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팀] <마음의 미래>__ 쫓겨날 마지막 장소는 육체

in #kr-book6 years ago (edited)



미치오 카쿠 / 마음의 미래




"여력이 되는 사람은 오직 시간 속에서만 산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공간 속에서 산다"



철학자 바우만의 문장이다. 다수의 현대인은 끊임없이 자신의 거주지를 박탈당하며 여기저기 표류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얘기다. 고정되고 안정된 장소를 얻기까지 비정상적인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며, 그 전까지 이들에게 장소란 임시 거점에 불과하다. 때론 임시 거점마저도 임시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누구에게? 건물주에게!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여력이 되는 건물주에게도 '장소' 개념이란 임시 거점일 뿐이다. 부자들은 장소를 사고 팔면서 더 비싼 차익을 낼 수 있는 곳으로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둘 다 똑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삶을 받아들이는 입장은 당연히 상극이다. "상위 계층에서는 활력 넘치고 흥미로운 즉흥성을 보이는 특징이 하위 계층에서는 자기파멸적인 특징" 이 되어버린다. 때문에 부자들은 즐기면서 시간 속에서만 살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계속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쫓기며 살아야 한다.


미치오 카쿠는 인간의 '자아인식'을 한마디로 정의한다. 바로 "자신이 등장하는 미래모형을 만들어 시뮬레이션 하는 행위" 라는 것이다. 이 특징이 인간이 여타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점이다. 그런데 자신의 생존이 달려있는 '장소'를 마음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한치 앞도 바라볼 수 없다면, 언제든지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면 인간은 자아인식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자신이 등장하는 미래모형을 상상해볼 수 있는 여지가 없을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내가 알고 있는 9할의 사람들이 이런 처지에 놓여 있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 이런 현상에 대해 사회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장소를 계속 박탈당하는 이 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마음의 미래>에서 미치오 카쿠는 500페이지를 넘게 할애해서 동시대 뇌과학의 행보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과학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생명체의 기억을 컴퓨터에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 한다던지, 생각만으로 기계를 통해 사물을 움직이는 기술이라던지, 뇌에서 발생하는 주파를 이용하면 타인과 텔레파시가 가능하다던지 등등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과학이 이뤄낸 연구 성과가 정말 신기하고 기상천외했을 따름이다. 생각과 의식을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 근미래가 온다면, 인간은 육체의 굴레에서 벗어나거나 혹은 순수한 정신으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장난해? 이게 말이 돼? 영화 찍냐? 라는 나의 반발심은 내가 모르는 물리학 법칙을 기반으로 설명하는 저자의 전문성에 곧바로 깨갱~ 할 수밖에..


육체를 마음대로 옮겨다닐 수 있는 인간이라.. 이런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법과 제도를 잘 만들면 된다" 라는 식으로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저자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는데, 뭐..직업이 과학자니까 이해가 갔다. 우쨌든, 그렇다면 나도 그의 SF적인 상상에 대해 약간은 비관적인 전망으로 동참해보려고 한다. 만약 인간이 육체를 떠날 수 있고 마음대로 옮겨다닐 수 있는 시대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가난한 사람들이 빼앗길 장소는 더 이상 건물이나 집이 아니라 바로 '몸'이 되지는 않을까?


건물주처럼 여력이 되는 사람들은 육체를 여럿 구입한 다음에 임대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열심히 운동해서 몸을 가꾸면 육체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난다. 여력이 되지 않는 가난한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계약이 끝나는 일년 단위로 노쇠하고 병든 값싼 육체로 자신의 의식을 업로드해야 할 것이다. 거주지는 물론이거와 육체마저도 투쟁의 대상이 되고 박탈당하는 디스토피아의 세계. 너무 비관적이라고? 나는 인간을 못 믿겠다.




@thel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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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시간을 사는 사람과 공간을 사는 사람의 격차가 너무 큰 나라군요.
슬픈 일입니다..ㅜㅜ

그러게요. 거리로 자주 쫓겨나는 사람들을 보면 온갖 생각이 듭니다.

미래의 물리학 이후 이 책을 보고...잠시 쉬었다 읽자 한것이 몇해가 지났네요. 책표지가 너무 이뻐서라도 읽어야겟어요.
여력이 있는 사람은 공간이든 시간을 여러개를 갖는 모양인군요. 뜹~

책이 두꺼워서 큰 결심하지 않으면 펼치기가 만만치 않은 책이죠. 그래도 표지가 이뻐서 조금 더 수월하긴 해요 ㅎㅎ 과학 문외한인 제가 읽어도 내용이 막 그렇게 어렵진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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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에 서점 들렀다가 집어온 책들입니다. 비슷한 주제를 놓고 인지과학자와 생물학자와 물리학자가 각자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이 놈의 책 욕심이 자꾸 저를 힘들게 하네요.. ㅎㅎ 저도 이 책들을 다 보면 나름의 글을 남겨 볼까 합니다

그렇게 저도 서점 가서 주어온 책들 한페이지도 안넘긴채 그대로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이 넘 많습니다. ㅎㅎ sleeprince님께서 저 책을 읽고 꼭 리뷰를 남겨주시길요 넘 궁금합니다 저도 ㅎ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미치오 카쿠, "자신이 등장하는 미래모형을 만들어 시뮬레이션 하는 행위" 라는 것이 자아인식이라고요. 새겨보겠습니다.

참, 과학자다운 깔끔한 정의 아닙니까? ^^

아아..가난해서 몸이 빼앗기는 미래라니 너무 암울하네요..글쓴 과학자 처럼 법과 제도가 잘 만들어지는 낙관적인 미래가 있기를 바랍니다:)ㅎㅎ

뭐 그런 시대가 온다 해도 적어도 우리 살아 생전은 아닐거라 믿습니다 ㅎㅎ

ㅎㅎㅎ기술의 진화가 정말 빠른지라~ 걱정스럽긴 하네요~

우울해도 닥칠 미래일겁니다. 없는 이들은 육체를 담보로 가상의 매트릭스 속에서 정크현실을 살 테고 있는 이들은 자연산 회를 먹듯이 다양한 육체를 경험하겠죠. 땅이 곧 육체였던 선조들에게, 집 한 칸 없이 남의 집을 2년마다 전전하고, 좁은 pc방 데스크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지내는 현대인들이 이상해 보이는 것만큼 닥쳐올 미래입니다.

제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만 그런 세상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나는 네 블로그가 마음에 들어. 너의 친구가되고 싶다.

반갑습니다!

음 어려운 주제네요. 한번 읽어봐야 알것 같아요. ㅎㅎ

육체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에고의 이탈이라도 봐도 무방할런지. 흥미로운 주제군요.

봄비가 내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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