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백(魂魄)

세상 사람들이 말하길,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올라가고 백(魄)은 내려간다. 형체는 사라지고 정신은 멸한다. 다시 어떤 것이 있어서 그 죄와 복을 받고 그러한 고통과 즐거움을 알겠는가?"라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꿈속의 사람도 앎이 있고 받음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몸은 평상을 떠나지 않는데 동으로 가고 서로 가는 자는 누구이며, 몸은 종전과 같이 편안한데 고통을 받고 아픔을 받는 자는 누구인가? 또한 소위 올라가고 내려오는 혼백이 아는 것이 있는가? 아는 것이 없는가? 아는 것이 없다면 올라가는 것은 누구이고 내려오는 것은 누구인가? 아는 것이 있다면 한 사람이 두 가지로 아는 것은 마땅히 없을 것이다. 하나는 올라가고 하나는 내려온다면 그 안다는 것은 어느 곳에 붙을 것인가? 이미 혼백이 올라가고 내려오는 뜻을 알지 못하니 또한 형체와 정신이 있고 없음의 이치를 어찌 알겠는가?불교를 사랑한 조선 유학자의 선어록

12연기에서 네번째 명색(名色)은 요즈음 언어로 말하자면 물질과 정신의 복합체이다. 혼백(魂魄)의 개념도 따지고 보면 명색과 같은 의미인데 언어의 선긋기적 습성으로 혼과 백, 명과 색, 물질과 정신을 따로 따로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하나를 긍정하고 다른 하나를 부정해 버리게 되는 오류가 발생한다. 화자는 '앎'의 견지에서 혼백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다. 혼백이 아는 것이 있다(有)와 없다(無) 중 하나를 긍정하고 다른 하나를 부정해 버리는 것 자체가 오류라는 뜻이다.

'앎'이라는 현상을 혼(魂)뿐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백(魄)뿐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혼과 백(魂魄)이 결합한 것일뿐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혼과 백(魂魄)이 둘다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앎'은 혼(魂)과 백(魄)이 원인(因)과 조건(緣)이 화합되어 일어난 것일 뿐이다. 지금말로 앎을 유물주의로 혹은 유심주의로 환원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유물과 유식은 '오로지 이것'이라는 단정으로 한쪽만을 긍정하고 다른쪽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의 조사는 이렇게 말했다.

오직 모를뿐

---

술몽쇄언(述夢瑣言)

---

프롤로그 | 눈뜨고 꾸는 꿈(開眼) | 스스로 불러옴(自求) | 징조와 경험(徵驗) | 마음에 물음(問心) | 뒤바뀜(轉倒) | 진실한 것을 인정함(認眞) | 도장 자국(印影) | 스스로 의심함(自疑) | 범위에 한정됨(圈局) | 무념(無念) | 어둠과 받아들임[昧受] | 항상함을 앎[知常] | 업과 명[業命] | 호랑나비[胡蝶] | 스스로 이룸[自成] | 진실한 것을 인정함 [認眞] | 돌아감을 앎[知歸] | 허망한 환영[妄幻] | 지음과 받음[能所] | 고요하게 비춤[寂照] | 홀로 밝음[孤明] | 원인과 조건[因緣] | 겨울 꿩[冬雉] | 초연(超然) | 스스로를 말함[自敍] | 나를 찾음[求我] | 아직 남아있음[猶存] |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有無] | 귀함과 천함(貴賤) | 둘이 아님(不二) | 인연과 감정[緣感] | 눈 속의 꽃(眼華) | 셋방과 품팔이[賃傭] | 장수와 단명[壽夭] | 자신이 옳음[自是] | 파리와 벌1[蝿蜂] | 귀신과 여우[鬼狐] | 허망하게 취함[妄取] | 물고기와 새(魚鳥) | 깨닫기 어려움(難悟) | 파리와 벌2(蠅蜂) | 공함을 깨달음(悟空) | 혼백(魂魄)

---

몽념수필(夢念隨筆)

---

자각몽 연습을 시작하며 | 쓰끼다시 | 수면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