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드라마 '이번생은 처음이라')

in #kr-book6 years ago (edited)

요즘 제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이민기, 정소민 주연의
'이번생은 처음이라'라는 드라마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본방사수한 드라마인데 이번주에 종영하고 말았답니다ㅠ

서른살 세 여자 주인공들의 삶에 함께 웃고 슬퍼하며
특히 일, 연애 그리고 결혼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하게 한 드라마입니다.

고등학생부터 친구였던 세 주인공들의 삶.
학창 시절부터 ‘사랑’을 꿈꾸며 글쓰기를 좋아해 작가를 꿈꾸며 살던 지호
결혼을 목표로 시대에 맞는 공대남과 결혼을 꿈꾸던 호랑
자기 사업하는 걸 목표로 성공적인 커리어 우먼을 꿈꾼 수지의 이야기인데요.
기회가 되면 이 드라마에 대한 포스팅을 따로 해보고 싶네요 :)

드라마에선 꽤 여러 권의 책이 인용됩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정현종의 시집 섬
19호실로 가다
박준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드라마에서 알게된 19호실로 가다 책을 구하려고
인터넷을 뒤지고 서점을 돌아다녔지만
이미 절판되었고 e-book으로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그래서 드라마에 인용된 대사로 이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19호실로 가다 To Room Nineteen

  • 도리스 레싱

19g.JPG

'19호실로 가다'는
전형적인 중산층의 젊은 부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안에서 여성은 결혼생활에 대한 권태와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위해 19호실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결국 남편과의 소통이 불가능한 채로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마치는 소설입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19호실이 있다.
아무리 가까워도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방
아무리 편해져도 초대할 수 없는 그런방

"19호실로 가다”

지호 : 한 부부가 있는데요. 완벽한 부부에요.
남들이 보기에도 부족함 없고 자신들도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다복하고 화목한 가정.
그런데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해요.
그래서 남편이 2층에 아내의 방을 만들어줘요.
‘어머니의 방’ 이라고 이름 붙여서.
그런데 어느새 그 방에도 아이들이 드나들게 되고 가족들도 출입하면서
그 방 역시 또 하나의 거실이 되어버려요.

세희 : 그래서 그 아내는 어떻게 하나요?

지호 : 그래서 그 아내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싸구려 호텔에
가족들 몰래 방을 하나 구해요.
그리고 가끔 몇 시간씩 그 방에 혼자 머물러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방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끼면서

세희 : 그 방은 완벽하게 혼자인 자신만의 공간이니까요.
결혼을 한다는 건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없어진다는 거니까
타인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죠. 충분히.
좋은 얘기네요.

지호 :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죠.
사실 그 책, 읽으면서 세희씨 생각을 했어요.
그러셨잖아요. 인생에서 책임질 수 있는 건 이 집과 고양이 그리고 자신 뿐이라고
그래서 결혼하지 않는거라고.
그때는 저도 그 말이 와닿았거든요.
저 역시 이 방 하나 책임지기도 힘드니까요.
근데요. 그렇게 살면, 외롭지 않을까요? 외롭다는 생각은 안해보셨어요?

세희 : 글쎄요. 외롭다는 생각조차 안하고 살았던 것 같네요.
타인을 견디고 부딪히기 보다는 혼자인 게 낫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으니까요.


(지호의 독백)
19호실로 가다 라는 소설에서 여주인공은 결국
몰래 얻은 자신의 방을 남편에게 들키고 만다.
그리고 여자는 남편에게 거짓말을 한다.
외도를 하고 있었다고.
나는 여자주인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외도라는 큰 거짓말을 할만큼 그 방을 들키지 않는 게 더 중요한 걸까.

수지 : 난 이해되는데?
그 방은 남들이 아는 순간 아무 의미 없어지는 방이니까.

지호 : 그렇다고 바람피는 거짓말을 한다고?

수지 : (책 내용을 읽는다)
"지난 1년간 난 매우 지저분한 한 호텔 방에서 낮시간을 모두 보내왔어요.
그 곳에 있으면 행복해요. 난 사실 그 곳 없이는 존재하지 않아요.
자신이 그렇게 말할 때 남편이 얼마나 무서워할까, 그녀는 깨달았다."

수지 : 그러니까 그냥. 이해받지 못하는 걸 설명하는 것보다
미친년되는 게 더 쉬우니까.
사실 세상은 그게 더 편할 때가 많아.
구차한 년보다 미친년이 낫지.


아마 우리 모두 19호실을 가지고 있겠지요.
누군가에게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나.

제 짧은 인생을 돌아볼 때 다행히
다른이에게 이해받기 위해 살아오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제게 어떤 선택을 강요하지도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저는 친구들과도 다른 선택을 하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불안하기도 하고 나만 왜 이럴까 생각도 했지만

결국 내 삶을 살아가는 건 다른 이들이 아닌 나 자신이기에.
내가 선택한 삶을 사는 내가 괜찮고 행복하다면
내 삶을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제가 일하고 싶었던 아주 작은 회사에 지원해
"내일부터 출근해." 라고 말하기도 했고
작은아빠가 인사부장으로 계셨던 대기업에
당연히 지원할거라 생각한 가족들이
면접이 언제냐고 물었을 땐
"나 거기 안썼는데." 라고 말해버리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큰 소리를 들었고
대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말을 듣는 것도 아닌 저를 보면서
아마 부모님은 절대 큰 딸을 이해하실 수는 없으셨겠지만
감사하게도 저를 믿고 인정해주셨습니다.
저희 부모님 또한, 자식들의 삶에 관여하고 부딪히는 것보다는
부모님 두 분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시니까요.

그 때의 발걸음들이 지금의 제 모습을 만들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요즘 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완전 괜찮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내가 누군지 스스로 조금은 알 것 같은 마음에, 저는 신나고 행복합니다 :)

앞으로도 저만의 19호실을 만들어 갈 즐거운 여정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제 곁에 저의 19호실을 인정하고 지지해 줄 배우자와 함께요 :)
아! 저 또한 그의 19호실을 인정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ㅎㅎ
책의 여주인공처럼 극단적인 거짓말을 하지 않게 하려면요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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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신농님!!!!!!!!! 저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 완전 팬이에요. 비록 마지막 2회분이 약간 실망스러웠지만요 ㅠㅠ 저도 19호실에 대한 이야기 엄청 뜻깊게 봤었는데요, 각자의 19호실을 인정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건 인생에 있어서 굉장한 축복인 것 같아요.

결혼을 하게되면 온전히 자기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할 듯 싶긴 합니다. ㅎㅎ

이 드라마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다들 그러더라구요..
19호실!! 자기만의 공간,, 꼭 필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그것을 서로 인정해 주는 건 더욱 더요.

결혼을 한다는 건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없어진다는 거니까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라..그런게 언제 있었나 싶네요~ㅎㅎ
그래도 전 외로움을 완전 많이 타는 편이라 결혼도 안하고 애까지 없었음 완전 우울했을 것 같아요. 사실 전 19호실 여주인공이 이해는 안 가지만 그래도 가끔 자신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할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아직 애가 없으시니 온전히 하고 싶은 거 다해보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시길요~^^

요즘은 tvn 과 ocn 드라마만 보게 되네요.
공중파 보다 훨씬 재밌는 거 같아요.ㅎㅎ

저도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신농님~~ 저도 저만의 19실을 만들어 즐겁고 행복하게 하고픈 맘이 생겼네요~~ 우리 노력해봐요 신농님~~ ^^

19호실은 모두에게 필요한 "자기만의 방"이었군요.

조만간 몰아 보기 해야 할거 같네요. ㅎㅎㅎㅎㅎ

인간이란 모두 자신만의 그 무엇이 필요한 듯 합니다.
잚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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