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힘 그리고 스팀잇

세종 시대의 관측기록이 579년 후 현대천문학 연구에 결정적인 자료로 활용된 셈이다. 2017년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금도 매우 드물게 관측되는 신성 관측 시점을 역사서에서 명시했다는 것을 평가해서 이 논문을 별도의 뉴스로 뽑아 소개했다.

<경향신문 2021. 7. 27. 기사>

신성이 폭발하면 가스구름이 남는다. 별의 생명주기에 속하는 이 천문현상은 소요되는 시간이 매우 길어 의미있는 연구가 이루어지려면 관측하는 간격이 100년은 훌쩍 넘어야 한다. 연구자 한 사람이 그 과정을 모두 목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제대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세대 아니 세기를 뛰어넘는 계속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정확한 관찰은 물론 정밀한 기록과 관리가 필수적이다.

인용한 기사의 내용에는 재밌는 부분이 많았다. 중국에 장영실 등을 보내 천문관측장비를 눈으로 외워오게 한 일, 기상이변과 왕권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 등 짧은 내용이지만 나름 흥미진진하다.

그 중에서 내가 주목한 점은 서두에 언급했듯이 조선왕조실록이라는 기록의 힘이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은 방대한 양과 매우 정밀한 기록, 구체성으로 이미 정평 나 있다. 그 중에서는 천문관측처럼 긴 시간을 초월하여 이뤄져야하는 연구에 활용될만한 기상, 우주, 자연재해 등에 관한 정보가 아주 꼼꼼하게 기록되어있다. 심지어 UFO로 보이는 비행물체에 관한 목격담도 있을 정도다.

지금 현재에도 그런 기록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대통령 기록관에서 관리하는 기록이 형식상으로는 실록과 비슷하겠지만, 그것만으로 지금 세상을 모두 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차라리 매시 매순간 쏟아지는 게시글, 트윗, 영상, 사진, 사운드 등을 보관하는 각종 SNS가 현대적 의미에서의 실록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싸이월드, 구글 플러스 등 많은 SNS들이 아쉽게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일단 폐쇄되면 사용은 물론 정상적인 접속조차 어려워진다. 매순간 기록이 꼼꼼하게 이루어진들 무엇하랴. 기업의 이익논리에서 자유롭지 않는 한 어떤 현대적 '실록'들도 500년은 커녕 100년도 보존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블록체인 기반 SNS인 스팀잇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처럼 거의 완전하게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생태계의 작동은 이미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알고리즘에 의한다. 각 증인들이 나누어 데이터를 보관하므로 특정 국가 특정인에 국한되는 보관 문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더군다나 보상으로 주어지는 암호화폐 스팀은 스팀달러 형태로 유통될 수도 있지만, 스팀파워 형태로 스테이킹되어 보팅 파워를 높이거나 임대할 수 있으므로 다른 여느 암호화폐와 달리 미래 부를 창출하는 가치도 지닌다. 이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시장에서 스팀의 수요는 늘 존재하게 된다.

블록체인이 가지는 무결성에 덧붙여 나름의 내재가치를 갖고 있는 스팀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이유다. 이처럼 무결성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누구나 어디에서든지 접속할 수 있는 접근성을 볼 때, 스팀잇은 조선왕조실록처럼 오래오래 살아남아 지금의 기록을 먼 미래에까지 전해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스팀잇에 글을 써야 한다. 별 의미없어보이는 기록 한 줄도 먼 미래에 제 가치를 찾을 줄은 아무도 모른다. 기록 유지와 보관은 스팀 블록체인이 기꺼이 맡아줄 것이므로 우리는 충실한 기록만 하면 된다.

세종시대 객성을 관측했던 조선의 과학자들은 자신의 기록이 579년후 관측결과와 연결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기대할 필요도, 상상할 필요도 없다. 단지 기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