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이를 가진다면

in #kr-baby6 years ago (edited)

가수 이적의 어머니이자 아들 셋을 모두 서울대에 보낸것으로 더 유명한 여성학자 박혜란씨는 오십이 넘은 나이에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이라는 육아서를 저술했다. 자식을 성공적으로 키웠다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녀도 지나고 나니 좀더 잘 키울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서른 여섯 늦은 나이에 첫째를 가졌다. 평생 혼자 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인생의 한순간 운명처럼 신랑이 나타났고 그렇게 가족이 하나, 둘 늘었다. 첫째를 가졌을 때 나는 엄마가 될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출산과 육아에 대한 배경지식이 너무도 부족했다. 그저 콩알만한 크기의 아기가 내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확신시켜 주는 초음파 사진만으로 가슴 설렜다. 아는 건 별로없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누구보다 더 많이 사랑해 주리라는 의지만은 충만했고 막상 부닥치면 무엇이든 다 해 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만이 있었다.

만삭이 되고 분만할 시기가 다가오면 곧 인생에서 처음으로 엄마가 될 예비엄마들은 진진통과 가진통이 무엇인지 몰라 아이를 낳기 전에 산부인과를 몇차례 방문하곤 한다. 자궁 수축과 통증이 반복적으로 5분 간격으로 나타나면 진진통이라 하길래 출산할 때가 되었나 싶어 병원에 가면 수축 주기는 어느새 10분 간격으로 늘어나 있곤 했다.

사실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산부인과 진료를 볼 때마다 담당 의사선생님은 초음파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시며 아이가 평균아이보다 2주가 크다는 것을 항상 강조하시면서 먹는 것을 조절하라고 하셨다. 그럼에도 막상 임신을 하고 나니 먹고 싶은 것은 더 늘어나 식단 조절이 힘들었고 막달이 되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몸무게가 늘기 시작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조금 무리하게 운동을 한 다음날인 2013년 8월 15일 광복절날 갑자기 배가 조금씩 당기길래 병원을 찾았다. 우리 첫째가 정확히 37주 5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마지막 진료시에 아이의 몸무게가 3.5킬로가 넘는다고 했으니 의사는 가진통이었음에도 유도분만으로 아이를 낳자고 하셨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그날 그렇게 유도분만으로 우리 첫째를 낳았다. 아이는 3.02kg로 태어났다. 막상 낳고 보니 걱정할 정도로 그렇게 크지 않았다. 아니 너무도 작아 보였다.

오늘 아이를 데리고 대학병원을 찾았다. 한달이 다 되어가도록 항생제를 달고 사는데 아이의 중이염이 차도를 보이지 않자 소아과 의사선생님이 소견서를 써 주시면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아보라고 하셨다. 아이손을 잡고 병원문을 들어서는 순간 산부인과 의사가 유도분만을 권유하던 그 때가 생각났다. 첫째가 잦은 콧물감기와 중이염으로 고생하는 것이 40주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나오게 한 내 탓인 것만 같았다.

사람이 아이를 40주를 뱃속에 넣고 다니는데는 다 이유가 있을텐데, 게다가 폐기능과 호흡기 기능은 37주차가 넘어 가장 늦게 발달된다고 하던데.. 호흡기 기능이 다 성숙되기 전에 엄마가 너무 빨리 만나고 싶은 욕심에 유도분만에 동의를 한 것이 겨울이면 아이에게 중이염과 콧물을 달고 살게 하는 원인을 제공해 준 것 같아 못내 속이 상하다. 만약 다시 첫째를 낳는 그날, 그 결정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이가 커서 엄마가 자연분만할 때 아무리 고생한다고 하더라도 주수를 더 채우고 나오게 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스티밋 예비 엄마, 아빠들에게 자연의 섭리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사람이든 짐승이든 열매든 곡식이든 다 때가 있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이제는 다시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허공에 메아리처럼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뭐든지 다 때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엄마, 아빠가 될 준비를 조금씩 하면 좋을 것 같아 경험담을 나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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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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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탄생은 마술...그리고,잘하면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

이제 아기를 가지려고 하는데 가 되면 생기고 키우겠죠 ^^
저는 머리통이 커서 어머니께서 출산할때 집게로 뺏다고 하는데 그럴수 있는건가요???

사진의 글이 너무 와닿네요..
어머니들은 정말 위대하시죠
표현도 많이 못해드렸는데
쑥스러워 집니다.. ㅠㅠ

아 전에 아이가 중이염이랑 콧물을 달고산다고 쓰셨던게 생각나네요...

저희아이들은 반대로 너무 체중이 안늘어서 유도분만한 케이스입니다;;;

첫째는 2.12 둘째는1.89...ㅜㅡㅜ

제가 와이프임신했을때 잘못해줘서 그런가싶더라구요..

그래도 작게나아서 크게 키우라는 말 같이 애들이 쑥쑥 자라고있어 기쁘답니다!!!ㅋ

오늘도 글 잘 읽고갑니다!!!!

님글에서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못내 아타까움이 제 가슴속까지 저며드네요... 아이가 커가며 언제 그랬냐는듯이 훨씬 더 건강해져서 엄마 안심시켜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아이를 가진 건 아니지만 해피맘님의 글을 읽어보면서 부모란 어떤 것인지 잠시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제가 부모였더라도 해피맘님 처럼 아픈 아이를 보면 다 제탓이라 생각할 거 같아요.

그리고 금방 괜찮아져서 건강하게 뛰어다닐 테니 너무 염려마세요. 다 괜찮을 거예요.

다 이유가 있고 다 때가 있다는 말이 참 와닿네요
시간이 지나고보면 알겠는데 그 당시엔 왜그리 조급하고 답답하게만 느껴지는걸까요
아이는 좀 나아졌나모르겠네요ㅠ 일하면서 제일 맘 아플때가 아이가 아플때더라고요
간단한 감기정도면 몰라도 장염이라든가 피부염증이든가 어린이집다니며 새로 얻은 아픔이면 일하는 내내 맘이 쓰이죠
에고..어여나았음 좋겠네요

전.. 둘째 가졌을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자연분만을 시도해보고 싶네요.. 전 애들 아프면... 다 수술해서 나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엄마들 맘이 다 비슷하네요. 아.. 참고로 저희 첫짼 과숙아로 태어났습니다. 그래도 아토피 피부도 있고.. 코감기도 잘걸리고.... 유전인듯 싶네요. ^^;;

셋째 임신중인 저로써는 이글을 읽으면서 참 마음에 와닿네요^^엄마에 마음은 다같은거 같아요
줘도줘도 무엇인가 부족한 이 아쉬움... 엄마의
마음이죠..
금새 건강해질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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