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46. 몬스터 by Walter Dean Myers - 넌 어리고 흑인이고 재판 중이야. 그거 말고 유죄의 증거가 더 필요해?

in #kr-book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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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본으로 되어 있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책


이 책은 특이하게도 스크린 플레이 즉, 영화의 대본 형식으로 되어 있다. 주인공 소년 스티브가 자신의 상황을 대본으로 만든 것인데, 자기를 좀더 객관적으로 돌아보기 위해 영화화하려고 대본을 썼다고 되어 있다. 여느 대본이 다 그렇듯 대사가 나와 있고, 상황을 설명하는 해설이나 화자의 감정 또는 행동을 묘사하는 지문도 있다. 그리고 대본 중간중간에 배우가 필기를 해놓듯, 필기체로 써있는 곳도 있다.

스티브는 어떤 상황이기에 대본을 적고 있느냐고? 그는 열여섯 소년이다. 그가 지금 있는 곳은 구치소. 그는 재판을 앞두고 있다. 어느 가게에 강도가 들어서 주인이 총에 맞아 죽었는데, 스티브는 그 사건이 있기 전 미리 가게에 들어가서 사람들이 많은지, 손님이 있는지 망을 보는 역할을 했다고 기소되었다.

과연 그는 진짜로 이 강도사건에 가담을 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강도사건이 있기 전에 민트를 사러 들어갔다 나온 것일 뿐일까?


괴물은 누구인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괴물(monster)'은 판사가 배심원들에게 스티브를 소개하면서 언급한 단어이다. 과연 그는 정말 괴물인 걸까? 그게 나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단지 민트만 사서 나오는 것 뿐이야, 난 총을 들지 않았어, 난 돈을 훔치지 않았어, 라고 자기 합리화를 시키면서 강도 사건에 가담한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는 섣불리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 과연 스티브가 유죄인지 무죄인지, 그가 진짜로 강도사건에 가담할 생각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아무 생각 없는 십대일 뿐인지.

그냥 그를 몬스터라 부르며 유죄선고를 하고, 이 사회로부터 격리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안전해질까? 스티브 본인도 스스로 혼란스러워 한다. 나는 괴물인가? 내가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인가? 왜 저들은 나를 징그러운 벌레 보듯 하는 걸까? 내가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닌데. 난 가게에서 민트만 산 것 뿐인데. 그런데, 진짜인가? 난 그저 민트만 산 것인가?


넌 어리고 흑인이고 재판중이야. 유죄의 증거가 더 필요해?


미국에서 노예제도는 없어졌다. 흑인은 해방이 됐다. 흑인 국회의원도, 흑인 대통령도 나왔고, 이제는 흑인과 백인이 모두 평등하다. 고들 말한다. 그런데 실제로도 그럴까?

주인공 스티브는 어리고, 흑인이고, 재판 중이다. 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조차 배심원의 절반은 이미 널 보는 순간 네가 유죄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한다. 그들의 눈에 스티브를 어떻게 다르게 보이게 해야 그가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을까? 아니, 그를 범죄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그저 운이 나쁘게도 아무런 잘못도 없이 강도 사건에 휘말린 청소년으로 보이게 할 수 있을까?

그는 진짜 괴물인가? 아니면 우리가 그를 괴물로 보고 있는 것인가? 누구라도 그 자리에 서면 다 괴물처럼 보이는 것일까?


나를 깨우는 말들



1.
감옥 안에서의 불안과 공포를 잘 드러내주는 문장. 책의 첫 페이지에 나온다.

The best time to cry is at night, when the lights are out and someone is being beaten up and screaming for help. That way even if you sniffle a little they won’t hear you. If anybody knows that you are crying, they’ll start talking about it and soon it’ll be your turn to get beat up when the lights go out. (p. 1)

가장 울기 좋은 때는 밤이다. 불이 모두 꺼지고 누군가가 얻어터지며, 도와달라 비명을 지르는 시간. 그러면 만일 당신이 조금 훌쩍인다 하더라도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할 거다. 만일 당신이 운다는 걸 누가 알기라도 하는 날에는 모두가 그 얘기를 하게 될 거고, 밤에 불이 모두 꺼지면 두들겨 맞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 될 것이다.

2.

They take away your shoelaces and your belt so you can’t kill yourself no matter how bad it is. I guess making you live is part of the punishment. (p. 59)

여기에서는 상황이 아무리 안 좋다 하더라도 자살하지 못하도록 신발끈과 허리띠를 압수해간다. 아마도 계속 살아있게 만드는 것도 벌에 포함이 되는가 보다.

3.
변호사 오브라이언이 스티브에게 하는 대사. 원래는 배심원을 뽑을 때 미리 질문을 한다. 예를 들면 가족,친척, 지인들 중에 흑인에게 안 좋은 사고를 당한 적이 있는지. 그런 사람은 의도치 않게 흑인에게 편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질문을 통해 미리 그런 사람들은 배심원에서 배제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질문들을 해서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배심원들이 모두 편견없는 사람들일 수 있을까?

O’Briaen: Half of those jurors, no matter what they said when we questioned them when we picked the jury, believed you were guilty the moment they laid eyes on you. You’re young, you’re Black, and you’re on trial. What else do they need to know? (p. 78)

오브라이언 변호사: 우리가 배심원을 뽑을 때 우리 질문에 저 사람들이 뭐라고 답했던 간에 상관없이, 저들 중 절반은 널 보는 순간 네가 유죄라고 믿고 있어. 넌 어리고, 흑인이고, 재판중이야. 그거 외에 유죄의 증거가 뭐가 더 필요하겠니?

4.

I hear myself thinking like all the other prisoners here, trying to convince myself that everything will be all right, that the jury can’t find me guilty because of this reason or that reason. We lie to ourselves here. Maybe we are here because we lie to ourselves. (p. 202)

나도 여기에 있는 다른 모든 재소자들처럼 스스로를 설득하려고 애쓴다.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이런 이유로 혹은 저런 이유로 배심원들은 날 유죄로 볼 수 없을 거라고. 이곳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어쩌면 우리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저자: Walter Dean Myers
원서 제목: Monster
특이사항: 전미 도서관 협회 청소년상과 코레타 스콧 킹 상 수상. 내셔날 북 어워드 파이널리스트.





[독후감] 지난 독후감들 최근 5개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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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워터 포 엘리펀트 by 새러 그루언 - 추억은 힘이 없다. 그러나 역사는 힘이 세다.

42. 섬에 있는 서점 by 개브리얼 제빈 - 책, 서점, 그리고 사람들

43.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by 콜슨 화이트헤드 - 당신이 몰랐던 흑인 노예 이야기

44. 남아있는 나날 by 가즈오 이시구로 - 인생은, 박수칠 때 떠날 수 없기에

45. 원더 by R. J. 팔라시오 - 넌 감동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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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1042님 곰돌이가 6일치 모아서 1.6배로 보팅해드리고 가요~! 영차~

고맙습니다! :)

몬스터라는 만화 생각했었는데 반성하고 갑니다^^;;;

저도 만화 몬스터 재미있게 봤어요. ㅎㅎㅎ
이 책은 아직 한국엔 번역이 안 된 거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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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화체가 많이 나오겠네요?
이 책도 기억해 둬야겠습니다.^^

이런 왠만한 건 다 있는 도서관에 이 책은 없네요.ㅜㅜ

인기 작가가 아니라서 그럴까요?
아니면 한국에 잘 안 알려진 책이라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어쩌면 우리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이 말이 제일 인상 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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