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24. 태양의 아들 by 로이스 로리 - 당신의 가장 소중한 것

in #kr-book6 years ago

167.jpg


이 책은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 4부작 중 마지막인 4번째 책이다. 이 책 내용이 1편의 내용과 많이 연결되어 있고, 2, 3편의 인물들도 나오기 때문에 앞의 책들을 먼저 읽고 나서 읽기를 권한다. 전편에 대한 독후감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21. 기억 전달자 by 로이스 로리 - 내 인생의 주인이 된다는 두려움

22. 파랑 채집가 by 로이스 로리 -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아니, 우리가 바꿀 수 있어

23. 메신저 by 로이스 로리 - 세상 어디에나 있는 그 마을


책의 앞부분은 1편 <기억 전달자>와 같은 시공간이 배경이다. 1편의 주인공인 조너스보다 나이가 대여섯 살 더 많은, 하지만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클레어라는 소녀가 이 마지막 책의 주인공이다.


1편에서 설명했다시피 이곳은 겉으로 보기엔 무척 평화로운 유토피아다. 모든 것은 지도부에 의해 다 결정이 되고, 사람들은 아무것도 선택할 필요 없이 주어진 삶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갈등이나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것들은 다 배제되어 있다. 이곳에는 감정도, 색깔도, 개성도 없다.

이 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12살이 되면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지 지도부가 정해준다. 정해진 직업에 따라 어떤 아이들은 더 공부를 하고, 어떤 아이들은 운동을 하거나 직업 교육을 받게 된다. 클레어는 12살이 되었을 때 ‘출산모(Birthmother)’라는 직업을 배정받았다. 그녀는 앞으로 공부보다는,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몸을 만들기 위해 잘 먹고, 적당히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며 몇 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감정이 없는 이곳에는 당연히 육체적인 사랑도 없다. 모든 아기들은 인공수정을 통해 ‘출산모’들이 낳게 되며, 태어난 아기들은 전부 공동 양육센터(nurturing center)에서 1살이 될 때까지 길러진다. 지도부에 의해 맺어진 부부가 아이를 갖고 싶다고 신청을 하면 – 그리고 그 신청이 허락되면 – 1년에 한 번씩 공동 양육센터에서 1살이 된 아이를 해당 가정에 배분해준다. 아이의 이름도, 어떤 아이를 어느 가정에 보낼 것인지, 한 해에 몇 명의 아이를 출산할 것인지 모두 지도부가 꼼꼼하고 철저하게 조사해서 결정한다. 즉, 이 사회에서 부모는 자식과 혈연으로 연결된 존재가 아니다. 그저 지도부로부터 무작위로 배정받은 아이를 사회의 일원으로 키우는 것뿐이다.

이윽고 출산모가 된 클레어도 아이를 낳게 됐다. 모든 출산모들은 눈이 가린 채 아이를 낳게 되며, 아이는 낳자마자 공동 양육센터로 보내지기 때문에 출산모들은 자신이 낳은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성별은 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출산모들은 총 3회에 걸쳐 임신하고 아이를 낳게 된다. (그 후에는 주로 노동 근로자로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클레어가 아이를 낳을 때 뭔가 문제가 생겨 버렸다. 아이는 무사했지만, 클레어는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고 출산모로 남아 있을 수 없게 됐다. 원래대로라면 몸이 회복되는 기간을 거쳐 앞으로 두 번의 임신을 더 해야 했지만, 클레어는 갑작스레 다른 직업을 할당받아야 했다.

예정에 없던 변화였지만 클레어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새로운 곳에서 교육을 받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자신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 이 세상은 여전히 평온했다. 하지만 클레어의 마음속에는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아이가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출처: 교보문고
(종이책은 품절됐으나 전자책은 구매할 수 있다)

원래 이곳의 모든 사람들은 감정을 억제하는 약을 먹는다. 대개는 신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는 사춘기 무렵부터 먹기 시작해서 노인이 될 때까지 모두가 먹는다. 그렇기에 서로에 대한 감정도 사랑도 없는 사회가 돼버렸다. 유일하게 임신상태의 출산모들만 태아에 미칠 영향 때문에 약을 먹지 않는데, 그들도 아이를 낳고 나면 바로 감정을 억제하는 약을 지급받는다. 헌데, 클레어는 지도부의 행정상 실수로 그 약을 지급받지 못했다. 의술이 발달한 이곳에서, 더욱이 모든 것이 철두철미하게 지휘되는 이곳에서, 분만실에서의 사고는 예상 밖의 일이었고 이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허둥대버렸다. 더 이상 출산모가 아닌 클레어에게 황급히 새로운 직업을 찾아 할당하고,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주는 와중에 그만 약을 지급하는 걸 잊어버린 것이다.

클레어는 감정을 갖게 됐다. 모성애가 생겨 버린 것이다.



자신이 낳은 아이가 아들이라는 것까지 알아낸 클레어. 그녀는 아들이 보고 싶어서 자꾸 공동 양육센터에 갈 핑계를 찾게 된다. 자신이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그녀는 아들을 만날 수 있을까? 아들을 만난다 한들 그녀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 이곳에서는 오직 결혼한 부부만이, 그것도 신청을 해서 지도부가 허락한 커플만이 아이를 배정받는다. 아직 결혼 신청도 안 한 클레어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 설사 그녀가 지금 결혼을 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아이를 배정받는 건 불가능하다. 어떤 가정에 어떤 아이를 보낼지는 지도부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아들에 대한 사랑이 자꾸 커져만 가는 클레어. 그녀는 곧 아들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여기까지는 책의 전반부에 대한 간략한 줄거리이고, 후반부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앞에 나왔던 세 권과 비교하면 조금 밋밋하고 느슨한 부분도 있지만, 1, 2, 3권에 나오는 인물들도 많이 나오고 그 내용들도 언급이 되기 때문에 시리즈를 매듭짓는 역할은 충분히 해주고 있다. 앞선 세 권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마지막 권도 읽으시길 추천드린다.


이 책에는 3권 <메신저>에 나왔던 흥미로운 악당이 또다시 등장한다. 3권 독후감에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 악당이 여기에서는 좀 더 큰 비중으로 나온다. 바로 ‘트레이드 마스터(Trademaster)’라는 인물인데, 그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줄 수 있는 존재이다. 돈, 권력, 명성, 미모, 물건 등 무엇이든지 다. 다만, 그의 이름에 trade가 들어 있듯, 그것을 공짜로 주지는 않는다. 대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른 것과 맞바꾸는 것이다. 이 트레이드 마스터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들의 가장 좋은 장점, 가장 좋은 성격이다. 활기찬 에너지, 젊음, 명예, 정직, 웃음 등 그 사람이 가진 가장 좋은 점을 대신 가져가 버린다. 트레이드 마스터와 거래를 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거머쥘 수 있게 되지만, 대신 점점 비열하고 못되고 이기적인 사람들로 변해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도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이 트레이드 마스터가 크게 활약하고 있구나, 그와 거래를 한 사람들이 꽤 많구나 하고 생각했다. 트레이드 마스터와 거래를 해서 부와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 높은 직위에 올라 떵떵거리고 살던 사람들. 그들은 그것을 얻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포기했는지도 모를 것이다.

어쩌면 스팀잇에도 트레이드 마스터가 있을지도 모른다. 고래가 되게 해주겠다고, 명성도를 높여주겠다고, 돈을 많이 벌게 해주겠다고. 대신 우리에게서 뭘 가져가려 할까? 자존심? 양심? 명예?

눈에 불을 켜고 지켜봐야 한다. 트레이드 마스터가 어떤 달콤한 말로 꼬일지라도 그를 거절하려면 말이다.


나를 깨우는 책 속 몇 마디

1.
사별한 후 홀로 오래 아이를 키우던 선생님. 좀 더 잘생겨지고 멋있어져서 새로운 아내를 맞이하고 싶었던 그는 트레이드 마스터와 거래를 한 후 키도 더 커지고, 얼굴에 있던 커다란 붉은 반점도 사라진다. 하지만 언제나 자상하던 그의 성격은 점점 더 비열하게 변해버렸다.

I had traded away the most important part of myself.

내 가장 중요한 것과 맞바꿔 버린 거야.

2.

Many people had traded away their best selves.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자신의 모습과 맞바꿔 버렸지.

3.

This is your journey, your battle. Be brave. Find your gift. Use it to save what you love.

이건 너의 여행이고, 너의 전쟁이야. 용기를 내렴. 네 능력을 발견하도록 해. 그 능력으로 네가 사랑하는 것을 지켜내는 거야.


한국어판 제목: 태양의 아들
원서 제목: Son
저자: Lois Lowry (로이스 로리)
특이사항: '기억 전달자(The Giver)'의 후속작. 총 4부작 중 마지막 4편.


Disclaimer) 본문에 실린 인용은 제가 직접 번역한 것으로, 한국에 출간된 번역본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는 책을 영어 원서로 읽고 있기 때문에 한국 출간본에서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책을 소개하기 위해 전반부의 줄거리만 일부 제공될 뿐 본 독후감에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독후감] 지난 독후감들 최근 5개 링크입니다.
@bree1042를 팔로우하시면 더 많은 독후감들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19. 이름 뒤에 숨은 사랑 by 줌파 라히리 - 이름을 바꾸면 행복해질까?
20. 잃어버린 세계 by 마이클 크라이튼 -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21. 기억 전달자 by 로이스 로리 - 내 인생의 주인이 된다는 두려움
22. 파랑 채집가 by 로이스 로리 -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아니, 우리가 바꿀 수 있어
23. 메신저 by 로이스 로리 - 세상 어디에나 있는 그 마을


follow_bree1042.gif

Sort: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책줄거리가 너무 흥미롭네요.꼭 읽어봐야겠어요.

이 책은 앞에 나온 1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요. 2, 3부의 캐릭터들도 많이 나오고요.
읽으시려면 적어도 1부 "기억 전달자"는 꼭 읽은 후에 읽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역시 :) 잘 쓰십니다! 감정이 사라진 세상이 문득 궁금해지네요 :D

감정이 사라진 곳이라면 다운보팅을 당해도 기분이 안 나쁠 거 같고, 스팀 값이 뛰어도 안 기쁠 거 같네요.
유토피아는 아닌 걸로 사료됩니다. ^^;

영어 원서로만 읽는 다는 말씀....
우와....대단하게 보입니다^^
영어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ㅎㅎ

저도 처음엔 떠듬떠듬 사전을 끼고 읽었어요. 다 이해도 못하면서요.
그러면서 느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

독후감을 읽고도 책한권을 다 읽은듯 뿌듯함이 생깁니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음창문님 댓글을 보면 항상 힘이 나요. ^^

영어로 책을 읽으신다니 급존경스럽습니다. 브리님 추천책 읽어보려고 했는데 한편 좌절모드입니다 ㅋ 잔잔히 책 이야기 듣고 나니 마음이 평화로워졌습니다.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겠어요 ㅎ

우리말로도 모두 번역이 돼 있기 때문에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

이야기 흥미 진진하네요. 클레어의 해보가 궁금해집니다.
태양의 아들.. 저는 한국어판으로 봐야겠습니다~

클레어가... 뭔가를 하지요. ^^
이 책은 1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요. 전작을 모두 읽기 힘드시다면 적어도 1부 "기억전달자"는 꼭 읽은 후에 읽어보세요. 기억전달자도 엄청 재미있는 책이랍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앞선 세 편보다 이 편이 제일 흥미로워요. :)

이런류의 유토피아를 표방한 디스토피아 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영화 이퀼리브리엄에서 감정을 없애는 약을 먹는 설정이 있는데 이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게 아닌가 싶어요. :D

이걸로 로이스 로리 소설은 마지막이군요. 그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브리님. :)
사실 로이스 로리 작가를 브리님을 통해 처음 알았거든요. 근데 오늘 이 마지막 편을 보고 다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어요. ㅎㅎ

근데 책 합본이 있어서 구매할라고 봤더니 그거도 품절이네요. ㅠ 허윽.
다 따로 사고 태양의 아들은 중고라고 구매해야할 거 같아요. ㅠ

제가 초코님의 지갑털이인 거 같습니다. ^^;;

참, 이 시리즈 독후감을 끝낸 후에 쓰려고 아껴두고 있었는데요.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에 노희경 작가의 책 독후감 써서 올리겠습니다.
작년에 읽었는데 늦게 독후감 올리게 돼서 죄송합니다. ^^;

아닙니다. 브리님. :)
제가 좋아서 선물한 거니 부담(?)은 안 가지셔도 됩니다요. :D

기억전달자를 영화로만 보고, 이렇게 뒤에 세편이 더 있는지 몰랐네요.
재밌네요.
잘 읽고 갑니다.

원래 시리즈로 계획한 건 아니었는데 인기가 높아지자 후속작이 나왔습니다.
후속편도 저는 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아무래도 뉴베리상을 수상한 1권이 가장 인기가 있지만요.

크립톤에는 그래도 대리모는 없었는데요. 크립톤보다 나쁜 행성이군요 ㅎㅎ

ㅎㅎㅎㅎ
클레어를 제외한 사람들은 감정이 없으니 자기들이 사는 곳이 나쁜 곳이라는 것도 모릅니다.
이들은 선택권이 없으니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지만, 감정이 있고 생각할 줄 아는 지구인들이 이러고 살아간다는 건 참 아이러니네요. 그래서 슈퍼맨이 필요한 걸까요? ^^;

Coin Marketplace

STEEM 0.26
TRX 0.11
JST 0.032
BTC 63585.64
ETH 3035.86
USDT 1.00
SBD 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