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오리2

in zzan3 years ago

어제 오후, 아이들을 밖에 좇아내고 아내와 평온하게 커피를 마시며 운전의 피로를 풀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밖에서 놀고 있던 첫째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아빠 오리알을 다 가져가고 있어!!"
"누가?"
"애들이 막 알을 다 가져가!"
"왜?", "관리사무소 아저씨가 가져가서 달걀후라이 해먹으라고 했는데, 애들이 다 가져갔어. 흐흨"
"울어!? 잠깐만 아빠가 내려갈께!!"
서둘러 밖으로 나가보았다. 무슨 일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알을 가져간 아이들과 이를 저지한 아이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 듯 했다. '아씨, 나가서 애들한테 뭐라고 하지? 애들 싸움이 어른싸움이 되는게 아닐까?' 잠깐 걱정이 앞섰다.

아이들은 여럿이서 놀이터에 모여서 서로 다투고 있었다.
11개의 알 중에서 이미 대부분 아이들이 집으로 다 나누어 가져갔고, 한 아이가 마지막 남은 알을 가지고 집에 가져가려는 중이었다.

"나 집에 알 부화기 있어. 이거 부화시킬꺼야!"
"야 너 그거 가져가지마. 엄마오리가 어! 안불쌍하냐? 그리고 너 어! 그거 먹으면, 입에서 똥냄새 난다. 세균이 얼마나 많은데"
"내 마음이야! 나 집에 가져가서 키울꺼야."
"100년 동안 똥냄새 난다. 우엨"

알을 가지고 있던 아이는 그렇게 한참을 다투더니 마지막 남은 알을 들고 집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저지하던 아이들은 아직도 분이 덜 풀렸는지, 입 똥냄새를 계속해서 되뇌었다.

"애들아, 우리 둥지에 한번 가보자. 엄마오리가 어떻게 됐는지 가서 확인해 보자."
둥지는 텅 비어있었고, 엄마오리는 이미 떠나버린 것 같았다
오리둥지.jpg

"엄마오리 가버렸나보다. 어쩔수 없는거야.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알을 놓아서 이런일이 일어 난거야. 슬픈일이지만, 어쩔수가 없어."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었다.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한 아이는 관리사무소 아저씨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들어내기도 했다.
"관리아저씨가 가져가서 먹으란 이야기만 안했어도 이런일은 없었어요! 관리아저씨 짤라야 해요!!!"
어린 아이의 과격한 발언에 나는 좀 당황했다.
'오우 좀 쎈데...;;;'

"야, 그거 먹은 애들 입에서 똥냄새 날꺼야."
"양말냄새 우엨"
"몸에서도 똥냄새 나고 막 토하고..."
"세균도 진짜 많은데..."
아이들이 오리알을 들고간 이들에게 똥냄새 저주 배틀을 한참 하더니,

"야, 우리아빠 포켓몬고 아이디 엄청 쎄! 전설도 엄청 많고!"
첫째가 갑자기 포켓몬고 이야기로 주제를 바꾸었다. 아들 친구들이 나에게 좀비처럼 모여들기 시작했다.
'야...너희들 방금까지 오리알 불쌍하다고 했잖아... 갑자기 왜이래!?'

그리고 내 핸드폰은 한동안 아들 친구녀석에게 맡겨진 채 내 귀중한 포켓몬을 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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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이네요. ㅋㅋ

ㅎㅎ

포켓몬으로 사건이 수습되었네요 ~~

즐거운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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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참여 고맙습니다~~

예. 아들 친구랑 친구추가까지 했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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