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끄끄|| #14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in #kr-book6 years ago

살인자의 기억법.jpg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그때까지 나를 추동한 힘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살인의 충동, 변태성욕 따위가 아니었다. 아쉬움이었다. 더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희생자를 묻을 때마다 나는 되뇌곤 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_본문에서

_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작가 소설 중 처음으로 끝까지 다 읽은 책이다. 몇 번 그의 다른 소설을 본 적 있지만 정서와 안 맞아서인지 매번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다. 사실 핑계에 불과하고 지금보다 혈기왕성할 때라 책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는 걸 찾아 나섰던 것 같다. 하여튼 김영하 작가의 소설 중 끝까지 다 읽은 건 이 책이 최초다.

소설의 화자인 김병수는 70세 고령의 노인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 노인은 25년 전 꾸준히 살인을 저질러온 연쇄살인범이다. 이런 그도 세월은 막지 못하는지 현재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서서히 기억을 잃어갈 뿐이다.
그에게는 은희라는 딸이 있다. 은희는 알츠하이머 환자인 아버지를 돌보며 직장생활을 해나간다. 그러던 중 은희는 애인인 박주태를 병수에게 소개하게 된다.
병수는 박주태를 보자마자 자신과 같은 살인자라는 걸 직감한다. 그가 은희와 함께 있는 것 또한 그녀를 살해하기 위해서라는 걸 예감한다. 결국 병수는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살인 계획을 세우게 된다.

책은 몰입도가 굉장히 높다. 만약 내가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면 정말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간결한 문장과 길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70세 노인인 병수의 속도에 맞춰져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최근 살인자의 기억법이 영화로 개봉되면서 원작 또한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 김병수 역에는 설경구, 은희 역에는 가수 설현, 그리고 박주태는 김남길이 연기했다.
영화는 보지 않았다. 내가 상상했던 소설 속 인물들과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이미지가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영화평이 나쁘지 않으니 책이 힘든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꽤 흥미로운 반전도 있으니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맺음말_크기 변환.jpg

Sort: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밤 보내세요 ~
하루만 더 버티면 주말이에요 ^^

감사합니다. :)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제가 평생 못보는 장르 중에 하나군용 ㅜㅜ 호러...살인...이런...장르를 잘 못봐요 ㅜㅜ 저도 보고 싶은데 힘듭니당 초코님...왜 못보는 걸까융...ㅠㅠ좋은 작품들 많은데 그쵸...힝

저도 호러는 못 봐요. ㅠ 무섭고 놀라는 걸 엄청 싫어해서. ㅎㅎ
근데 햇쌀님께만 말씀드리는 건데 이 책에서 살인 장면은 안 나와요. :) 한 번 보셔도 괜찮을 거 같아요. (소곤소곤)
:)

얼마전 본 영화군요. 설경구의 연기는 나무랄데 없지만 그냥 호감이 안가는 스탈이예요.포스트 잘 읽고 보팅 남기고 갑니다.

안녕하세요. Hygge님. :)
저는 일단 아이돌이 배역을 맞으면 그 영화가 좀 꺼려지게 되더라고요. 책을 재밌게 봐서 나름 기대했던 영화였는데 배우진들 보고 포기하고 말았답니다. ^0^

읽어주서셔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네요. 설정이 참 흥미로워요.
저도 알쓸신잡을 보며 작가 개인에 대한 호감도가 많이 상승했거든요.

무엇보다 저는 김영하 작가의 문체가 너무 좋았는데 읽은 책은 이거 하나에요. ㅎㅎ

알쓸신잡에 나온다고 했을 때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거 나와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근데 시즌2는 김영하 작가가 빠져서 그런지 재미가 좀 떨어지지더라고요. :)

오옷! 드디어 초코님의 책 후기에 제가 읽은 책이!
저도 살인자의 기억법 재미나게 읽었어요. 흡인력이 있더라구요. 김영하 작가가 쓴 책 중에 제일 좋았습니다 ㅎㅎ

그쵸. 몰입도가 상당히 높았죠? 역시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
소재도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길지 않아서 저는 좋았던 거 같아요. 작가의 다른 소설들은 다 길어서 ㅎㅎㅎ

알쓸신잡을 통해 김영하라는 작가를 새롭게 보게 됐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요즘 읽어보려고 벼루는 책 중 하나네요. 영화로 보기 전에 꼭 읽어보렵니다. ㅎ

네. 꼭 읽어보셔요. 정말 재밌습니다. 워낙에 김영하 작가가 글을 잘 써서 몰입도가 매우 높았던 소설이었습니다. :)

저는 이거 영화관에서 안보고 다운받아서 보다가 마지막 클라이 막스에서 끊겨서 너무너무 궁금했는데..... 티비에서 할때까지 기다릴까 합니다.. 궁금해야 또 보게 되니까요...

안녕하세요. gomyh16님. :)
가장 중요할 때 끊으셨군요. 마지막 부분을 위해 앞부분이 존재할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숨어 있거든요. ^0^

그래도 참고 있을라고요... 스포 금지 입니다. ~~!!

영화가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땡기지 않기도 하고..ㅇㅅㅇ;;
그래서 망설이고 있는 영화네요.ㅎㅎㅎㅎㅎ;;
뭐 토르는 엄청 보고 싶은데 못보고 있으니 다른 영화는 엄두도 못내겠어요.ㅋㅋ

아, 저도 토르 봐야하는데 근데 날이 추워서 그런가 영 영화관이 안 땡기네요. 더울 땐 잘 가는데 이상하게 추우면 영화관에 안 가지더라고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큰 기대를 안하고 보면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 사실 저도 안 봐서 뭐라 말씀드리기가. ㅎㅎ

김남길이 나온다고 하니 보고 싶지만 ㅠㅠ 보고 나면 며칠 동안 괴로울 것 같은 생각에 ㅋㅋ 볼 용기가 ㅎㅎ 왠지 보기는 힘들 것 같아요. ^^ 영화를 상당히 좋아 하지만 왠지 이번에는 강한 비쥬얼 보다는 글로 읽는 것이 저에게는 조금 나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 알뜰신잡 보고 궁금하기도 했는데 ㅋㅋ 이렇게 감상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는 안 봐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재밌어서 정말 좋았어요. 해피님도 기회가 되신다면 꼭 읽어보셔요. 분명 김영하 작가에게 빠지실 거예요. :)

Coin Marketplace

STEEM 0.37
TRX 0.12
JST 0.040
BTC 70162.45
ETH 3540.43
USDT 1.00
SBD 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