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아닌 바보

in #flowerday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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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후배 아버님께서 선종하셔서 서울성모병원 영안실에 다녀왔다. 코로나 때문에 상가집에 오래 앉아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병원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후배가 알아보고 인사를 해왔다. 그 친구는 병원에서 보직자로 근무 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오늘 카페에서 한 사람을 만나는데 그 내용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적어본다.

충남 공주에 사는 김갑성씨는 오래 전부터 신부전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이제는 양쪽 콩팥이 다 망가져 도저히 나을 가망이 없다는 그는 꺼져가는 등불이었다. 4년 동안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 다니며 없앤 돈도 5천여 만원, 가난한 살림에 결코 적지 않은 돈이었다. 투석을 해야 하는 입장인데 포장마차를 끌며 어렵게 생활을 꾸려가는 아내에게 더 이상 치료를 받자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절망 속에 빠져 있었다.

그런 그에게 한 동네에 사는 친구 홍철와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김갑성씨는 혼자 해보는 말을 중얼거렸다.
“마지막으로 콩팥 이식 수술이나 한 번 받아 보았으면 원이 없겠네.”
그러자 홍철씨도 매몰차게 대꾸를 했다.
“콩팥이 두 짝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바보가 제 귀중한 콩팥을 선뜻 떼 주겠나.”

몇 달이 흐르고 김갑성씨는 서울 강남 성모병원에서 콩팥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에게 콩팥 한 쪽을 내놓은 ‘바보’는 누구였을까? 그 바보는 바로 홍철씨였다.
홍철씨는 친구인 갑성씨가 수술을 받고 싶다는 말을 듣고 많이 고민했다.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단정지어 버렸지만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정 많은 갑성씨의 지친 얼굴이 떠올랐다.

‘천금 만금을 주어도 사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정이 아닌가. 갑성이는 내가 어려울 때 그렇게 따뜻한 정을 나눠줬는데 내 살 한점을 그에게 못 떼 주랴.’
홍철씨는 마음을 다져먹고 자신이 부인에게도 비밀로 한 채 병원에서 몰래 이식 적합 여부를 가리는 체질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두 사람의 체질이 너무나 닮아 있었고 홍철씨는 기쁘게 자신의 일부를 나눠줄 수 있었다.

수술을 받았던 김갑성씨가 마지막으로 병원에 오는 날이고 후배가 완벽하게 치료가 된 그분과 마지막으로 차 한잔하기 위해서 카페에서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그 분을 보고 싶었지만 학교에 와야할 시간이 되어서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쉬었다. 오면서 진정한 바보아닌 바보 홍철씨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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