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1 KTX

in #gyeongju6 years ago

봄을 맞아 친구와 1박2일 경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
10대를 함께 보내고 어느덧 20대 후반이 되었는데 둘이 떠난 여행이 터키 이후로 겨우 두번째네요 하하

경주는 6학년 때 수학여행 이후로... 처음 다녀왔어요.
좋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었기에 가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제서야 다녀왔습니다.
이상하게 해외보다 국내 여행의 기회가 더 갖기 힘든 것 같아 슬퍼요.

봄맞이와 힐링을 위해 다녀온 경주 여행 속 단상과 모습을 천천히 남겨볼까 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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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의 한 아주머니

서울역에서 KTX역방향 좌석을 타고 두시간을 달려 신경주로 간다.
동대구를 지나 부산까지 가는 KTX에 올라탔다.
앞에 앉으신 사투리를 쓰시는 아주머니는 부산에 결혼식을 가시는 길인가보다.
역방향인 좌석을 보자마자 맘에 안드셨는지
내내 멀미가 난다고 투덜거리며 자리를 바꿀 수는 없을까 주위를 둘러보신다.
승객이 가득 찬 기차 내 멀미해소를 위해 몸과 얼굴은 창을 향해 돌아 앉은 채로
말 없는 옆친구에게 창을 보며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시는 모습이 꽤나 우습다.

누구 아들은 나이가 몇이고 뭐하는데 결혼을 안하고
누구 딸은 어떻네 하며 내내 아는 자식들을 총동원해 두 시간 내내 남의 자식 결혼얘기를 하신다.
언급된 자식들은 자기 삶에 1도 보태줌이 없을 듯한 이 아주머니의 입에
본인들이 오르락내리락 하고있음을 알까. 알아도 신경 쓰지 않겠지.
그런 대화를 듣고 있자니 왜 부모들이 자식의 결혼에 그토록 목을 매는지 알 것 같긴 하다.
자식 가진 부모라는 지위가 아마 이 세상 어떤 것보다 높기도, 어떤 것보다 낮기도 한가보다.
뭐가 저렇게 하늘같이 당당하고, 뭐가 저렇게 억울하고 쪽팔릴까.
아직 자식이 없어 모르겠지만, 최소한 자식이 곧 내 自尊이 되는 저런 부모는 되지 말아야지.

공교롭게도 최근 결혼을 준비하며 부모님 문제로 걸림돌이 있었던 지인들의 시댁 혹은 처가는
모두 경상도였기에 지역적 편견을 지양해야함을 알면서도
혹은 그렇게라도 이유거리를 찾아 이해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내 머릿속에 경상도 어르신에 대한 틀이 자리잡혀 있었다. 물론 우리 친할아버지도 한 몫 하셨다.
그런데 내 앞에 앉으신 아주머니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시니, 혼란이 온다.

서로의 삶을 속속들이 아는 친구들이 점점 줄어든다.
나 또한 과동기나 동아리선배가 어떻게 사는지는
누구랑 어디서 언제 결혼을 했네 정도를 건너듣는 것뿐임을 자각하고 나니
앞자리의 시끄러운 아주머니를 안좋게 볼 수만은 없어 슬프다.
어쩌면 아는 게 없어 할 얘기가 그것 뿐일지도.

그렇게 우리는 얼굴 한 번 제대로 못 본 이들의 입에 열심히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내가 어떤 모양으로 언급될지 감도 오지 않지만
아마 언급되는 대상들과의 상대적인 비교로 결정되겠지.

씁쓸함을 느껴버린 나와
시끄러운 앞자리의 아주머니를 역무원에게 컴플레인할 걸 꾹 참았다는 친구는
그렇게 스물아홉의 나이가 되어있다.
친한 친구와 단둘이 떠나는 고작 두번째 여행 길에서, 이런식으로 나이를 느껴버렸다.


#신경주역

아직은 찬 바람이 가시지 않아 쌀쌀하다.
신경주역의 화장실은 변기 물이 누렇다.
모두들 놀라며 나와 다시 줄을 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가뭄으로 인해 정화수를 사용해 물이 노란 것일 뿐 더럽지 않다는 안내문이 있다.
보기에 색만 다를 뿐 냄새가 나거나 더럽지 않다.

투명하여 이물질이 다 보이는 변기 물을 더럽히는 것보다
누런 황색에 묻어가듯 변기 물을 더럽히는 게 나쁘지 않다.
어차피 같은 변기물인데 색으로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여행객을 맞는 KTX 역의 화장실의 변기물로 첫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경주, 나쁘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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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여기 우리집!!!! 경주는 언제나 좋은곳입니다.
그리고 대화내용 소재가 너무나도 공감되네요. 다들 잘들 지내고는 있는건지.. 요즘엔 스티미언들과 소통만 하다보니, 현실 오프라인 친구들의 행방엔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네요.. ㅋㅋ 그들을 스팀으로 이끌면 좋겠지만요 ㅎ

ㅎㅎㅎ공감되네요 그나마 친구들과 이어주던 인스타도 요새 스팀하느라 못하고 있어요 ㅋㅋㅋㅋ

맞아요 .. 저도 인스타에서 넘어왔답니다. 스팀가입날이 인스타 마지막날이 될줄은 몰랐죠

경주가셨군요. 저도 경상도 사람이라 학생때는 경주를 정말 지겹도록 갔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잘 안가지더라구요. 따뜻한 경주여행 후기 기대합니다 :)

문환님 경주 너어어무 좋았어요 ㅠ ㅠ
잠시라도 살아보고싶은 맘이들더라고요 😆

오 다른 사진들도 보고파요!!

곧 올릴게요!! ㅎㅎㅎ

저는 경주 좋아해서 경주여행 몇번 갔었어요 가서 신라 문화 구경하는것도 몇번가는데도 새롭기 신비하고 음식도 맛있고 유원지 도로표지판들은 갈색이라서 신기하고 ㅋㅋ 가서 인생 오리고기를 먹어서 그거 먹으러도 몇번 갔었어요 ㅋㅋ

이번에 저도 다녀오니 너무 좋더라고요 ㅠㅠ
매달 가고싶어요....하하하핳
오리고기 맛집이있는걸 봤는데 정말 맛있나보네요!
담에 가면 꼭 도전해볼게요!!

엇 신농님 누나셨군요 +_+ 어쩐지 나이를 먹을수록 귀가려울일이 많아지더라니..(긁적긁적)

ㅋㅋㅋㅋ면봉좀 많이 구비해놔야겠습니다
후비적후비적

신농님이 누나시면 스동무는 대체.... (동공지진)

저 생각보다 순수하고 어림! 풀타임 초졸이에여

가는길에 2시간을 어마어마한 공격을 받았군요. 길지 않은시간동안 의도치않게 그분의 스토리를 듣느라 고통스러움이 느껴지네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하고 싶은 말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데... 그리고, 부끄러움도 사라지는데... 그건 어쩌면 무례함이 늘어난다고 생각할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받은 고통이 경주의 여유로움속에서 즐거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ㅎㅎ기억도 안날만큼 경주가 너무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다행이네요.^^ 즐거운 오후되세요.!!!

저도 요즘 삶을 속속들이 아는 친구들이 점점 줄어드는걸 느끼고있어요.ㅋㅋ 아쉽기도하고 어쩔수없는건가싶기도하고.. 인연이라면 결국 다시 만나게될거라 생각하려구요.

그쵸? ㅠㅠ 아쉽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ㅎㅎ 쩝...

간혹 어른들 중에는 남의 인생사가 중차대한 문제인양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시죠. 그분들 덕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는 분들도 계시구요. 간혹 뜻하지 않게 남의 자식과 비교를 한다던지 ..그런거요. 저도 결혼했을때 부모님 지인분들 입에 오가는 이야기들이 내심 신경쓰이더라구요. 경주 여행도 빨리 보고싶네요^^

맞아요- 그런 사실이 싫으면서도 ㅎㅎ
저 또한 이런 이유로 부모님께 자랑스런 딸이 되고싶기도 하지요 ㅠ ㅠ

저도 어른되서 다시가니 너무 좋더라구요 근데 왜 수학여행때는 몰랐을까 싶어요 ㅎ

그러게요 ㅎㅎ 생각해보니 불국사나 석굴암은 여행가도 멀어서 안가게 되더라고요-
정말 수학여행이 갑자기 소중해진다는 ㅠㅠ

경주는수학여행때이후로안가봤네요 성인이되서다시가도좋다하던데....^^

네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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