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오늘의 날씨 맑음

출근길에 하늘을 봤다. 며칠 전만 해도 미세 먼지 때문에 맑은 하늘은 구경도 못했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하얀 구름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선명히 보였다.

요 며칠 몸이 안 좋아 요양 아닌 요양을 했다. 어느 날인가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왔는데 다음 날 하루 종일 머리가 띵하니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단순히 숙취인 줄만 알았는데 감기였다.
하루 푹 쉬면 낫겠지 했는데 기침이 시작되자 본격적으로 몸살이 시작됐다. 가만히 있어도 으슬으슬 춥고, 다섯 살 아이처럼 콧물이 줄줄 흘렀다. 부랴부랴 병원에 다녀와 약을 먹으면서 몸을 추슬렀다.

내가 감기에 걸린 건 운동에 대한 과신 때문이었다. 요즘 운동 좀 한다고 몸을 막 굴렸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늦게 귀가하는 건 기본이요 술 먹고 추운 줄 모르고 돌아다니니 탈이 난 것. 그간 혹사당한 걸 복수라도 하듯 감기는 떨어질 줄 몰랐고 내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기침이 심해 운동도 하지 못했고 계속 열이 나니 어지러워 책상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약을 먹으니 잠은 쏟아지고 정신은 몽롱해 책을 읽을 수도 없었다. 이런 날들이 한 동안 계속됐고, 감기는 나을 줄 몰랐다.

푹 쉬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받들어 개인적인 약속은 모두 취소하고 요양에 들어갔다. 퇴근하자마자 바로 집으로 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불속에서 누워 보냈다. 술도 가급적 먹지 않았다. 그러자 몸이 점차 나아지는 게 느껴졌다. 어제는 그간 못했던 운동도 조금 했다. 역시 감기는 쉬는 게 약이었다.

오늘은 날씨가 맑다. 햇살도 따뜻하고 떠가는 구름들 사이로 하늘도 보인다. 몸이 안 좋아 그 동안 못 느꼈는데 완연한 가을이었다.