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 Thank you Boys, Thank you..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2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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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소년 멤버십에 가입하면 인생영화 한 편을 골라야 한다. 그러면 20세기소년이 그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고 그것을 모아 책으로 만들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는 진작에 선택한 영화가 있었는데 <패치 아담스>의 OST를 듣고 있으니 이 영화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싶었다. 로빈 윌리엄스 하면 <죽은 시인의 사회>니까. (덕분에 멤버십에 추가로 가입했다.)



그래도 좀 다들 너무 잘 아는 영화라 데면데면하고 있었는데, [Music100] 인생 OST를 포스팅하자 공교롭게도 때마침 로빈 윌리엄스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한 것 아닌가. 킴리님의 표현을 빌어 이건 운명이니 봐야 했다.



하지만 영화는 좀 실망스러웠다. 그의 전기를 다룬 것도, 그의 삶을 심도 있게 다룬 것도 아닌, 그의 죽음에 관한 루머를 해명하는 영화였다. 그는 치매 중에서도 희귀병인 루이소체 치매에 걸려 그렇게 된 거였단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아니고. 그러나 그가 맨정신이었던들 과연 이 세상이 얼마나 만족스러웠을까 싶다. 로빈 윌리암스 즉 키팅선생이라면 말이다.



존 키팅 선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X세대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영화의 학생들처럼 영화가 개봉하던 시절 고등학생이었다. 그래서 이건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그 자체였다.



"너 죽은 시인의 사회 봤어?"

"어.. 봤어.."



그리고 더 할 말은 없는 것이다. 그건 그냥 내가 경험하는 세계, 공간을 초월한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였으니까. 그 시대의 십대들 중 누가 이 영화가 그리는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그건 더 말이 필요 없는 우리의 소년시절 그 자체였고 누구나 키팅선생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당시, 우리의 젊은 선생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전통, 규율과 맞서 싸우고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지지하며 존경했다.



전통, 명예, 규율을 최고 가치로 삼던 시절에 세상은, 어른들은, 자신만만해 있었다. 초고속 성장을 누리고 있었으니 누구나 하라는 대로 하면, 남들처럼 하면, 그것이 명예를 이루고 부를 가져다주는 세상이었다. 그때의 세상은 그랬다. 누구나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이니 공식을 따르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던 세상이었다. 문제는 공식대로 하지 않는 문제아들뿐.



그러나 30년이 흐르고 세상은 많이 변했다. 이제는 전통과 규율을 외치던 교장선생조차 유튜브 앞에서 재롱을 떨어야 성공할 수 있을까 말까한 세상이다. 원하지 않아도 비대면이니 메타버스니 어쩌니 해서 모두를 온라인 속 광대를 만들지 못해 안달인 급변하는 세상에서 전통과 규율 따위는 설자리를 찾을 새도 없이 유행 따라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다. 영화 속 입시 명문 웰튼 아카데미의 한국판 같던 학교들은 세태에 밀려 속속 문을 닫고 있고, 아이들은 왜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 부모들에게 반문하고, 부모들은 자신들이 받았던 대로 윽박을 질러봐야 통하지 않는다는 걸 이미 크로스 되어 버린 수험생 숫자와 입학 정원의 현실 앞에서 무력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신세가 되어가고 있다. 무엇으로 아이들에게 전통과 규율을 강제할 것인가? 휴대폰 카메라를 집어 들고 선생을 경찰에 고발하려 드는 학생들을 이 시대의 선생들은 무엇으로 통제할 수 있을까?



오히려 전통과 규율을 따지고 드는 건 이 세대의 학생들이다. 불공정한 세상에 입결의 훈장을 자신의 신분으로 받아들고 가방에다가 옷에다가 자랑스럽게 출신 학교와 소속을 새겨들고 다니는 이들은, 입결의 격을 세분화하면서까지 서로의 신분의 차이를 드러내고 상대를 배제하려 든다. 인서울과 지방 캠퍼스의 신분 격차는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가난해져버린 이미 실패한 인생에 내세울 유일한 신분증처럼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에 들어간 자신의 노오오오오력에 대한 보상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명예의 규칙을 들먹이며 키팅 선생과 친구들을 고발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사수하려던 그 아이처럼.



변해버린 세상에 격세지감을 느끼며 차라리 그때가 나았다고 말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그래서 억압과 굴종의 시대로 다시 돌아가면 궁핍한 너의 인생 좀 나아지겠냐고 묻고 싶다. 또한 그렇다고 달라진 21세기를 두둔하려드는 누군가에게는 이제는 억압이 아닌 배제로만 이루어지는 차별의 세상은 여전히 폭력적이라고, 그건 뭐가 다르냐고 말해주어야 한다. 그 시절 자신감이 넘치던 어른들은 아이들을 억압하고 통제함으로써 자신들의 복제품을 만들려 했을지언정 배제하려 들지는 않았다. 인간이 아닌 인적자원으로 분류되더라도 하나하나 쓸모가 있고 사회에 필요한 자원들임에는 분명했으니까. 그러나 사방팔방으로 변해가는 사회에서, 인적자원이 점점 자원으로써의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되는 세상에서, 어른과 아이, 학생과 선생 모두 길을 찾아 이리저리 뛰는 미아 신세가 된 건 서로 다를 바가 없어졌다. 내 생존을 위해 따돌리고 배제시켜야 할 경쟁자일 뿐이다. 어른과 아이가, 선생과 학생이. 그러니 그 사이에 피어날 만한 끈끈한 연대 같은 것은 없다. 손을 붙잡으면 사다리 아래로 같이 떨어져 내릴 테니까.



그걸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30년 만에 다시 이 영화를 보면 차라리 저 때가 더 나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렇게 해서라도 명문대를 나오면 인생이 보장되던 시대가 그립다며 키팅선생의 철없음을 한탄해야 할까?



시가 아름다워서
읽고 쓰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에
시를 읽고 쓰는 것이다.

인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어.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해.
하지만,
시詩와 미美,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

_ 존 키팅



그저 삶을 유지하기 위해 연대를 끊은 인간들은 다들 잘 살고 있을까? 이제는 희미해져 가는 시詩와 미美, 낭만, 사랑은 키팅선생의 말대로 삶의 목적인데 우리는 목적을 잃고 경쟁만 하고 있다. 경쟁하는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승산 없는 싸움에 도전, 겁 없는 적을 상대하기 위하여'

'세계의 모든 항구를 구경할 선원이 되기 위하여'

'오, 난 인생의 노예가 아닌 지배자가 되기 위하여 산다'

'사형대에 처해지기 위하여, 총구 앞에서 태연하게'

'전진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춤추고 손뼉 치며, 기쁘고 뛰고 소리치고 떠다니기 위하여'

'오, 지금부터 새롭고 즐거운 시와 인생을 갖기 위하여'

'참된 신이 되기 위하여!'



키팅선생이 학생들에게 한 장씩 쥐여준 쪽지에는 이러한 세상을 헤치고 나아갈 목적들이 쓰여 있었다. 그것은 누구의 삶이 아닌 내 인생의 목적이고 방향이다. 그것을 이루어가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어려운 건 유튜브 스타이고 부자가 되어 경제적 자유를 얻는 일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는 어렵다.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신념의 독특함을 믿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이상하다고 보든, 나쁘다고 생각하든. 로버트 프로스트는 말하길 '숲속의 두 갈래 길에서 난 왕래가 작은 길을 택했고 그게 날 다르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부터 여러분도 나름대로 걷도록 해라. 방향과 방법은 여러분 마음대로 선택해라. 그것이 자랑스럽던, 바보 같던. 자, 걸어보아라. 걷고 싶은 대로 걸어라.

_ 존 키팅



그때의 소년들은 모두 그렇게 살고 싶다 하고 모두 다른 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주위를 돌아보면 아무도 그 길로 걸어온 이가 없는 듯하다. 키팅선생이 걸었던 그 길에 남은 이는 나 혼자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30년을 걸었노라고, 30년을 시를 쓰고, 30년을 승산 없는 싸움에 도전하고, 인생의 노예가 아닌 지배자가 되기 위해 30년을 싸웠노라고. 사랑과 신념의 사형대에 처해지기 위하여, 사람들의 비난의 총구 앞에서 태연하게, 사람들을 전진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춤추고 손뼉 치며, 기쁘게 뛰고 소리치고 떠다녔노라고. 참된 자신이 되기 위하여!



그리고 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길은 나 혼자 걸었다고. 왜냐하면 남들이 걷지 않은 길로 걸었으니까. 그렇다. 아무도 걷지 않는 길로 걸어왔다. 마법사의 30년은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을 앞으로 앞으로 걸어 온 세월이다. 그러니 그렇게 산 건 마법사 뿐이다. 그리고 마법사는 그 끝에서 세상에 <개새끼소년>을 내어놓았다.



어느새 마법사의 아이는 자라 존 키팅선생을 존경하던 소년의 나이가 되었다. 30년 전 아버지보다 더 용기 넘치는 아이는 제 발로 학교를 때려치우더니 Read..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
시간은 흘러 오늘 핀 꽃이
내일이면 질 것이다.'

난 항상 연극을 하고 싶었어.
지난 여름 오디션에도 나가려 했는데
아버지가 반대했어.
내 인생 처음으로,
난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알아냈어.
그리고 처음으로
아버지가 찬성하든 말든
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거야!
카르페 디엠!

_ 죽은 시인의 사회 中



어떻게 현재를 붙들까? 그것은 전통과 규율에서 돌아서는 일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아버지가 찬성하든 말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이 소년의 할 일이다. 그런 소년들만이 키팅선생을 '오 캡틴, 마이 캡틴!'이라 부를 수 있다. 그를 향해 뒤돌아 책상을 밟고 일어설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일을 지난 30년간 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홀로 걸어온 소년들과 함께 이제는 사라진 죽은 시인의 사회를 다시 만들어 가고 있다. Club이 아닌 진짜 Society. 동아리가 아닌 도시. 시詩와 미美, 낭만, 사랑이 삶의 목적인 소년들의 도시. 그런 소년들에게 키팅선생은 이렇게 말해주었다.



Thank you Boys,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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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레이스 + Movie100] 020. 죽은 시인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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