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끄끄|| #16 릴리 프랭키, 도쿄 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in #kr-book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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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오래전에 그것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상경했었고 결국 떨려 나서 고향으로 돌아갔던 내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이곳에 나왔다가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나, 그리고 단 한 번도 그런 환상을 품은 일이 없는데도 도쿄까지 따라 나왔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한 채 도쿄 타워 중턱에 영면(永眠)한 내 어머니의 조그만 이야기다. _본문 시작에서

_릴리 프랭키, 도쿄 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일본의 다재다능한 작가 릴리 프랭키의 자전적 소설이다. 릴리 프랭키는 작가로도 유명하지만 삽화가이자 배우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본명은 나타가와 마사야(中川 雅也). 2005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책이다.
내가 이 책을 보게 된 건 단 한 줄의 소개 때문이었다.

 ‘우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전철 안에서 읽는 건 위험하다.’

이 한 문장에 홀려 책을 읽었고 지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됐다.

책은 작가인 마사야와 부단히 열심히 살았던 그의 엄마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으로서 무책임했던 아버지는 제목처럼 때때로 등장한다.
마사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미술공부를 위해 도쿄로 상경한다. 그러나 처음 포부와 달리 자유라는 명목의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사야는 엄마의 암 투병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열심히 살기 시작한다.

삽화가로서 어느 정도의 자리를 잡았을 시기 그는 엄마와 함께 도쿄에서 살기를 결심한다. 작은 것 하나에도 웃을 줄 아는 그녀였기에 살림이 여유치 않아도 행복했다. 하지만 암이 재발하게 되면서 힘든 투병생활이 시작된다.
그런 그녀에게는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 쓸쓸하게 우뚝 솟아 있는 도쿄 타워에 가보는 것. 마사야는 함께 도쿄 타워에 갈 것을 엄마에게 약속한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쓰여 있다. 흔한 신파적 요소도 없다. 큰 감정표현도 없이 일기 같은 느낌으로 천천히 풀어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껏 읽은 어떤 책 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 내게 어느 부분이 가장 슬프고, 어떤 대목에서 눈물이 났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못할 거 같다. 이야기 시작부터 차곡차곡 쌓인 작은 감정들이 후반이 돼서 일시에 터져버린 느낌이었다. 애써 참으려 해도 자꾸 눈물이 흘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가와 비슷한 가정환경을 갖고 있어 더 공감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무책임한 아버지와 그를 대신해 가계를 책임졌던 엄마가 있다. 엄마는 아버지의 무책임 속에서 성실함과 자기희생으로 날 키워냈다. 친인척은 삐뚤어짐 없이 자란 나를 칭찬했지만 그건 순전히 엄마의 공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회사에서 책을 읽으면 눈물을 감추기 위해 몇 번이고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가야 했다. 그러고 나서도 다시 책을 읽으면 또 눈물이 났다.

책은 영화로도 제작됐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로 오다기리 죠가 마사야 역을 맡았다.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다. 나중을 위해 아껴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도 내 걱정만 하는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며, 세상 모든 아들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맺음말2.jpg


멋진 이벤트를 마련해 주신 @oldstone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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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흠다운 @chocolate1st님 안녕하세요! 개부장 입니다. 요염한 @bree1042님이 너무너무 고마워 하셔서 저도 같이 감사드리려고 이렇게 왔어요!! 쏘쿨한 하루 보내시라고 0.3 SBD를 보내드립니다 ^^
배꼽잡는 @chocolate1st님 안녕하세요! 하니 입니다. 시크한 @asbear님이 너무너무 고마워 하셔서 저도 같이 감사드리려고 이렇게 왔어요!! 흥분되는 하루 보내시라고 0.3 SBD를 보내드립니다 ^^

아...이 책 아직 못읽어봤는데...
사실 슬픈책 읽는거 너무 괴로워서 안좋아하지만...
이 책은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저...전철 안에서 우는 모습 보이게 되면 초코님 책임입니다!

읽고 나서 느낌이 슬프기도 했지만 좀 복잡한 감정이었던 거 같아요. 단순하게 슬프기만 한 게 아니라 여러 생각을 들게 했서 그랬던 거 같은데. 작가의 소소한 감정도 잘 이입이 되서 그랬던 가 아닌가 싶어요. :)

아, 전철에서는 보시다 눈물이 나시면 잠시 덮어두셨다 읽으셔야 합니다. 저 처럼요. :)
좋은 주말되세요 해이님. :)

@chocolate1st님의 잔잔한 독후감에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저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슬픈 책은 용기 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ㅠㅠ 책 표지만 봐도 눈물이 글썽글썽일 것 같아요.

읽고나서 슬펐지만 뭔가 따뜻해지는 느낌의 책이었어요. 요즘 같이 추운 겨울에 나름 잘 어울리는 책인 거 같아 이번에 소개를 해보았답니다. :)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홈슐님. :)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감기조심하세요 ~
좋은밤 되세요 ~

항상 감사합니다. :)

책을 읽으면서 자신과 대비해 볼 수 있어서 더 맘에 남았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삶과 사랑을 느끼는 뭉클한 스토리네요...
잘 읽었습니다~

엄마, 꿈, 미래. 읽고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2년 전에 읽은 책이지만 내용보다는 감정이 더 많이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세요! :)

그런 책이었군요. 제목은 알았는데 읽어보진 못했어요. 일본 작가의 책은 거의 못 읽었거든요.
읽게 되면 저도 눈물 콧물 쏙 뺄 거 같네요.
독후감 잘 봤습니다!

아마 읽으시면 브리님도 분명 좋아하실 거 같아요. 사실 초반에는 굉장히 소소한 이야기 투성이거든요. 어린 시절이나 학창 시절 작가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니까요. :)
재밌게 봐주셔거 감사합니다. 브리님. 행복한 주말 되세요! :)

초콜렛님 글 읽고 영화 볼게 하나 생겼네요 ㅎㅎ 저는 책은 잘 안읽지만 영화는 무지 좋아하니까 내일은 도쿄타워를 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해

보니까 유튜브에서 1200원에 결제해서 볼 수 있더라고요. :)
저도 나중에 볼 때는 유튜브에서 한 번 구매해서 봐야겠어요. :)

예쁜 하니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곰님. ^-^

저도 예전에 읽었던 책이네요.
재밌게 봤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반갑군요. ㅎㅎ

읽으셨던 책이군요. 전 몰랐는데 일본에서 꽤나 유명한 작품이더라고요. :)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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