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고 들었던 게 직접 가서 보는 것만 못했다.

경북 청도군에는 소싸움 상설경기장이 있다. 생긴지가 꽤 된 것 같은데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입장과 관람은 무료고 수익은 경기장 내에서 손님들이 승부에 베팅할 때 내는 내기 판돈으로 충당하는 것 같다. 코로나 여파로 입장객 수가 제한되어 있어 미리 홈페이지에 들러 '입장허가'를 받아야 한다.

입장하면서 체온을 측정하고, 사전등록 된 사람인지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경마장의 경마지처럼 그날의 소 싸움 일정과 출전선수(소), 조련사, 소 주인(우주), 체급, 전적이 쓰여있는 우마지를 준다. 첫경기는 오전 11시쯤, 경기가 끝날 때마다 경기장을 다시 정돈하고, 다음 경기에 베팅하기 위한 20여분의 대기시간을 준 뒤 다시 경기를 시작한다. 하루종일 10여개의 경기가 있다.

경기장 내의 분위기는 생각과 좀 달랐다. 아침부터 술에 취해 소싸움에 돈을 걸기 위해 온 사람들, 서로 안면있는 시골사람들끼리 경기장 너머 객석에 앉은 지인들과 큰 소리로 건네는 인삿말들. 아이를 데리고 한두번 구경 갈 가치는 있지만 자주 갈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어쨌든, 소 싸움이 시작되면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소가 등장할 때 내는 울음소리는 둥근 경기장 벽에 부딪혀 울리면서 과장을 조금 보태어 '공룡 울음소리'에 가깝다. 최하 600kg부터 큰 놈은 1,000kg이 넘는 소들이 등장할 때 느껴지는 박력부터가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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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싱겁게 10여초만에 끝나기도 하고, 지겹게 3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청도의 룰은 좀 단순한편인데 먼저 쓰러지거나 싸움에 대한 의욕을 잃고 등을 보이면 진다. 백중세일 떄는 별도의 판정기준이 있겠지. 아침에 한 경기를 보고, 별 거 아니네 싶어서 나가서 청도군내의 다른 관광지를 둘러보다가 집에 가기 전에 이왕 온 거 한 경기만 더 보자고 들어간 경기가 대박이었다.

덩치가 작은 소가 초반에 밀리다가 뿔로 상대를 받아 머리를 들어올린 뒤 모래밭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밀어부쳤을 떄 느껴진 그 격렬한 에너지도, 순식간에 기세가 꺾여 등을 돌리고 도망가는 소의 뒷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최소 판돈을 한 번 걸어보려 했으나 컴퓨터용 사인펜을 따로 사야한다는 말에 그냥 돌아섰지만, 작은 돈을 걸고 보는 것도 괜찮았을듯.

이 날 경기에 출전하는 20여마리의 소 중에 4마리에 '변수달'이라는 조련사가 붙어있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10여년 전에 방영된 극한직업에도 출연한 사람이었다. 3대를 이어 소싸움용 소를 조련, 훈련하는 가문이라니. 10년 동안 현역인 싸움소가 있다는 것도 놀랍고.

청도 소 싸움, 멀리서도 일부러 들러서 한 번 볼만하다는 생각이다. 청도역에서 추어탕 한 그릇 먹고 렌트카로 소싸움 경기장, 청도읍성, 와인터널, 괜찮은 까페 두어군데를 들렀다가 다시 청도역에서 육회비빔밥 한 그릇 먹고 다시 떠나는 코스 정도면 하루 여행 잘 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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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에 이렇게 볼거리가 많은 줄 몰랐어요..
소싸움이라니..
불쌍하기도 하지만 명승부를 직접 보고싶기도하네요^^

어느 동네든, 자세히 보면 즐길거리가 조금씩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찾아보니 소싸움은 김해, 진주 같은 곳에서도 하더라고요. 전국대회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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