그래야만 할 이유도 없이 지레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산 것은 아니었던가?

나는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몰두할 수 있는 놀이에 빠져들고 싶다. 더 뜨겁게 사랑하고 더 깊게 사랑받고 싶다. 그렇게 일하고 놀고 사랑하면서,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을 누리고 싶다. 그래야 인생의 마지막 날에도 내 삶에 대해 황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큰 잘못은 스무 살 무렵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벌써 현실에 굴복하고 순응할 준비를 했다. 내가 하고 싶고 내게 기쁨을 주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잘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데 써야 할 청춘의 시간을 다른 곳에 써버렸다. 때로는 합리적 의심과 깊은 사유를 통해 확신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어떤 이념이나 명분을 받아들였다.

누군가 이렇게 물을지 모르겠다. “그래, 당신 자신을 위해 살고 싶은 마음을 알겠다. 그러면 당신은 구체적으로 무얼 하면서 어떻게 살고 싶은 건가?” 특별한 것은 없다. 무엇보다 먼저 내가 즐거운 일을 하고 싶다. 그 일이란, 배우고 깨닫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작업이다. 아내와 아이들, 어머니와 형제자매들, 삶과 세상에 대해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적은 수의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 세상과 민중에 대한 추상적 사랑보다는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몸으로 껴안는 실체적인 사랑을 더 많이 나누고 싶다. 놀고 싶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요가를 배우고 싶다. 북한산 둘레길을 걷고, 추자도에서 감성돔을 낚고,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주말 저녁 축구장과 야구장에서 소리를 지르고 싶다. 내면에서 솟아나는 욕망을 긍정적으로 표출하면서 살고 싶다. 사실 누가 그걸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내 스스로를 가두어버려서 그렇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거나 내 자신을 위해 사는 건 몇 년 전부터 스스로의 멘탈 트레이닝(?)과 마음 공부를 통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행복하고자 했던 과정에서 제가 선택했던 건 지금 이 순간의 나의 감정과 행복입니다. 그러다보니 보다 큰 그림을 그려가는 것과는 점점 멀어졌음을 느끼곤 했습니다.

부부가 되고 그간 삶의 작고 세세한 부분의 만짐을 경험하며 함께살기를 배워왔다 생각하던 찰나. 요즘은 함께 이룬 가정의 보다 큰 방향과 역할을 생각하게 됨을 느낍니다. 이 순간에 만난 이 책의 '삶의 의미'를 말하는 부분, 그리고 '왜 자살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내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왜 나는 자살하지 않고 살고 있을까요. 나 자신에 대한 질문 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을 때도 왜 저 사람은 자살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삶의 의미, 그리고 사명과 꿈이라는 거창한 단어는 아무래도 부담스럽죠. 요즘은 이 책 덕분에 '왜 자살하지 않는가'라는 다소 과격한 질문에 빗대어 삶의 의미를 하나씩 생각해보는 중입니다 :)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도 의미있는 질문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


1년 전, 제게 스팀잇을 시작하게 된 큰 이유는 책을 통해 나를 정리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보상이 글을 쓰게하는 동기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제게 스팀잇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글 공부 때문입니다. 그간 여러 종류의 포스팅을 하며 멀어진 책 정리에 아쉬워하고 있었는데...(핑계ㅋㅋ) 아... 스팀과 스달의 하락과 스팀잇 분위기의 변화와 상관없이 저는 여전히 제 자신을 위해 쓰고싶은, 써야 할 글이 참 많아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더 열심히 자신을 채찍질 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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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책으로 배우기]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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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xinnong님. 저도 위 책을 읽었는데요. 저자가 동명의 크라잉넛의 책을 언급하며 서두를 뗐던 것으로 기억해요(오래전이라 흐릿하긴 합니다). 반가운 마음에 메모해 두었던 것을 찾아봤네요.

결혼은 구애의 종착점이 아니다. 혼인한 이후에도 배우자에게 이성으로서 매력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외모를 건강하고 보기 좋게 가꾸어야 한다. 다정한 말과 이벤트로 계속 점수를 따야 한다. 손잡기와 입맞춤, 팔베개와 같은 소소한 구애 행동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생활이 고달프고 일이 바쁘고 아이들 때문에 속상한 일이 있어도 남편 또는 아내를 연인으로 여기면서 배우자가 다른 여자 또는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사로잡아야 한다. 구애는 단순한 짝짓기 수단을 넘어 소통과 공감의 기쁨을 만드는 행위이다. 구애 행동으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 말고는 사랑의 감정을 인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 생각의길, 2013)

자기 제언을 작가 본인이 실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ㅎㅎ) 와닿았던 구절이었습니다. 다음 글이 기대됩니다!

앗 맞아요! 크라잉넛 이야기가 많이 나오죠 ㅎㅎ 구절까지+_+ 남겨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카뮈의 문구들이 무척 와닿습니다. 역시 부조리의 작가답네요:)
시지프 신화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얼른 분노의 포도를 다 읽고 넘어가야겠어요:D

책을 통해 나를 정리한다.. 너무 와닿으면서 반성하게 되네요.
책을 읽고, 얼마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 그렇게 반복되는 삶이거든요 ;;;;; 스트밋을 통해 정리하니 .. 읽은 책도 내 생각도 같이 정리해볼수 있는것 같네요!! 본받고 갑니다

헉..
글이 아주 강렬한 비트음 처럼
자살이란 단어를 가지고...
풀어 가네요...^^*

저도 얼마전 북카페 가서 이 책볼까 하다 다른책을 선택햇는데 씬농님 덕분에 포스팅 잘 보았습니다 !!! 이런 책을 읽으면 저는 항상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져용.. ㅠㅠ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살아오지 못해서 .. 그런거 같아요.. ㅠㅠ 그래서 지금 20대 후반에 방황하고 있는 거 ...일수도 ....ㅎㅎㅎㅎㅎㅎ 저도 이책 꼭 읽어 봐야겠어요 ^^씬농님 이런 책 포스팅 많이 해주세용 !!!! ㅎㅎㅎㅎ잘보고 있답니당 :-)

여니님 감사합니다 😁

유시민작가를 좋아해서 그의책을 대부분 사서 읽고있는데요
책읽는데만 신경쓰다보니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납니다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농님을 뵌지가 거의 일년이네요...
신농님은 테이스팀도 여행스팀도 글스팀도 모두 좋습니다.
고루고루 자주만 나타나주세요
히힛 ㅋ

ㅎㅎㅎ반님 항상 감사합니다! > <

스팀잇을 시작한 동기가 '책을 통해서 나를 정리해 보고 싶다'이셨군요.
최근 xinnong님을 알게 된 저는 알콩달콩 신혼일기를 쓰시는 분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유시민은 정치할 때도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고, 팟캐스트 할 때 믿음이 생겼고, 썰전 때문에 더 좋아지고, 알쓸신잡 때문에 더 친근해진 사람입니다.
유시민의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아무래도 '거꾸로 읽는 세계사'였던 거 같아요^^
최근 글쓰기 관련 책은 안 읽어 봤는데, 다 좋다고는 들었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은 이렇게 xinnong님이 정리한 것을 통해 접하게 되겠네요.
이어지는 글 기다리겠습니다.^^

포스팅만 보고도 자아를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그저 입에 올리면 안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살이라는 말을 마주하며 다시 나를 돌아보고 나를 찾는 과정이 보이는것같아요. 신농님 이토록 어려운 책을 리뷰해주시니 좋아용ㅎㅎㅎ 분명히 제가 읽지는 않았을것 같아서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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