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24

목소리

1
과거에 묻혀 사는 것과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다르다. 하루를 온전하게 지금 숨쉬는 이 순간을 만끽하며 살아간다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았다. 알면 노력하고 노력하면 된다고 하지만 인간의 습성이란게 관성이 되어 그렇게 지나가 버리니 자신을 바꾼다는 것이 역시 쉽지 못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고 그냥 계속 갈때까지 가보는 거밖에 달리 방법도 없다.

2
미래에 끄달려 사는 것과 목표를 지향하며 사는 것도 다르다. 밥먹을 때 밥먹고 지금 이 글을 쓸때 다른 생각이 침범해 들어가지 않으며 타이핑과 함께 떠오르는 생각을 캐치해서 잡아내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하는 것도 다르다.

3
마음이 수정같이 맑다는 것이 떠오르는 생각에 감정을 덧붙이지 않고 묵묵히 바라보는 것임을 이해했지만 무엇이 감정이고 무엇이 이전의 생각인지 정확히 구분도 할 수 없다. 생각을 초단위로 그 초단위를 다시 미분해서 촘촘하게 떠오르는 생각이 어떤 마음인지 하나씩 구분하여 그 생각의 결을 따라 하나씩 하나씩 균형을 잡아 가면서 살다보면 무언가 길이 보이게 된다는 것을 이해는 했지만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이해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3
토이의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CD를 모으지 않았던 거 같다. 2001년 발매 된 것이니 벌써 20년 전이다. 그때 딱 한국나이로 서른즈음이었다. 지금은 2001년의 과거에 묻혀 살지 않는다. 그때 결혼을 결심했던 사람과 연애를 시작 했던 시기였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회상하려고 해도 회상이 되지 않으니 그녀를 어디선가 만난다고 해도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그녀가 뿌렸던 패리 앨리스의 달달한 향기는기억을 일으키니 냄새만은 생생해지는 것도 같다. 나는 시각기억보다 후각기억이 더 민감하고 더 익숙한가 보다.

4
어떤 계기로 마음에 감정을 일으키고 몸에 반응을 일으킨다면 생각이 물질화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지만 여전히 그것에 붙들려서 사는 것을 보면 이해한 것도 아니다. 공자 할아버지의 사무사(思無邪)란 말씀, 마음에 삿됨이 없다는 그 말씀,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각과 그에 뒤따르는 감정을 그저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냄새맏고 맛보고 느끼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라는 그 진리가 아주 어렵다는 것을 이해했지만 어려운 것으로 그냥 끝나버리는 것에 자책하고 있으니 이해했다고도 볼수 없겠다.

5
세상에서 이해했다고 말해놓고 변하지 못한다면 이해한게 아니다. 그러니까 매일 요모양 요꼴로 사람들이 지지고 볶고 있겠지. 이런 기분이 들 때 술이나 퍼마시고 뭐 어렵고 복잡하게 쓸데없이 걱정하며 살 필요가 있냐? 하고 생각하지만 세상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 사람이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단순하게 사는 것이 행복인 것을 알지만 단순하게 살지 못하면 아는 것도 아니고 복잡하게 사는 것이다.

6
나는 어렵게 산다. 이래서 내가 머리가 자주 아픈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